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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 Irresoluble Iterator

Cthulryu 2023. 6. 12. 18:06

 

 
moryu (GM):아웃겨
지금보니까 시나리오내에 추천브금이 있어서
그걸드리겟습니다
 
TEST:네~
 
moryu (GM):물론다른거들으셔도됨
준비되셧나요
 
TEST:
 
(GM):파스준비됐다면야옹해
 
TEST:벅벅
 
(GM):해달라고요
뜯개
 
파스칼린:(왜옹~)
 
(GM):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복복복복복...
 
해결되지 못할 반복자의 속에,
 
Irresoluble Iterator
 
(GM):당신은 선실 안에서 눈을 떴습니다.
새하얀 천장이 망막으로 스며듭니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면 칠흑처럼 검은 우주가 빛나고 있습니다.
지능판정.
 
파스칼린: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아, 기억납니다.
당신은 이 우주선에서 포획을 성공한 외계생명체를 연구하기 위해 연구원의 신분으로 이 우주선에 탑승했습니다.
그러더니, 연구원들을 비롯한 직원들은 사소한 것에도 다투기 시작하고. 지금은...
......
선실 안에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평소대로라면 인기척이 느껴져야 할 텐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GM):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들질 않아요.
 
파스칼린:(이렇게까지 조용할 리가 없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려고 합니다.)
 
(GM):방 안을 둘러보면 여러 옷가지나 생필품들이 조금 보입니다.
그 사이에, 당신이 적어둔 일지가 눈에 띕니다.
 
파스칼린:(고개를 돌려 주변을 계속해 살피며 일지로 다가갑니다.)
(방금 막 잠...에서 깨서 그런지. 기억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듯도 해서.)
 
(GM):일지를 읽어보나요?
 
파스칼린:(읽어봅니다.)
 
(GM):날짜순으로 당신이 무엇을 관찰하고, 발견했는지가 상세하게 기록되어있습니다.
 
파스칼린:(기억에 남아있는 내용들인가요?)
 
(GM):잠들기 전의 기억을 되짚어보려 해도 생각나는 것이 잘 없군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일지의 그 뒤로는 기록된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적힌 것을 보면...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던 것 같습니다.
 
파스칼린:(... ... 기억이 흐릿한 것도 이 헬리온의 영향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지를 더 보다가, 별다른 내용이 더 없으면 일단 덮어서 챙깁니다.)
(방 안을 둘러보고 눈에 띄는 것이 없다면 나가보려고 해요.)
 
(GM):당신은 방 밖으로 향합니다.
 
(GM):당신이 방문을 열자마자 썩은 듯한 악취가 사방에 진동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당신은 비위가 약한가요, 강한가요?
약하다면 구역질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바닥과 벽, 심지어 간혹 천장에까지 가득 붉은 액체들이 묻어있습니다.
 
파스칼린:(약한 편은 아니니 얼굴을 찌푸리는 선에서 그쳤겠... 붉은 액체가 눈에 들어온 이상 낯빛이 어두워졌겠군요.)
 
(GM):아무래도 이건 핏자국이라는게 예상되는 모양이네요.
관찰 판정.
 
파스칼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당신은 바닥의 구석에 간간이 묻어있는 살점들을 발견합니다.
붉고, 끈적하고, 불쾌합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파스칼린:(속이 조금 울렁거리기 시작하지만 꾹 누르고 그것들을 살펴봅니다. ... ... 사람?)
 
(GM):잘 살펴보면…
다행히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연체동물의 살 같은 느낌입니다.
 
파스칼린:(그러고 보니 헬리온은 촉수를 가지고 있다고 했었죠. 그렇다면 그 존재의 흔적일까요.)
(혹시 모르니 대항할 만한 무기를 하나 챙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주변에 보이나요?)
 
(GM):행운 판정.
 
파스칼린:
기준치: 65/32/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마땅치 않나보다)
 
(GM):이 수라장에서 보이는건... 네.
그나저나 당신이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예상이 가나요?
 
파스칼린:(헬리온과 연구원들 사이의 다툼...이라기엔 단어가 너무 가볍게 느껴집니다. 일단 전투 비슷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느껴져요.)
(핏자국이나 발자국 따위가 보이나요?)
 
(GM):붉은 액체의 향연에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흔적을 찾기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해보고싶다면 관찰 판정.
 
파스칼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웅덩이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일어난 흔적같은건 보입니다.
아마 생존자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파스칼린:(음. 그렇다면 이쯤에서는 귀를 기울여보기로 합니다. 여전히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나요?)
 
(GM):네. 정말로. 아주 조용합니다.
아니면... 실험체가 우주선 내부에 숨어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지도요.
 
파스칼린:(생존자가 있다고 해도, 아주 꼭꼭 숨어있거나 기절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군. 침을 꿀꺽 삼키곤 숨죽여 움직여보기로 합니다.)
 
(GM):당신은 사람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우주선의 내부( [조종석], [선실], [식당], [연구실] )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파스칼린:(가장 가까운 곳은 어디일까요?)
 
(GM):아무래도 지금 방에서 나왔으니.. 선실이겠네요.
 
파스칼린:(그렇다면 선실부터 둘러보기로 합니다.)
 
(GM):선실.
새하얀 복도에 방이 늘어져 놓여있는 장소입니다. 당신의 방도 한구석에 있죠.
생체인식을 통해 각자의 방을 열 수 있으므로 당신이 찾아가 볼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복도 맨 끝자락의 방문이 열려있네요.
찾아가 보나요?
 
파스칼린:(누구의 방문인지 알지는 못하나요?)
(일단 문이 열려있으니 조심스럽게 다가가봅니다.)
 
(GM):네. 이름이 기억나질 않습니다.
복도 곳곳에 썩은 내가 나는 것들이 놓여있기도 하지만...
그 방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심해집니다.
방 안을 들여다보나요?
 
파스칼린:(고개만 살짝 내밀어 살펴봅니다. 만약 안에 시체가 있다고 해도... 지금 이렇게까지 썩은 내가 난다고?)
 
(GM):안을 살짝 보면 원래는 하얗고 깔끔한 방이었어야 하는 곳이 새빨갛게 변해있습니다.
의자와 [침대]는 부서져 있고 그 끝에는 살점이 꽂혀있습니다. 바닥에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고, [책꽂이]는 넘어져 있습니다.
 
파스칼린:(안에서 별다른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들어가봅니다. 눈을 살짝 찌푸린 채 침대부터 살펴봐요.)
 
(GM):부서진 철제침대는 철로 된 봉이 뽑혀 깃발이 꽂힌 듯 끝자락이 천장을 향해 있습니다. 미끈하고 기분 나쁜 액체들이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파스칼린:(천장은 멀쩡한가요?)
 
(GM):마찬가지로...
그렇습니다.
 
파스칼린:(액체를 만져보지는 않고... 냄새나 한번 가볍게 맡아봤다가 옷가지로 시선을 돌립니다.)
 
(GM):가운과 셔츠, 바지들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축축하게 젖어있어요.
아래에 무언가가 놓여져 있습니다.
 
파스칼린:(젖어있다... 곳곳에 묻은 '기분 나쁜 액체'로 적셔진 걸까요. 아래에 놓인 무언가도 살펴봅니다.)
 
(GM):누군가 써놓은 메모가 있습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동료의 기록인 것 같습니다.
 
파스칼린:(메모를 살펴봅니다. 이 아수라장의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진리우주? 쪽지에서 느껴지는 묘한 광기에 다시금 눈이 가늘어집니다.)
그들 중의 하나가 되어... 헬리온. (자기도 모르게 소리내어 마지막을 읽어봅니다.)
 
(GM):당신의 동료들이 촉수로 변한 걸까요?
그렇다면, 사방에 놓인 저것들은 그렇게 변해버린 인간들이란 말일까요.
 
파스칼린:(... ... 정말 홀렸다는 말이 어울리는군. 조금 어두워진 낯빛으로 책꽂이에도 시선을 줍니다.)
 
(GM):많은 것들이 있진 않아요. 그저 책 한 두 권 정도가 놓여있을 뿐입니다. 그중에 하나 눈에 띄는 책이 있습니다.
회상록 - 이븐 샤카바오
불길해 보이는 낡은 책입니다. 읽어보나요?
 
파스칼린:(지금으로선 정보가 간절하기에 읽어봅니다.)
 
(GM):신화서이기에 이성 - 1d8/크툴루신화 기능 +2
 
파스칼린:
rolling 1d8
 
(
5
 
)
 
 
=
5
(쥑이는데)
 
(GM):지능판정.
 
파스칼린:(51>46)(14>16)
(ㅋㅋ)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4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자세히 읽어볼 시간까지는 없으니 훑어보았으나, 그 안에는 당신이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의 진리, 보통의 인간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은 문장들이 들어차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파스칼린:(잠깐 빠르게 살펴본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앞이 먹먹해지는 느낌입니다. 어느새 숨이 차서 헉, 하는 호흡을 짧게 내뱉어요.)
 
(GM):당신은 생각합니다.
어째서 자신만 멀쩡한 이유가 뭔지.
아무도 없는 이곳은….
고요해서 숨이 막힐 정도라고...
 
파스칼린:(... ... 여기서 뭘 어떡할 수 있을까요? 왜 본인만 이렇게 남았는지, 기억은 왜 이렇게 흐릿한지. 정말 저 살덩이들이 전부 연구원들인 건지...)
(당장 답을 내릴 수는 없는 것 같으니, 다소 지끈거리는 머리를 안고 조종석으로 향해봅니다. 누군가가 있을 장소로는 아마 그곳이 제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GM):조종석.
기대와는 다르게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조종석입니다.
간혹 조종석의 레버가 간간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입니다.
자동운행이 켜져 있는 상태로, 우주의 쓰레기들이나 다른 것들에 부딪히지 않게 안전 운행을 하고 있다는 안내문도 함께 떠 있습니다.
이곳에서 지구로 연락을 취해볼 수 있을까요?
지능판정과 관찰판정이 가능합니다.
 
파스칼린:(후,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우선 조종석의 상황을 관찰하듯 살펴봅니다.
 
(GM):
 
파스칼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행운으로 깎을 수 있나요?)
 
(GM):가능합니다
 
파스칼린:(65>61 하겠습니다)
 
(GM):당신은 피에 젖어 보이지 않는 스크린을 옷으로 닦아냅니다.
제일 큰 화면의 구석에, 지금 이 우주선이 지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가 보입니다.
이 거리는…. 너무 멀어졌군요.
안타깝게도, 당신에게는 우주선을 운전할만한 실력이 없습니다.
연구원의 직책으로만 이곳에 왔을 뿐이죠.
 
파스칼린:(하아, 짧게 한숨을 다시금 내뱉지만 고민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지구와 통신한다든지, 그외 할 수 있는 일은? 머리를 굴려보기로 합니다.)
(지능 판정 하겠습니다)
 
(GM):롤.
 
파스칼린: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당신이 지구에 연락을 할 수 있는 기기에 다가서자, 우주선 측에서 구조신호를 여러 번 보낸 것이 보입니다.
답장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통신기기가 고장 난 것 같습니다.
지구와는 너무 멀어졌고, 통신기기마저 고장 났다는 사실만이 당신을 덮칩니다.
 
파스칼린:(그러고 보니, 구조 신호는 언제 보낸 것인가요?)
 
(GM):마지막 구조신호는 사람이 푹 수면할 시간만큼 이전입니다.
 
파스칼린:(내가 잠들었던 사이에 모든 일이 일어났던 걸까. 아니면 겪어놓고도 기억을 못하는 걸까.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넘기고...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없어보이면 조종실을 나서 식당으로 가봅니다. 식량은 남아 있을까.)
 
(GM):식당.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가운데에 놓여있는 식당입니다.
구석의 카운터에는 간단한 취사도구가 있고, 찬장에는 레토르트 식품들이 쌓여있으나 반쯤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곳에서 여러 명이 제법 오랜 시간을 보냈죠.
사실 지금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잠에서 깨어나기 전, 분명 동료들이 함께했던 기억이 당신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GM):관찰 판정.
 
파스칼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찬장의 한구석에 큰 촉수가 놓여있습니다.
 
파스칼린:(식당 내를 뒤적거리다가 촉수를 보고 흠칫합니다. 촉수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나요?)
 
(GM):그것을 보면 한 면에 구멍이 나서 정체 모를 액체가 질질 흐르고 있어요.
그 액체의 근원지를 보면 바로 아래에 즉석식품이 보입니다. 이것을 먹기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요.
 
파스칼린:(구멍? 저항의 흔적인가? ...아니, 취식을 위한 기관?)
(촉수와 즉석식품을 번갈아보다가 즉석식품을 꺼내들어봅니다. 그것의 포장을 까볼 수 있을까요?)
 
(GM):포장을 까보면 미트볼 스파게티입니다.
 
파스칼린:(바로 취식 가능한 상태인가요?)
 
(GM):음... 기본적인 조리는 해야될 것 같네요.
 
파스칼린:(저 구멍이 취식을 위한 기관인지 호기심은 있습니다만, 뭘 조리해서 누굴 먹이긴커녕 본인 배 채울 여유도 없으니까요. 우선 식품은 다시 내려놓고... 촉수를 잠깐 봅니다. 움직이고 있나요?)
 
(GM):아뇨. 미동도 없습니다.
 
파스칼린:(그럼 시선을 천천히 떼고 식당 내부를 더 둘러봅니다. 이곳에도 인기척이나 특별한 물건 같은 건 없나요?)
 
(GM):네. 다른 곳과 같이 수라장인걸 빼면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파스칼린:(후, 그래도 식량이 남아있기는 하니... 지금은 그 점에 위안을 얻고 마지막으로 남은 장소로 가보기로 합니다. 연구실. 어쩌면 이 사건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겠죠.)
 
(GM):연구실.
들어서면 불이 꺼져있습니다. 연구실의 불을 켜볼까요?
 
파스칼린:(내부에 인기척이 들리나 귀를 한번 기울여봤다가... 조심스럽게 스위치를 켭니다.)
 
(GM):깜빡이며 천장의 전등에 불이 들어오자 새하얀, 조금은 초록빛이 도는 연구실이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실험체를 오랜 기간 관찰할 수 있게 의자가 하나 놓여있고, 앞뒤는 전부 유리로 되어있는 협소한 공간입니다.
뒤편의 유리창에는 바깥의 복도가 보이며 반대편은 새까맣습니다. 우주 공간인가 싶지만, 그래 보이진 않습니다.
아무 빛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죠.
저 안쪽의 불을 켜는 버튼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파스칼린:(저 안쪽에는 무엇이 위치하고 있는지 기억이 날까요?)
 
(GM):헬리온.
...그것이 있어야만 합니다.
 
파스칼린:(... ... 다만 지금은 없다?)
(불길한 예감이 목을 죄어오는 것을 느끼며 안쪽의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를 찾습니다.)
 
(GM):새까만 유리창 앞에 놓인 마이크와 여러 버튼이 눈에 띕니다.
버튼 단 하나만이 빛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은 압니다. 그것이 저곳의 불을 켜는 것이라는걸.
 
파스칼린:(불을 켜려는 손가락이 멈칫댑니다. 지금 여기서, 불을 켜게 되면.)
(... ... 잠깐의 침묵.)
(그렇게 큰 소용이 있겠냐마는, 귀를 기울여 내부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을까요?)
 
(GM):......아주 작은 숨소리가 들립니다.
 
파스칼린:(원래 있던 자리에,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다만 여기서 불을 켜 그것을 자극하는 게 지금 옳은 일일지. 쪽지에서 느껴지던 광기가 떠올라 마른침을 절로 삼킵니다.)
(연구실의 잠금장치 같은 것은 잘 작동되고 있나요?)
 
(GM):'마지막으로' 확인했을때는 그랬던것같습니다.
 
파스칼린:(그렇다면 지금은? 확신할 수 없다?)
(... ... 생각이 많아집니다. 우선 불은 꺼 둔 채로 유리창을 똑똑 두드려봐요.)
 
(GM):...
반응이 없습니다.
 
파스칼린:(다시 귀를 기울여봅니다. 숨소리는 여전한가요?)
 
(GM):네.
 
파스칼린:(우리는 그들 중의 하나가 되어... 쪽지에 적힌 글귀가 자꾸 떠올라서 입술을 꾹 뭅니다. 불을 켜도 되는 걸까요.)
(... ... 그래도 어쩌겠어요? 사실 이 안의 존재가 바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게 맞다면, 자신이 뭘 하든 부질없다는 소리나 다름없는 것인데요.)
(소통이 가능하다면,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결심한 듯 스위치를 켜요.)
 
(GM):당신은 반대편 유리창 너머의 전등을 켜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유리 벽 너머에 있는 것은 일지에 적혀있는 촉수가 아닙니다.
팔다리가 있고, 머리카락이 있고, 옷을 입고 있어요.
그것은 외계생명체가 아니라,
마치…
사람 같군요.
 
파스칼린:(의외의 모습이 보이자 눈이 가늘어집니다. 사람?)
(설마. 잠시 고민하다가 마이크를 켜고 조심스럽게 입술을 엽니다. 이전에도 이렇게 이름을 불러본 적이 있던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 헬리온?
 
(GM):그 존재는 고개를 푹 떨군 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이름이 불리면,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당신을 고요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입을 열고 무언가를 말합니다.)
 
(GM):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기록은 없었는데 말이에요.
크툴루 신화 또는 지능 판정.
 
파스칼린:(말을... 하는 건가?)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돌아가자.
 
(GM):돌아가자.
돌아가자고 말을 했습니다.
당신에게 말하는 걸까요, 혹은 정신이 나가 아무 소리나 지껄이는 걸까요.
당신이 이를 어떻게 알아들었는지도 의문이죠.
세상 그 어느 발음도 아닌 것을 내뱉은 존재의 말을 당신이 알아들었습니다.
사람이 전부 죽어 나가, 누가 남았을지도 모르는 이 우주선에서 말입니다.
 
파스칼린:(돌아가자? 전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사고가 잠시 멈춥니다. 본인에게 건네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돌아가자면 어디로 가자는 건지 무엇 하나 쉽게 짐작되는 것이 없습니다. 애초에 저런 언어를 본인이 어떻게 알아들은 걸까요? 살짝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있다가 마이크에 대고 느릿하게 되묻습니다.) 돌아가자...고?
 
(GM):당신은 헬리온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헬리오는 눈을 천천히 깜빡이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더는 그는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파스칼린:(말을 알아듣기는 한 걸까요, 아니면 소통할 생각이란 게 없는 걸까요. 관찰이나 심리학으로 태도에서 뭔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요?)
 
(GM):왜 사람 모습인지, 왜 돌아가자고 한건지, 그 아무것도 의중은 유추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당신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그 하나는 느껴집니다.
 
파스칼린:(당장 그 사실만 놓고 보자면 다행인 일이지만, 그럼, 바깥의 저 일들은? 머리가 어지러워 턱을 매만졌다 놓습니다. 다시 마이크에 입을 대요.) ....헬리온. 내 말 알아듣습니까?
 
?:......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듭니다.)
(앉아있는 채로 당신에게 손가락 하나를 뻗어요.)
 
파스칼린:(자연스레 그것에 눈길을 줍니다.)
 
(GM):순간,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삼일 밤낮을 자지 않고 일한 것 처럼 몸이 무거워집니다.
 
파스칼린:(...아. 기이하리만치 순식간에 무거워지는 몸에 절로 몸이 웅크려집니다. 어쩌면 기절하듯 쓰러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GM):다행스럽게도 당신의 방까지는 걸어들어갈 수 있겠어요.
귀소본능이 몸을 뒤덮습니다.
 
파스칼린:(돌아... 돌아가야 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머릿속을 점령해오는 기묘한 본능으로 몸이 움직였겠습니다. 비틀대는 발걸음으로 홀린 듯 뒤를 돌아 걸어가요.)
 
(GM):당신은 비틀대는 발걸음으로 썩은 내가 진동하는 복도를 지나 방 안에 들어섰습니다.
창밖을 보면 여전히 이 우주선이 넓은 우주의 품속을 부유하는 것이 보입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버튼을 누르고 문을 닫으면 고요하게 공기가 윙윙대는 소리만이 울려옵니다.
 
파스칼린:(적막 사이에 가만히 서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기분이 여전히 드나요?)
 
(GM):자야겠다는 생각이 들겠네요. 몸 컨디션이 확 나빠졌으니까요.
 
파스칼린:(그럼 반쯤 쓰러지듯 침대를 찾아 그 위에 누웠겠습니다. 푹신하고 냄새가 나고 뭐 그런 것을 느낄 새도 없이 잠들었을까요)
 
(GM):의식이 끊기기 전에 든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헬리온이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돌아가자.
 
파스칼린:(정신이 아득해지기 직전에 떠오르는 한 마디에 눈이 느리게 감겼다가도 뜨입니다. 돌아가자니. 어디로? ... 그리고 왜 나한테, 그런, 말을. ... 생각이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지만요.)
 
(GM):그렇게 의식은 끊깁니다.
 
(GM):당신은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충격적인 하루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고, 당신이 며칠째 마주하는 새하얀 천장에서 전등만이 반짝입니다.
여전히 창밖을 보면 우주선은 세상을 부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든지, 시간은 흘러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우주선 안에 남아있는 생명체는 단둘. 당신과 헬리온 뿐인 것 같습니다.
헬리온은 당신이 기록하던 외계생물이 맞을까요? 그렇지만 생긴 것은 완전히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요.
 
파스칼린:(... ... 대체 뭐지. 이게 다.)
(생김새로만 판단하기에는... 인간의 형태를 띨 수 있는 외계생물일 수도 있는 법이겠죠. 그리고 다른 연구원들은... ... 답답함에 숨을 길게 내쉽니다.)
 
(GM):지능 판정.
 
파스칼린: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사람모습의 헬리온.
태양빛을 머금고 굽이치는 머리카락.
마치 야생의 왕, 사자를 닮은 눈.
그리고 잠깐 보였던 보통 사람보다 날카로운 송곳니.
처음 유리창에 붙었을때도 몸에서 환한 빛이 났었고, 사자를 닮았다 하여 헬리온 이란 이름이 붙었죠.
사람 모습을 생각해보면 당신이 알고 있던 존재는 아닙니다.
 
(GM):다만… 이상하게 떠올려보면, 조금 그리운 듯한 익숙한 기색이 느껴질 뿐입니다.
 
파스칼린:(익숙한 기색이라니, 왜? ... 돌아가자, 라던 그의 말이 이 기묘한 기시감에 겹쳐져 이상한 기분을 만들어냅니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혼자 고민해봤자 알 수 있는 건 한정적일 것 같으니까요. ...연구실에 그와 관련해 남아있는 자료가 있을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그와 대화해보든가요. ... 저번에 있었던 일-손가락 하나로 본인을 재운 것 같던-도, 악의를 가지고 벌인 것 같진 않았으니까.)
 
(GM):아니면 그 전에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고, 찌뿌둥한 몸을 따스한 물로 씻을 수도 있겠죠.
뭘 하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연구실, 식당, 샤워실. 어디로 가나요?
 
파스칼린:(곧장 연구실로 향하려다가, 우선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 싶어 샤워실에서 씻고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합니다.)
 
(GM):샤워실.
샤워실의 바깥에는 갈아입을 수 있는 셔츠나 바지 등이 놓여 있습니다. 개인 물품과는 별개로 이런 것까지 갖춰 둔 것을 보아하니 이 우주선의 여행은 제법 오래될 예정이었나 봅니다.
샤워를 하나요?
 
파스칼린:(손끝으로 물온도를 확인하고 샤워를 합니다)
 
(GM):쏴아아아...
적당히 취향에 맞게 온도를 맞춰 샤워를 합니다. 어제 몸에 뱄던 비린 향이 좀 씻겨지는 것 같습니다.
밖에 나가면 또 묻겠지만요.
샤워실은 깨끗해서 다행입니다.
 
파스칼린:(샤워를 마치고 나면 물기를 잘 닦아내고 옷을 차려 입습니다. 겉옷까지 입고 나면 샤워실을 나서 식당으로 향해요.)
 
(GM):식당.
어제와 같습니다.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식품들 사이로 기분 나쁜 촉수 덩어리들이 즐비할 뿐입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파스칼린:(촉수들을 살피며 간편식품을 꺼내듭니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간편식품들이 늘어서 있는 찬장의 근처를 보니 구석에 총이 놓여 있습니다.
분명 어제는 없었을 텐데….
 
파스칼린:(총? 생존자가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기에는 뭔가 여러모로.... 총을 집어들어 살펴볼 수 있을까요?)
 
(GM):평범한 우주용 총입니다.
 
파스칼린:(우선 챙겨놓습니다. 영문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 무기가 있어 나쁠 건 없을 테니까. 이후로는 간편식품을 뜯어 끼니를 해결해요.)
 
(GM):오늘의 식사메뉴는 뭔가요?
 
파스칼린:(뭐가 있을까요? 스파게티와 빵이 있다면 그것으로.)
 
(GM):당신은 어제 뜯어놨던 미트볼 스파게티와 건조된 빵을 먹습니다.
맛은... 잘 모르겠군요.
돌아갈 수는 있는 걸까요, 쌓여있는 음식들이 사라지기 전에 구출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불투명합니다.
 
파스칼린:(생존을 위해 맛은 사치니 어쩔 수 없다...)
(우선 지금은 입 안에 있는 음식을 잘 씹어 넘기는 데 집중합니다.)
 
(GM):소화불량에 걸리지 않게 음식을 씹어 넘깁니다.
먹고나면 어느정도 배는 찼겠네요.
 
파스칼린:(그럼 이제 목적지로 향할 시간입니다. 물로 입을 헹궉내고 자리에서 일어나요.)
(연구실로 향할 수 있나요?)
 
(GM):연구실로 향하나요?
 
파스칼린:(네!)
 
(GM):연구실
당신이 연구실 근처로 가자 어제 본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듭니다.
생각해보니 어제 불도 끄지 않고 바로 자러 들어갔었죠.
 
?:(어제와는 다르게 유리 벽에 손을 대고 당신을 빤히 보고 있습니다.)
 
파스칼린:(본인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흠칫했다가도 천천히 발을 들입니다.)
(할 말이 있는 건가. 마이크 앞에 자리를 잡고 상대를 응시합니다.)
 
(GM):헬리온이 조심스레 말을 거는 것이 스피커 너머로 들려옵니다.
그런데, 어제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던 그는 당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내뱉습니다.
 
?:저기,,,
안녕, 오랜만이야.
어제도 찾아왔었지?
 
파스칼린:... 네, 맞습니다.
헬리온. ... 맞습니까? 우리가 그렇게 불렀던.
 
?:이번 이름은 헬리온이구나.
 
헬리온:응. 맞아.
 
파스칼린:... ... 이번 이름이요?
 
헬리온:응.
 
파스칼린:(응... 이라니. 뭔가 더 대답해줄 용의는 있는 거겠지.) 이전에 다른 우주선에도 탑승했던 적이 있는 겁니까?
 
헬리온:(고개를 젓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빤히 바라봐요.)
 
파스칼린:(빤히 붙어오는 시선이 묘합니다. 얼마간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당신은 누굽니까?
 
헬리온:너희가 이름 붙였잖아. 헬리온이라고.
 
파스칼린:그 외의 정보 말입니다.
(물어볼 게 많은데, 우선은... 돌아오는 답을 듣고 생각해보기로 해요.)
 
헬리온:(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는 신적인 존재야.
이러면 대답이 되었을까?
 
파스칼린:신적인...존재? (그 단어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어느 쪽지가 있어 살짝 입술을 물었다 맙니다.) ... 바깥의 일에 관해 아는 게 있습니까?
 
헬리온:(고개를 젓습니다.)
 
파스칼린:(없다고? 흠칫하면서 헬리온을 바라봅니다. 심리학이나 관찰 등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을까요.)
 
(GM):심리학 판정.
 
파스칼린:
심리학
기준치: 65/32/13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와씨)
 
(GM):어떻게 한낱 인간이 신과 비슷한 존재를 의심할 수 있겠어요?
유리 안에 갇혀있는 신은 당신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봅니다.
 
헬리온:(유리창 앞으로 점점 다가가 코가 살짝 눌립니다. 시선은 당신에게 빤히 고정되어 있어요.)
 
파스칼린:(그런 태도를 보고 있으면 반쯤은 절로 입술이 움직입니다.) ... ... 나를 압니까?
 
헬리온:이번엔 처음 만났어.
 
파스칼린:이번엔?
 
헬리온:응. 이번엔.
 
파스칼린:저번이 있었다는 뜻입니까?
 
헬리온:응.
(그리고 헤헤 웃어요.)
 
파스칼린:(나는... 기억이 없는데. 본인이 신적인 존재라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요.) 어떤 의미에서? ... 전, 기억이 없는데.
 
헬리온:괜찮아. (당신에게 좀 더 다가가고싶은지 몸 앞쪽이 유리벽에 붙다가,)
혹시 바깥에 무슨 일이 있어?
 
파스칼린:(이렇게까지 본인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보아하니 당신은 나를 오래 전부터 알았던 것 같은데. 그나저나 정말 모르는 건지...) ... ...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까?
 
헬리온:(고개를 끄덕입니다.)
 
파스칼린:(그럴 수가 있나? 찾아오는 인원도, 바깥의 인기척도 전부... 일단은 끄덕이는 고개를 보다가) 어제, 저를 보고 말씀하셨죠. 돌아가자고.
...그게 무슨 뜻입니까?
 
헬리온:말 그대로의 의미야.
 
파스칼린:그럼, 어디로?
 
헬리온:집으로.
 
파스칼린:집? (한쪽 눈썹이 슬 올라갑니다.)
집이라니, ... 당신의 집으로?
 
헬리온:(또 환하게 웃습니다. 한쪽 눈썹이 슬 올라간게 그리 좋은지.)
예나 지금이나 당신은 정말 귀여운거 알아?
이름이 뭐야? 당신이 여기서 불리는 단어말이야.
 
파스칼린:(본인을 알았다, 를 넘어 좋아했다, 라는 게 눈에 보이니 의아함은 더욱 커집니다. 대체 이런 존재와 본인에게 무슨 접점이 있었다는 걸까요?) 아, 파스칼린...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만.
... ... 이전에는 저를 다르게 불렀다는 겁니까?
 
헬리온:파스칼린, 파스칼린.... (그 이름을 입에 담아두듯 우물거립니다.)
(그리고 하하 웃어요.)
 
파스칼린:(하하 웃는 얼굴을 가만히 봅니다. 이런 얼굴을 예전부터 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기억에 턱을 매만져요. 대체... 대체.)
 
헬리온:말이 통하니까 너무 편하다...
우주선 안을 구경시켜줄 수 있어?
여기 안에만 갇혀있으니까 너무 답답해.
아, 파스라 불러도 돼?
 
파스칼린:(안을 구경시켜달라는 말에 잠시 멈칫합니다. 꺼내줘도 되나? 하지만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어차피, 이 존재가 마음만 먹는다면...)
(... ... 더해서, 본인에게 딱히 해를 가할 생각은 없어보이기도 하니까요. 구경시켜주겠다, 파스라고 불러도 된다. 그 두 가지 답을 모두 담아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어줍니다.) ... ... 딱히 좋은 꼴은 아닙니다. 바깥이.
 
(GM):관찰 판정.
 
파스칼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GM):당신의 허락을 맡고 헬리온은 문고리를 잡습니다. 쉽게 열리네요.
아무래도 부서져 있는 것 같아요. 분명 당신에게 관찰실의 열쇠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파스칼린:(애초부터 열고 나올 수 있었다는 건가. ... 그런데 굳이? 나름대로 허락을 맡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상대가 완전히 밖으로 나오면 천천히 발을 옮겨요.)
 
헬리온:(바깥으로 나오면 손가락 발가락을 꼼질꼼질 쥐었다폈다 하다가 당신을 바라보고 또 헤헤 웃어요.) 너무 좋다.
파스. 나 너 안아봐도 돼?
 
파스칼린:(곧장 걸어나가려다가, 손가락발가락을 움직이는 당신을 보고 멈춰섭니다. 그러다가 이어지는 말에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지만... 음, 하다가 살짝 팔을 벌려줍니다. 이상하죠, 대체 이 얼굴이 왜 낯설지가 않은 건지.)
 
헬리온:(그럼 만화처럼 뒤에서 화아아- 하는 효과음이 보일 정도로 표정이 밝아지더니, 당신에게 옹종종 달려가 폭 안깁니다. 두 팔로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GM):당신이 기억하던 헬리온은 어떤 빛깔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그저 사자와 비슷한 촉수였을 뿐인데도 포근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당신 턱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작은 키. 하지만 심장이 맞닿는 느낌이 들어요. 평온해집니다.
 
파스칼린:(그야말로 어린아이같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어린아이. 자기를 감싸안은 포근한 기운에 묘한 기분이 듭니다. 반사적으로 등을 토닥였다가 어정쩡하게 손을 내려요.)
 
헬리온:(당신의 품에 파고들어가 당신을 꽉 안길 한참, 팔에 힘을 풀고 뒤로 물러난 헬리온 얼굴은 조금 수줍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진짜 고마워.
아, 여기에는 뭐가 있어? 알려주면 안돼? 너가 어떻게 살았는지, 뭘 먹고, 뭘 입고 또... (그리고 음, 조금 생각하는듯이 손가락을 접어가며 종알거려요.)
 
파스칼린:(... 아무래도 '돌아가자'라는 건 본인과 함께 둘이서 돌아가자, 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집이라고 했었죠. 예전에 우리가 같이 살기라도 했었다는 걸까요? 이렇게까지 좋아한다니, 왜...)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연구를 하고, 의식주를 해결하고, 가볍게 운동을 하고, 가끔은 취미활동을 즐기고... (그러면서 바깥을 내다봅니다. 분명 아수라장 그대로일 텐데.)
 
헬리온:(당신의 한 손을 두 손으로 잡아요.) 구경시켜주면 안돼?
 
파스칼린:(이렇게 덥썩덥썩 손을 잡아오는 경우도 참 오랜만입니다. 순간 조금은 놀라서 밑을 내려봤다가도) ... 지금은 일이 생겨서 우주선이 좀 너저분합니다. 상관없습니까?
 
헬리온:(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거야?
 
파스칼린:(... ... 정말 모른다는 거면. 뭐지? 제3자의 개입이 있었던 건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어난 일이라는 건지. 눈알을 데록 굴렸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잠깐의 정적.) 다만 다른 연구원들이 모두 사라져서.
 
헬리온:아......
(음, 무슨 말을 해야하더라...의 기색입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남지 못하는 생물이었지?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파스칼린:(나름대로 신경쓰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아, .... 고맙습니다. 어떻게 도와주시려고.
 
헬리온:(당신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아요.) 어떻게든!
 
(GM):헬리온에게 우주선 내부를 구경시켜줄까요?
 
파스칼린:(어떻게든. 막연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만큼은 전해지는 듯도 해서... 이 낯설고도 익숙한 손님을 앞에 두고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하하, 웃어보이곤 손 잡은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요. 비록 난장판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꼴이래도.)
 
(GM):당신은 헬리온과 우주선 안을 걷습니다.
헬리온은 천진난만하게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디를 먼저 가나요?
현 위치는 연구실입니다. [조종석], [선실], [식당], [샤워실]을 헬리온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파스칼린:(아마도 가까이에 있을 선실부터 들러보기로 합니다)
 
(GM):선실.
원래는 새하얀 복도에 방이 늘어져 놓여있는 장소였습니다. 당신의 방도 한구석에 있죠. 생체인식을 통해 각자의 방을 열 수 있으므로 당신이 찾아가 볼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복도 맨 끝자락의 열려있던 방]과, [탐사자 당신의 방]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헬리온:(당신의 손을 놓지 않은채로 눈에 들어오는것들을 봤다가 당신을 봅니다.)
 
파스칼린:(열려있던 방은...굳이 소개를 해 줘야 하나? 싶습니다. 일단 본인의 방으로 가요.)
 
헬리온:(쫄래쫄래 따라감)
 
(GM):한 구석에 있는 당신의 방을 찾으면 생체인식 장치가 기다립니다. 당신이 눈을 가져다 대면 인식이 되고 방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에요.
 
파스칼린:(언제나 그래왔던 방식대로 문을 엽니다.)
 
(GM):...어라.
인식이 되지 않습니다.
이상합니다, 홍채인식은 정교하여서 되지 않을 리가 없는데요.
 
파스칼린:(등록된 홍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GM):네.
 
헬리온:(당신을 바라봅니다. 빤...)
문이야?
 
파스칼린:(... ... 왜? 그러고 보니 본인의 방을 가장 최근에 사용한 때가 언제였나요? 당장 오늘 아침에도 방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힐끔 시선을 줍니다. 본인의 방이 맞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네. 다만 열리지가 않는데...
 
헬리온:어떻게 여는거야?
 
(GM):최근에 사용했을때야... 갑작스런 피로가 몰려와 자러갔을때죠. 바로 어제입니다.
 
파스칼린:(기계가 문제인가, 아니면... 뒷말은 부러 삼키고 일단 대답을 해줍니다.) 눈동자를 여기 센서에 인식시켜 여는 겁니다.
 
헬리온:(그럼 당신의 말대로 자기도 그쪽으로 가서 그 기계를 빤히 바라봅니다.)
 
(GM):당신의 신체정보만 기재되어있으니 당연히 열릴 리가 없죠.
고장 난 것 같아요. 열기 위해서는 다른 도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열려야 당신이 그곳에서 잠을 청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방은 악취가 너무 심하잖아요.
 
파스칼린:(흠, 하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쇼.
아무래도 도구가 필요할 것 같아서.
 
헬리온:지금 꼭 들어가야돼?
 
파스칼린:(그런 당신을 잠깐 봤다가 툭 답합니다.) 그럼 다른 곳부터 가죠.
 
헬리온:(당신이 눈을 마주하면 살짝 갸웃거렸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GM):어디로 향하나요?
 
파스칼린:(식당으로 가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상대도 식사를 하나?)
 
(GM):식당.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가운데에 놓여있는 식당입니다. 구석의 카운터에는 간단한 취사도구가 있고, 찬장에는 레토르트 식품들이 쌓여있으나….
관찰 판정.
 
파스칼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또)
(강행해봐도 되나요?)
 
(GM):가능합니다. 롤
 
파스칼린:(눈앞이 조금 침침한 것 같아 눈 근처를 꾹꾹 눌렀다가...)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역효과다)
 
(GM):아이고
 
위이이잉-
 
(GM):순간, 중력제어장치가 풀려 몸이 위로 뜨다가 갑작스럽게 돌아와 대비할 새도 없이 구조물에 부딪칩니다.
체력 -d2
 
파스칼린:
rolling 1d2
 
(
2
 
)
 
 
=
2
(12>10)(갑작스러운 반동에 몸이 휘청입니다. 어딘가에 부딪혀 쿵, 하고 제법 묵직한 소리가 나네요.)
 
(GM):더군다나 음식은 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차피 곧 구출될 테니, 상관없는 일이긴 합니다.
왜냐면 당장 당신의 손을 잡고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헬리온이 어떻게든 해준다잖아요.
 
헬리온:많이 아파?
 
파스칼린:(부딪힌 곳을 문지르면서 고개를 젓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헬리온은 멀쩡한가요?)
 
헬리온:(정말 멀쩡합니다. 몸이 떴다가 내려앉아도 그냥 살풋 뛰었다 착지한 것 처럼.)
(그리고 음식들을 바라봅니다.)
 
파스칼린:(예사 존재는 아닌 것 같으니까... 그러다가 시선을 따라갑니다. 이후 음식 가까이 다가가며 물어요.) 배고픕니까?
 
헬리온:그건 아닌데.....
(하면서 방금 그 사고때문에 자기 앞쪽으로 굴러온 음식을 꼭 쥐고 바라봐요. 먹는 방법도 모르는 듯 합니다.)
 
파스칼린:(손에 쥔 음식이 뭔가요? 확인하고 나면 본인도 같은 음식을 들고 와 포장을 까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GM):토마토 스프 통조림입니다.
 
헬리온:(당신이 시범을 보여주면 엉거주춤 따라서 뜯어봅니다.)
(그리고 킁킁 냄새를 맡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어요.) 사실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어... 맛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인간은 음식을 먹어야 살아가지?
그럼 지금 먹어둬.
 
파스칼린:(그렇군... 과연 예사 존재는 아니라는 확신이 더욱 더해집니다. 그런 존재와 본인과의 접점이 대체 뭐가 있었다는 건지.)
(그럼 잠시 실례, 하듯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하고는 통조림 스프를 말끔하게 비웁니다.)
(이것만으로 배가 부르지는 않지만, 당연히. 혹시 모르니 아낄 필요는 있겠지요.)
 
(GM):당신이 스프를 입에 넣자, 불쾌한 기운이 엄습합니다.
맛이 이상해요, 상한 것 같습니다.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만들어진 식품임에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깔끔하게 비웠습니다.
 
파스칼린:(... ... 무작정 들이붓듯 스프를 마신 탓에, 뒤늦게 악취가 올라오는 걸 감각하고도 뱉을 수는 없었습니다. 눈을 찡그리면서도 우선은, 그래요. 전부 삼켰습니다.)
(손등으로 입을 문질러 닦아내곤 통을 살펴봅니다. 밀봉한 캔일 텐데, 유통기한이 지났을 리도...)
 
(GM):유통기한은 정말 넉넉히 남아있습니다.
....왜 그런 맛이 났던걸까요?
 
헬리온:(당신이 스프를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맛있어?
 
파스칼린:그냥 그렇습니다.
 
헬리온:별로면 뱉어도 되는데. (손을 내밀어요.)
 
파스칼린:(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한쪽 눈썹이 올라갑니다. 자기도 모르게 뒤로 살짝 물러나며 손을 저어요.) 괜찮습니다. 이미 삼키기도 삼켰고.
 
헬리온:(수긍하는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당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은 거두지 않았지만요.)
 
파스칼린:(... 영 익숙치가 않습니다. 듣자하니 전에 인연이 있었다는 건 대충 알겠지만, 지금 본인에겐 그 어떤 기억도 없는 걸요. 짧게 숨을 후, 내쉬고 주변을 마저 둘러봅니다.)
(식당에 별달리 눈에 띄는 점은 없나요?)
 
(GM):관찰 판정.
 
파스칼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생각해보니 어제보다 눈에 띄게 음식들이 줄어들었습니다.
선 내에 당신 말고 생존자가 더 있는 건가요? 그렇다면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을 텐데요.
이 우주선 안은 너무 고요해서 조금의 발소리만 들려도 사방이 울리곤 합니다. 이상합니다
 
파스칼린:(그러고 보면 총도 주웠었죠. 여러모로 이상한 일 투성이입니다. 그렇다고 헬리온이 먹었을 리는 없는데.)
(... ... 일단은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아보기로 합니다.)
 
헬리온:( :3? )
 
파스칼린:(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본인을 바라보는 헬리온에게 힐끔 눈길을 줍니다.) ... 이번이 처음 나온 겁니까? 연구실에서?
 
헬리온:(고개를 끄덕입니다.)
 
파스칼린:(잠시 또 말이 없다가) 연구실에 저 말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습니까?
 
헬리온:같이 연구하던 사람들이 있었지 않아?
 
파스칼린:(아, 말이 좀 짧았나.) ...최근 며칠 동안에도 연구실에 찾아온 사람이 있었냐는 뜻이었습니다.
 
헬리온:아, 응.
(하고 다시 손을 잡아요.)
근데 나는 거기서 너의 목소리만 기다렸어.
부드럽고 다정해서 기분 좋았어. 앞으로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파스칼린:있었습니까? ...어제나, 오늘도? (다시 잡아오는 손에 어색해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물었다가)
 
헬리온:어제나 오늘은 너 뿐이었어.
(헤헤 웃어요.)
 
파스칼린:(너를 기다렸다며 헤헤 웃는 낯을 두고 속으로 길게 한숨을 쉽니다. 알 수 없는 일, 알 수 없는 존재, 알 수 없는 시간... 당최 갈피를 잡기 힘든 일의 연속이라 그런 것이겠죠.)
(하지만 일단 눈앞의 상대에게는 흐릿하게 웃어보입니다. 굳이 굳은 얼굴을 보일 필요는 없을 테니까. 여러모로.)
식당은... 더 보여드릴 건 없는 것 같군요. (하다가 입안에 남은 수프 잔여물이 좀 고약하게 느껴지는지) ... 다른 곳도 살펴보시겠습니까?
(하고 샤워실로 이끌었겠어요. 헬리온에게는 시설 구경을 시켜주고 본인은 볼일을 볼 겸.)
 
헬리온:(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이 이끌어주는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GM):샤워실.
 
헬리온:
외모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파스칼린:(우와)
 
헬리온:(은 머리가 찰랑이고 활기가 넘칩니다. 태양빛을 그대로 옮겨온듯한 오묘한 빛은 다른사람의 이목이 집중될 만큼 아름답습니다.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올라갈때마다 오팔처럼 빛나는 눈. 그리고 포근한 체향도 풍겨요. 마치 소금사막에 뜬 태양같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다시 당신을 바라봅니다.) 여긴 뭐하는 곳이야?
 
파스칼린:(샤워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신'을 떠오르게 하는 외형이라, 저도 모르게 잠시 발을 멈춥니다. 밀폐된 연구실에 있었으면서도 굉장히 잘 다듬어진,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아니, 그것을 넘어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완벽한 외형.)
(그러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수도를 찾으며 답합니다.) 여기는 씻는 곳입니다.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헬리온:하긴, 사람들은 어디든 다 악취가 심하니까...
 
파스칼린:(본인은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들리는 군... 그럴법하지만.) 저도 잠시 입만 헹구겠습니다. 둘러보고 계십시오.
 
헬리온:(고개를 끄덕이고 조금 더 깊은곳으로 들어갑니다.)
 
파스칼린:(그동안 본인은 입을 헹구고 양치를 해봅니다. 샤워실을 둘러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을까요?)
 
(GM):아뇨, 딱히 없습니다.... 아. 이제 생겼습니다.
헬리온이 샤워기를 잘못틀어서 젖었거든요.
 
파스칼린:(입을 다 헹궈내고 나오려던 참에, 물에 젖은 헬리온을 발견하면 이런. 합니다.)
 
헬리온:(물 뚝뚝......)
(고개를 이리저리 흔듭니다.)
 
파스칼린:(샤워실 내에 수건이 있을까요? 있다면 헬리온에게 건네줍니다.)
 
헬리온:(수건을 받으면 눈을 깜빡거리다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3?)
이건 어디다 쓰는거야?
 
파스칼린:(어린아이 가르치는 기분인데. 멀뚱히 본인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며 천천히 답합니다.) 물기를 닦아낼 때 씁니다. 축축해진 곳에 대고 꾹 누르거나 살살 문지르십쇼.
(손짓으로 얼굴을 닦아내는 시늉을 합니다)
 
헬리온:(그럼 당신에게 수건을 내밉니다.) 해주면 안돼?
 
파스칼린:(어린아이를 가르치는 걸 넘어 돌보는 기분... 대체 얼마나 친했다는 걸까. 이 존재와는.) (그런 생각에 잠긴 채 수건을 받아들고 이리 오라는 듯 손짓합니다. 젖은 머리카락은 꾹꾹 부드럽게 눌러 물기를 빼고, 물이 끼얹어진 얼굴은 살살 닦아냅니다.)
 
헬리온:(손짓하는 곳으로 가서 얌전하게 있습니다. 당신의 조심스런 손길을 받으면서 있다가 갑자기 당신을 폭 안아요.)
 
파스칼린:(갑자기 본인을 안아오는 손길이 낯설어 눈이 가늘어집니다, 본인이 더 크니 티는 나지 않았겠죠. 손길이 멈추기는 했지만 밀어내지는 않습니다.) ... 왜 그러십니까?
 
헬리온:그냥... 좋아서. (잠시 뺨을 당신의 품에서 부비다가 두어발짝 멀어집니다. 그럼 어느새 젖은 곳은 어디가고 처음 이 곳에 발을 들인 그 모습으로 변해있어요.)
 
파스칼린:그렇습니까. (하고 침묵합니다.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멀어지는 당신에게 눈길을 줬다가, 수건으로 닦아낸 것 이상으로 뽀송해진 모습에 하하... 하고 작게 웃습니다. 새삼스러운 감탄에 가까웠는지도요.)
제 볼일은 다 끝났습니다. 구경은 다 하셨습니까?
 
헬리온:응. 다음은 어디로 갈거야? (손가락을 잡아요.)
 
파스칼린:(남은 곳이라면 아무래도...) 조종실 정도가 남았겠군요.
 
헬리온:안내해줘! (또 환하게 웃어요.)
 
파스칼린:(뭐가 이렇게 기쁘고 좋은 걸까, 이 상대는. 태양을 연상케 하는 환한 미소를 앞에 두고 그리 생각하면서 다시금 하하, 웃습니다.) 그래요. 가십시다.
(조종석으로 향할 수 있을까요?)
 
(GM):조종석.
여전히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조종석입니다. 간혹 조종석의 레버가 간간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입니다.
자동운행이 켜져 있는 상태로, 우주의 쓰레기들이나 다른 것들에 부딪히지 않게 안전 운행을 하고 있다는 안내문도 함께 떠 있습니다.
 
헬리온:그러고보니 조종석은 뭐하는 곳이야?
 
파스칼린:이 우주선을 움직이고 제어하는 곳입니다. 통신도 담당하고요.
 
헬리온:아, 아직 공간을 움직일 수는 없는 거구나...
(하면서 기기쪽으로 다가갑니다.)
 
파스칼린:(본인은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군... 하면서 헬리온을 지켜봅니다.)
 
헬리온:(넓디넓은 우주의 전면이 보이는 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버튼을 몇 가지 누릅니다.)
 
(GM):그러자, 사방이 암전됩니다.
얼마 되지 않아 깜빡거리며 희미하게 불빛이 다시 들어올 쯤에, 통신기기에서 알림이 울립니다.
 
구조요청을 확인, 현재 응답 가능한 연구원 계십니까?
 
선 내에 몇 명이 생존해있습니까? 상황이 어떻죠?
 
파스칼린:(갑작스러운 암전에 순간 당황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우선 잠자코 지켜봤습니다. 그러다 이어지는 음성에 놀라서 잠깐 굳어요.)
(그것도 잠시, 곧장 통신기기에 대고 답신을 보냅니다. 통신을 받은 본인은 연구원 소속이며, 생존 인원은 3인 이하로 추정된다느니 하는 내용을 담아서요.)
 
즉시 구조하러 가겠습니다, 거리를 보아 열 두 시간 남짓 걸릴 듯하니 정신을 가다듬고 계세요.
 
외계생물과는 더 접촉하지 않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GM):듣기 판정.
 
파스칼린: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실험은…. 그렇다면…. 하나요…? 알겠습니다.
 
(GM):하는 소리와 함께 통신은 종료됩니다.
헬리온은 당신을 보며 환하게 웃어 보입니다. 그의 뒤편에 끊임없이 검은 우주가, 세상이 넓게 펼쳐져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파스칼린:(외계생물과는 더 접촉 말라, 거기에. ... 실험? 끊어진 뒷말에 혼란스러운 머리가 돌아갑니다. 그러다 홀린 듯 돌아간 시야에 헬리온이 담기고.)
... ... 뭔가 해주겠다더니, 해 주신겁니까?
 
(GM):크툴루 신화 판정
 
파스칼린:
크툴루 신화
기준치: 16/8/3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GM):알 수 없는 외계생물의 힘은 참 신기합니다.
 
헬리온:응. 공간을 좀 움직였어.
아마 한숨 자고 나면 지구에 도착할 수 있긴 할거야.
직원이 뭐라고 했어?
 
파스칼린:(공간을 좀 움직였어. 라니. 배고파서 밥을 먹었어, 따위의 아주 일상적인 말을 내뱉는 듯한 태도가 묘합니다. 아주 새삼스럽게도요. 얼떨떨한 기분에 잠시 입술만 달싹이다가,) 구조까지 12시간 쯤 걸릴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실험이라든가, 외계생물과의 접촉이 언급됐다는 건.... 지금으로선 전하지 않는 게 낫겠죠.)
 
헬리온:(더이상 궁금하지 않았는지 납득하는 얼굴입니다.) 그렇구나. 둘러본 곳 말고 다른 곳은 더 있어?
 
파스칼린:(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눈을 내리깔고 잠시 고민하다가,) 아까 들어가지 못했던 선실 정도가 남았겠군요.
 
헬리온:그럼 가자! (하고 당신의 손을 잡은 채 먼저 갑니다. 이젠 가는 길을 아니까요.)
 
파스칼린:(일련의 상황에 현실감이 없습니다. 손에 맞닿은 타인의 온기는 여전히 낯섭니다. ...묘한 익숙함이 느껴진다는 사실은 이상합니다.)
(그런 기분을 안고 선실로 향해요.)
 
(GM):헬리온은 여러 가지를 구경하고 만족한 모습을 보입니다. 제법 기분이 좋아 보여요.
그를 연구실에서 꺼낸 것은 잘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이제 곧 구조될 것이고, 헬리온은 당신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구조된다면 헬리온은 지구에 붙잡혀 실험당하게 될까요? 현재 관찰하게 된 것을 보고하여 알리는 게 맞을까요?
사람들이 헬리온이 당신을 도와준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무래도 닥쳐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겠죠,
혹은 헬리온의 정체를 숨기거나 하여 당신과 지구로 돌아가 잘 지내볼 수도 있겠습니다.
 
(GM):당신이 내킨다면 말입니다.
 
파스칼린:(나한테 선택권이 있나? 그런 생각도 들기도 듭니다. 지금까지 전부 헬리온이 '도와준' 것이었다면, 본인이 어필한 대로 '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면. 헬리온은 헬리온이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텐데요.)
(... ...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도통 현실감이 없습니다. 일단은 선실을 확인해보는 일부터.)
 
(GM):당신의 방은 아까와 같이 닫혀있습니다.
홍채인식을 다시 시도해보나요?
 
파스칼린:(일단 시도해봅니다.)
 
삑.
 
(GM):이번에는 문이 제대로 열립니다. 확실히 고장 났던 것 같아요.
 
파스칼린:(그냥 일시적인 오류였던 건가. 생각하며 문을 엽니다.)
 
헬리온:(문이 열리자 창문 틈으로 가 붙어 우주 바깥을 바라봅니다.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익숙한 광경일텐데도 불구하고. 그저 어린아이처럼 밝기만 합니다.)
 
파스칼린:(방을 슥 둘러봅니다. 나갔다 온 그 잠깐 동안 뭔가 변화가 생겼다든가 하지는 않겠죠. 그러다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바깥을 내다보는 헬리온을 보면 또 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야말로 수수께끼의 존재...)
 
헬리온:(코가 눌릴정도로 창문에 붙어있다가 방을 둘러봅니다. 침대쪽으로 가서 어떻게 쓰는건지 바라봐요.)
(그러다 냅다 올라가서 몸을 움직여봅니다. 그러다 폴짝폴짝 뛰어요. 즐거운듯 웃습니다.) 아하하!!
 
파스칼린:(어떻게 쓰는 건지 바라보는 걸 눈치채면, 베개에 머리를 대고 이렇게 누우...까지 말하다가 이어지는 행동에 한쪽 눈썹이 올라갑니다. 두어 걸음 물러나 침대 위에서 폴짝대는 모습을 지켜봐요. 그래. 뭐. 저게 좋다면야.)
 
헬리온:(폴짝폴짝 뛰다가 죽 미끄러져서 침대에 푹 누워져요. 태양빛이 흐르는 긴 머리카락이 침대 바깥으로 스르륵 빠져나옵니다. 그래도 즐겁다는듯이 계속 소리내서 웃다가 애정이 담긴 얼굴로 당신을 바라봐요. 이제 어떻게 쓰는건지 말해줘도 될 것 같습니다.)
 
파스칼린:(죽 미끄러지는 모습에 순간 흠칫하지만, 푹신한 침대 위에 푹 눕게 된 걸 보면 속으로 조금 안도합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울까. 아까부터.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이 마냥 낯설지가 않은데, 기억이랄 건 하나도 없고, 저 존재는 어딜 봐도 예사롭지가 않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집게 손가락으로 무릎만 툭툭 치다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침대는 그렇게 쓰면 됩니다. 그 상태로 쉬세요. 저기 베개에 몸을 기대도 좋겠죠.
 
헬리온:여기가 자는 곳이구나. (하고 일어납니다. 침대 위에 앉아요.) 너는 안졸려?
 
파스칼린:(고개를 젓습니다.) 괜찮습니다.
누워서 쉬어도 됩니다. 헬리온.
 
헬리온:(그러면 다시 폭 누워서 자기 옆자리를 톡톡 쳐요.) 나랑 같이 누워주면 안돼?
 
파스칼린:(물끄러미 보다가... 눕지는 않지만, 그래도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해요.) 헬리온.
 
헬리온:응.
 
파스칼린:저보고 돌아가자고 한 '집'. 그게 뭡니까?
당신은 나를 어떻게 알고 있던 겁니까?
 
헬리온:(그러면 당신의 눈을 빤히 바라봅니다. 순수하고 꾸밈없는 얼굴로 말을 뱉어요.) 지금은 못 말해.
왜냐면 너가 힘들테니까.
나랑 자고 일어나면 얘기해줄게. (헤헤)
 
파스칼린:(지금까지의 상황에 미루어, 대충 '감당하기 어려운 비밀' 정도로 간주한다면 왜 저렇게 말하는지 짐작은 됩니다. ... ... 그래서 좀 찝찝한 구석은 있지만.) 자고 일어나면... 뭔가 달라집니까?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 궁금하다는 투입니다)
 
헬리온:응. 많은게 달라질거야.
 
파스칼린:그것도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
 
헬리온:응. (웃고 있던 얼굴이 슬슬 풀어집니다. 아마 당신의 얼굴을 봐서 그러겠죠.)
 
파스칼린:(어차피 지금 여기서 본인이 뭘 더 할 수 있겠나요. 외계생물과 더 접촉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뭐가 더 달라지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후, 하고 헬리온의 이부자리를 봐줍니다.) 알겠습니다. 피곤하신 것 같으니 좀 쉬죠.
 
헬리온:(당신이 이부자리를 봐줘도 그저 말 없이 빤히 바라보다 몸을 일으킵니다.)
(당신에게 손을 뻗으려다 걷어요. 그리고...) 고집쟁이. (이 말만 하고 다시 눕습니다. 눈을 감아요.)
 
파스칼린:... ...네? (또 예상치 못한 말에 눈이 조금 커졌다가 맙니다. 생각이 많아보였던 걸까요. 맞기는 하지만.)
(다시금 누운 상대를 가만히 보다가 이불을 덮어줍니다. 그리고 본인은 침대에 등을 기대어 앉아요. ...피곤하기는, 좀 피곤한 것 같기도.)
 
(GM):당신의 방엔 작은 숨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당신은 뭘 하나요?
 
파스칼린:(내가 뭘 할 수 있지? 멍하니 침대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납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확인했던 그 방은 여전할까요.)
(혼자 열려있던 바로 그 방)
 
(GM):네. 지나왔을때 바뀐 점은 없었습니다.
 
파스칼린:(그럼 한번 확인해보기로 합니다. 어차피 12시간은 지나야 한다고 했으니 남아도는 게 시간 아니겠어요...)
 
(GM):선실.
달라진 것이 없는, 심각하게 악취가 도는 방입니다. 살점이 꽂혀있는 침대도 여전하고, 옷가지와 책꽂이도 당연히 같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크툴루 신화 판정.
 
파스칼린:
크툴루 신화
기준치: 16/8/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GM):침대에 꽃힌 살점은 자세히 보니 신기한 기운이 맴돕니다. 무언가의 주술이 걸려있는 것 같아요. 기분 나쁜 살점입니다.
 
파스칼린:(...역하다)
 
(GM):그 뿐입니다.
 
파스칼린:(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은 발견되지 않는 거죠?)
 
(GM):네.
 
파스칼린:(그럼 방에서 나와 본인 방으로 돌아가... 기 전에 식당으로 가봅니다. 그리고 음식이 더 줄어있는지 확인해봐요. ... 구조대가 오기 전에 생존자가 더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GM):식당.
유의미한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아까 봤던 그때와 같은 양입니다.
 
파스칼린:(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번에는 아까 먹었던 것과 다른 통조림을 꺼내 깝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냄새를 맡아본 뒤 조금 맛을 봐요.)
 
(GM):기한이 아주 많이 남은 통조림입니다. 맛은...
...아까보다 역합니다.
 
파스칼린:(... ... 메스꺼움이 올라와 뚜껑을 덮고 제자리에 둡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봤던 촉수는 여전히 있나요?)
 
(GM):네. 여전히 그 자리에.... 아니, 아까 중력장치가 풀려서 온전히 그 자리라고는 말은 못하지만 아무튼 그 주변에 있습니다.
 
파스칼린:(통조림 안에 든 음식을 가져다 대봅니다. 무반응인가요?)
 
(GM):네. 반응 없습니다.
 
파스칼린:(그럼 순순히 통조림을 덮어놓고 방으로 돌아갑니다. 헬리온은 여전히 침대에서 잠들어있나요?)
 
(GM):네.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숨소리가 당신의 방을 채웁니다.
 
파스칼린:(... ...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는 망설이다가 침대에 걸터앉습니다. 그리고 등을 기대어 반쯤 눕듯이 앉아요.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기다림뿐이라면 그냥 잠에 드는 것도 방법일지 모릅니다.)
(옆자리에 있는 헬리온에게 힐끔 시선이 가 닿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많은 게 달라져 있을 거라니.)
(그게 무슨 의미인지, 구조팀이 정말 와줄지, 지금 다 괜찮은 상황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잠깐 눈을 붙여보기로 해요.)
 
(GM):당신은 침대에 눕듯 앉아서 눈을 감습니다.
의외로 많이 피곤했는지 졸음이 쏟아집니다.
눈을 뜨면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내고, 구조되어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서,
당신은 솔라레오 와 여느 때처럼….
...
 
(GM):잠에 든 와중, 기분 나쁘고 끈적한 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썩은 내와 검은 기운이 풍기는 것 같습니다.
듣기 판정.
 
파스칼린: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GM):불쾌한 소리가 끊임없이 당신의 귓가를 울립니다.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리를 동반한 그것은 연거푸 물컹 이며 당신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아파집니다, 손발에 쥐라도 난 것 같습니다.
 
파스칼린:(미간이 절로 찌푸려집니다...)
 
(GM):눈을 뜨고 마주하나요?
 
파스칼린:(그게 현명한 선택일까?)
(솔직히 그냥 모든 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게 현명할지도 모르지만, ... ...인간이 저지른 첫 번째 죄는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하나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뜹니다.)
 
(GM):당신의 방문 주변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촉수가 보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처음 연구하던 헬리온과 똑같은 형상을 띄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색, 끈적한 액체가 지나가는 곳을 썩힐 것만 같은 불쾌한….
끔찍한 외계생물입니다.
 
돌... 돌아가야... 돌...
 
(GM):알 수 없는 말을 계속 지껄이는 촉수는 느릿하게 움직이며 당신의 발치를 휘감습니다. 어찌나 힘이 센지 당신의 발목이 부러질 것만 같습니다.
 
파스칼린:(여기에 저항해봤자 무용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발을 움직이려 해봅니다. 어떻게 되나요?)
 
(GM):움직일 수는 있으나... 보통의 힘으론 떼어내지 못할 힘입니다.
그리고 순간, 잠들었던 헬리온이 일어납니다.
창밖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이 두 사람이 있는 선내를 비춰 헬리온의 표정은 자세히 보이지 않습니다.
헬리온이 일어나자 그 촉수는 계속해서 비명을 지릅니다.
계속, 계속해서요.
방 안에 울리는 소리가 사방을 긁습니다.
 
파스칼린:(헉, 헉.... 이 일련의 상황을 곧장 인식하고 정보로 변환하는 작업이 어렵습니다. 뛰지도 않았는데 숨이 거칠어집니다.)
(시선을 돌려 애써 헬리온과 촉수를 번갈아봅니다.)
 
(GM):이윽고 절대로 해를 입지 않을 것 같았던 그것은 온몸이 갈라지고, 바들바들 떨기 시작합니다.
그 뒤 당신의 발목을 놓고, 침대 밑으로 거대한 촉수가 축 늘어집니다.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나요?
 
파스칼린:(그것이 완전히 늘어지고 나서야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 ... 설마 방금 질렀던 비명의 의미가. 헬리온을 힐끔 보았다가 촉수를 향해 다가갑니다.)
 
(GM):자세히 보니까 촉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별빛에 비친 팔다리는 갈라져 피범벅이 되어있지만 익숙한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얼굴이 터져버렸는지, 방 안에는 그의 이빨과 눈알이 흩어져 알알이 구르고 있습니다.
침대에서 내려온 헬리온은 그것을 맨발로 밟아 터뜨립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알이 터져 퍼진 피가 헬리온의 발목에 맺혀 뚝, 뚝 흐릅니다.
인간입니다.
 
파스칼린:(... ... 인간? 그 사실을 인식하자 돌연 오한이 척추를 타고 올라옵니다. 언젠가 방에서 발견했던 쪽지가 뇌리를 스쳐갑니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목을 움켜쥐었다 놔요.)
(뒤늦게 말을 쥐어짜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 ... 방금, 분명히, 왜... 아니. 아닙니다.
 
헬리온:(고요하게 당신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아무 말 없이.)
 
(GM):당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럼 우주선의 복도에서 봤던 촉수 같았던 살점. 그것들도 전부…. 인간이었던 건가?
 
파스칼린:(명백해집니다. 막연한 추측에 가까웠던 것이 구체성을 띠고 명백한 사실로 변해갑니다. 헬리온.... 헬리온... 헬리온...)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습니다. 총을 둔 것도, 음식을 먹은 것도 방금 그건가? 그럼 언제부터? 어떻게? 왜? 몸은 굳어버렸는데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GM):...확인을 해봐야 할까요?
 
파스칼린:(... ... 확인을 하면, 뭐가 달라지나? 내가 처한 이 상황이? 하지만 연구자를 업으로 택한 사람이라면 필히 확인과 검증의 시간을 가져야겠죠.)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확인해봅니다.)
 
(GM):당신은 반으로 갈라져 죽어버린 인간을 확인해봅니다.
옷을 뒤져보면 주머니에 있어야 할 총 하나가 없어요.
그렇다면, 식당 안에 놓여져 있던 총은......
...복도로 나가보나요?
 
파스칼린:(자신이 총을 넣어두었던 안주머니를 만져보며,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복도로 나가봐요.)
 
(GM):당신은 헬리온을 스쳐 지나가 복도로 나섭니다.
여전히 뭉근한 악취들이 즐비합니다.
구석구석에 놓여있던 그 촉수들, 헬리온이 앉아있던 조사실 곳곳에 묻어있던 그 촉수들.
당신은 깨닫습니다.
되새겨보면 그것들은 팔다리였습니다.
몸통이고, 뇌이자, 위이기도 하며, 손가락들이었고, 손톱이었고, 머리카락이었고, 갈비뼈이자, 슬개골이며, 동료의 몸이었고 정말로 이들은….
 
(GM):명백하게 인간이었습니다.
 
파스칼린:(토기가 올라옵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생각으로만 접했을 때는 몰랐던 공포가 올라옵니다. 왜? 대체 왜? 어쩌다가? 그리고 왜, 나만?)
 
헬리온:(어느새 당신 뒤에 다가와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인간이었던 것들을 바라보다 시선을 당신쪽으로 돌려요.)
 
파스칼린:(고개를 돌리지 못하겠습니다. 아니, 똑같이 굴어야 하나? 하지만 이게, 대체 왜. 눈을 꾹 감았다가 뜨고 천천히 시선을 돌립니다.) ... ... ...
 
헬리온:......날 의심하는구나.
 
파스칼린:... ... 당신은, (이후에 무슨 대답이 돌아오든 듣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모릅니까? 연구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헬리온:내가 한 짓이 아니야.
자기들끼리 물어뜯은거지.
 
파스칼린:(이쯤 왔으면 그냥 물어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말해주지 않은 겁니까.
 
헬리온:(싸한 눈으로 인간이었던 것들을 다시 보다 눈을 감습니다.) 응.
 
파스칼린:(눈가를 꾹꾹 누르다가 뗍니다. 손가락 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지금껏 당신과 나눴던 말들을 되짚습니다.) ... ... 혹시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닙니까? ...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뿐입니까?
 
헬리온:(당신이 그리 물어보면 잠시 말이 없다가 눈을 뜹니다. 당신을 바라봅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듯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제 알려줘도 될 것 같네. 이곳이 제일 성공한 시간선이니까.
 
(GM):헬리온이 말을 끝맺은 뒤 당신이 눈을 뜨면, 사방이 검은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꿈을 꾸는 걸까요? 아니면 우주선에 불이라도 꺼진 걸까요.
사방을 둘러보니 당신의 눈에 띄는 것은 딱 하나가 있습니다. 헬리온입니다.
태양을 모으고 빛으로 가공해 만든듯한 사자. 갈기처럼 퍼져있는 촉수들. 몸 이곳저곳에 달려있는 눈은 징그럽지 않고 오히려 밀수꾼들과 세상 보석감정사들이 탐낼만한 아름다운 것처럼 보입니다.
 
파스칼린:(제일 성공한 시간선. 그 말을 끝으로 시야가 암전됐다가, 돌아오고, 당신이 눈에 담기면 절로 입이 벌어집니다. 그야말로 홀린 듯한 감각에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있기를 얼마간. 헉, 하고 숨을 들이키며 정신을 붙들어봅니다.) 헬...리온?
 
헬리온:(다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걷는 걸음 그 때마다 새롭게 다리가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얼굴쪽처럼 보이는 여러개의 눈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형용할 수 없는 보석이 빛나는 것 같아요.) 내가 뭘로 보여?
나를 봤을 때 힘들지 않아?
어떤 기분이 들어?
너가 날 부르던 이름을 기억해?
 
파스칼린:(어떤 기분인가요? 기억이 떠오를까요? 분명 그가 낯익게 느껴지던 순간이 있기는 있었죠. 그리고, 지금은....)
 
(GM):기억이 떠오르진 않습니다만 당신 입가에 맴도는 어색한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솔라레오 라이온하트
 
파스칼린:(귓가에 들리는 모든 질문이 아득하게만 들려옵니다. 힘드냐니, 어떤 기분이냐니, 이름을 기억하냐니. 모르긴 몰라도 힘겹지는 않은 것 같고, 기분도 나쁜 축에 속하진 않는 것 같고-그래서 의아한 구석은 있어도-이름은,) ... ... 솔라레오 라이온하트...
(반쯤 중얼대는 기색으로 낯선 듯 익숙한 그 이름을 읊습니다.)
 
헬리온:(그러자 눈이 동시에 접힙니다. 웃는걸까요? 촉수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나는 널 만나기 위해 여기에 왔어.
나와 함께 돌아갔으면 해서 우주선에 일부러 붙었어.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까 알려줄게.
너가 정신을 잃지 않을 것 같고, 이제는 내말을 전부 알아 들어줄 것 같으니까.
 
파스칼린:(이전에는 정신부터 제대로 붙잡지 못했다는 소리로군... 대충 그렇게 생각하다가 묵묵히 고개만 끄덕입니다.)
 
헬리온:파스칼린. 사실 너도 나랑 같은 종족이야.
시공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신화생물.
 
파스칼린:(어라. 첫마디부터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발언.)
시공을... ... 제가 말입니까?
 
헬리온:응. 그 중에서도 너는 정말...... 정말 대단한 존재였는데.
추종을 불허했지.
 
파스칼린:(심지어 정말 대단한 존재? 얼떨떨한 기색을 얼굴에서 지우질 못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얘기란 말인가요. 입술만 달싹이며 뒷말을 기다립니다.)
 
헬리온:그런데 어느 날 너는 사고를 당했어. 인간에 의한건진 몰라도......
몸과 영혼이 찢어졌거든. 그래서 난 너의 몸을 회수하고 있었어.
너의 영혼은 곧 인간의 몸에 깃들었어. 심지어는 평행한 세계든 아니든 상관 없이.
다른 조각은 쉽게 찾아왔는데 몇 조각은 쉽게 회수하질 못하겠더라.
....너와 같이 있던 인간들이 미친 것 처럼, 인간의 몸과 정신은 너무 약해서 넌 나를 볼 때마다 미쳐버렸어. 이 세상의 진리를 이해할 수 없었지.
하지만 인간은 윤회를 하고, 나도 시공간을 다룰줄 아니까 계속해서 너와 같이 윤회했어.
 
헬리온:너의 영혼에... 우리들의 진리와 지식을 축적했어.
물론 내가 진짜 인간처럼 모든 기억을 일시적으로 잊고 인간처럼 살아간 곳도 있긴 하지만. 거기는 세상 자체가 그것에 익숙한 곳이었어서.
 
파스칼린:(당신이 말을 이어가는 동안 조용히 듣고만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어안이 벙벙하니까요. 몸과 영혼이 찢어져 그를 회수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윤회를 계속해왔다...)
그...럼.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다...라는 겁니까. 당신 말대로라면?
 
헬리온:(그에 답하듯 당신 앞으로 다가갑니다. 지금도 당신 키를 넘어가는 덩치긴 하지만...이것도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니고, 본 모습은 정말 거대할거라는 예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툭 댑니다.)
 
(GM):헬리온의 모습이 바뀝니다. 촉수가 당겨져 사람처럼 변해요. 다만....
 
솔라레오:(헬리온을 닮았지만 보다 좀 더 사람같은 형상의 모습입니다.)
파스칼린.
 
파스칼린:... ... 솔라레오?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이었습니다. 몸에 익기라도 한 것처럼.)
 
솔라레오:응. (환하게 웃습니다.)
손좀 줘볼래? (양 손바닥을 보여줍니다.)
 
파스칼린:(환하게 웃는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가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GM):당신은 솔라레오의 손을 잡습니다.
두 사람의 손 위에 수많은 행성이 떠다니다, 흩뿌려저 검은 천장에 별처럼 수놓아집니다.
 
솔라레오:너를 마나기 위해 몇천년을 돌아다녔어. 이 수많은 시간선과 윤회 사이에서 지금이 제일 적기였어.
우리가 어떤 사이였고 어떤 형태였는지 내 마음은....
...항상 같았으니까.
비록 다른 사람과 손을 잡을 때도 있었지만, 기억을 잊고 인간으로 살아온 나는 늘 너를......
 
파스칼린:(기분이 묘합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현실감이라곤 없지만, 그 어떤 실감도 나지 않지만. 손에 맞닿아오는 온기는 분명 따뜻하고, 들려오는 음색에 마음 한 구석이 저려와서... ...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걸어가 당신을 조심스레 끌어안습니다. 품에 느껴지는 부피감이 어쩐지 낯익습니다.)
 
솔라레오:같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신의 품에 들어가게되면 입술을 닫고 조용히 같이 안아줍니다.)
(수십번, 수백번을 반복해 온 시간선의 몸. 인간은 또 적응의 동물이라, 당신의 품 안에서 제 뺨을 부비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파스칼린:(익숙하다못해 기껍게 뺨을 부벼오는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등을 토닥여줍니다. 당신이 물러나기 전까지요. 이상해. 아주 이상한 기분입니다.)
 
솔라레오:(한참을 그렇게 안겨있다가 무언가 해야하는 일이 있어 먼저 품을 벗어납니다. 아쉬운 얼굴은 숨기지 않아요. 하지만 한쪽 손은 계속 잡고있습니다.) 파스칼린.
우리가 걸어온 시간들을 되짚어볼래?
(다른 한쪽 손에 별 하나를 끌어옵니다.)
 
파스칼린:(순순히 당신을 놔주었다가 당신이 이끄는 대로 행합니다. 시간을 되짚어본다?)
 
솔라레오:눈을 감고 셋까지만 세면 될거야.
 
파스칼린:(... ... 목이 탑니다. 이미 많은 걸 알아버렸지만 완전히 잊고있던 기억이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지.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셋을 셉니다.)
(하나, 둘…)
 
(GM):눈을 떠보나요?
 
파스칼린:(... ... 됐나? 셋까지 세 보았다가 기척을 느끼고 눈을 떠봅니다.)
 
(GM):빛이 거의 들지 않는 곳. 지하일까요?
당신과 닮은 사람이 서있습니다.
주술이 걸린 꼬챙이에 꿰이고 묶여있는 솔라 앞에요.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은 인간의 나라에서 꽤나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는 자 같습니다.
몸에 상처를 내 피를 흘리자 솔라레오와 닮은 그것이 일어나 당신을 공격하지만, 바로 쓰러집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를 천으로 덮어 그 공간을 빠져나갑니다.
 
솔라레오:수백년동안 이 곳에 갇혀있었는데 너가 꺼내줬었어. 기억 나?
 
파스칼린:(기억이 차츰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이 드나요?)
 
(GM):네. 그 상황을 보면 천천히 스미듯 그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파스칼린:(물에 들어간 잉크가 퍼지듯 기억이 돌아오는 듯도 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보입니다.)
 
(GM):두 존재는 가만히 서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공간도 바뀝니다.
왕의 다음으로 귀한 몸이라는 자가 솔라에게 함부로 대하다 역으로 당하는 일.
신의 안배인 솔라의 힘을 업고 왕위 계승전을 치루는 일.
작은 화원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그 날.
솔라를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솔라를 당신의 손으로......
 
솔라레오:저때 엄청 아팠는데. (그 쪽을 살짝 문지르며 웃습니다.)
 
파스칼린:(차츰 흘러들어오는 기억에 관자놀이를 살짝 문질렀다가 놓고... 이어진 당신의 말에 살짝 흐릿하게 웃었다가 잡힌 손을 잠깐 내려다봅니다.)
 
솔라레오:(당신이 손을 내려다보면 같이 내려다봐요. 이유가 궁금해서.)
 
파스칼린:... ... 기분이... 이상해서 말입니다. 먼 기억을 같이 들여다본다는 게.
 
솔라레오:시간만 따지면 이건 우리가 인간의 몸을 가진 이후 첫만남이었어.
그 전에 널 닮은 애를 봤었다 했는데 그 애는 너가 아니었으니까.
 
파스칼린:(아. '그 애.'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솔라레오:지하에 갇혀있는동안 너가 태어났다 죽었는지도 몰랐고......
버틸만 했어. 권력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언젠간 나를 찾겠지.
(그리고 손을 한번 공중에서 휘두릅니다.)
 
(GM):순식간에 풍경이 걷혀집니다.
 
파스칼린:(언젠간 나를 찾겠지. 그 한 마디에 담긴 기다림의 시간이라든가, 본인을 향한 기대와 신뢰같은 것이 느껴져서 눈을 감았다 뜹니다.)
 
솔라레오:(다른 별 하나를 끌고옵니다.) 그런데 결국 그 제국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 우리는 거기서도 만났어. 물론 텀이 많이 길었고, 건국 초기때도 아니지만.
 
(GM):이번에도 쿰쿰하고 어두운 곳에서 시작합니다. 보아하니 어디 뒷골목같아요.
로브를 쓴 채 혼자 조용히 무언가를 처리하려고 간을 보는 솔라를 당신이 살짝 막습니다.
지금 저건 미끼일 뿐입니다.라고 말도 해주고요.
뿌리를 뽑으려면 언제 오는게 낫다는 둥 짧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당신은 뒷골못에서 벗어납니다.
이 만남을 시작으로 솔라는 정체를 숨기고 당신에게 다가갔습니다.
나중엔 자신이 나라의 높은 사람이라는걸 스스로 밝히긴 했지만요.
 
(GM):계약은 사랑이 되고, 사랑은 결국 약조가 되어 두 사람을 이어줍니다.
두 사람을 똑 닮은 아이 둘도 낳았어요. 스텔라와 아슬란.
어느 날 나라에 전쟁이 발발했을때, 당신은 책무를 다 하기 위해 출전하려는 솔라를 배웅합니다.
말에 탄 솔라가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다 허리를 숙이고 입을 맞추면, 당신도 솔라가 쓰러지지 않게 받쳐주고 부적같은걸 건네줍니다.
 
솔라레오:우리 싸웠던것도 기억 나?
내가 울면 넌 늘 져줬었잖아. 달래주면서 밤산책 나가자고 하고.
죽고서 다시 헬리온으로 돌아왔을때, 그게 너무 좋았었어.
신화생물이어도, 인간이어도 너는 다를바가 없구나 싶어서...
 
파스칼린:... ... 져주다뇨, 대화를 나눠보려고 한 거지.
다를바 없이 느껴져서... 기뻤다면. 다행입니다.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 아직은 생경한지 말이 조금 느릿느릿하지만, 그래도 음색이 부드럽게 풀려가고 있습니다.)
 
솔라레오:다른 사람에게 하던 말 보면 그렇게 안느껴졌는데.
(낮게 웃습니다.) 여기 시간선의 윤회는 이게 끝이었어. 너의 영혼도 회수했고.
 
(GM):밤하늘에 흐드러지게 핀 별들 아래에서 산책하는 두 사람.
솔라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하늘에서 빛이 다른 별을 끌어와 다른 시간을 보여줍니다.
초능력자와 그걸 제어해주는 관리자가 있는 시간선.
아무래도 신화생물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솔라는 시설에서 약물제어만 받다가 당신을 만나 사회로 나아갈 기회를 얻습니다.
...부모를 죽이고 당신 눈 앞에서 자살해버리긴 했지만요.
 
솔라레오:파스칼린. 저때도 날 사랑했어?
 
파스칼린:(잠깐 말이 없었다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시간선은 기억 상에 없습니다.
 
솔라레오:기억이 안나는게 아니고?
 
파스칼린:(하하... 하고 낮게 웃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느꼈던 시간선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 늘 결과가 의도대로 나오지는 않으니까.
 
솔라레오:(말 없이 당신을 바라보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대답합니다.) 그렇진 않아. 우리가 만나거나 만나지 못했거나로 나눠지니까.
기억을 잊고 인간으로 살아가다보면 미래를 알 수 없으니까 작은 선택이 크게 어긋나는 미래가 되는거고...
계속 반복하던 시간선이 그랬어. 태어남부터 죽는것까지. 수십번, 수백번....
너가 날 만났을 때도 있었고 아닐때도 있었어.
그때의 나는 일찍 죽었지만.
 
파스칼린:(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마지막 말에 눈썹 한쪽이 올라갑니다.) 저를 만나지 못한 시간에서는 생이 짧았다...라는 뜻입니까.
 
솔라레오:응. 성체가 되지 못하고 죽었으니까.
그 시간선은 약한 신화생물들이 인간들 보금자리에 들이치는 곳이었거든.
난 거기서 그 신화생물들을 죽이는 역할이었어.
마법소녀라 불렀지.
아직도 기억나. 무너지지 않는 최전선이라는 호칭이.
 
파스칼린:(아, 굉장히 낯이 익은 호칭이라 반사적으로 움찔합니다.)
 
솔라레오:제일 많은 시간을 반복했으니까...
(다시 공간을 거두고, 제일 큰 별 하나를 손에 쥐어 퍼트립니다.)
 
(GM):20NN년 서울.
두 사람의 첫만남입니다.
초등학교 끝자락 겨울방학부터 전선에 나선 솔라와,
어릴적부터 뒷골목에서 악착같이 살아온 당신.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만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 전쟁터에서 마주합니다.
 
솔라레오:열여덟이었지.
너는 스물일곱이었고.
기억을 일부러 잊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했을때, 처음 느꼈던건 늘 똑같았어.
고되게 살아왔구나.
 
파스칼린:(물끄러미 보다가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턱을 두드리다 내립니다.) 저도 비슷한 감상이군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든, 당신은 언제나... (말끝이 흐려집니다.)
 
솔라레오:여기가 분기점이었어. 너랑 만나지 않았다면 난 얼마 가지 않아.... 그러니까, 마수라 불리는 것들에게 죽었거든.
 
파스칼린:(묘합니다. 본인과의 만남이 생의 분기점이었다니.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자신의 생에서도 솔라는 부재했을 거라는 뜻인데... 본인의 생은 길게 이어졌을지. 생각에 잠겨 말이 없어집니다.)
 
솔라레오:(그 생각에 답하듯 입을 엽니다.) 걱정 마. 먼저 죽고 이 몸으로 돌아와서 지켜본 너는 꽤 잘 살아가는 편이었어.
언제 한 번은 너가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지 나를 늦게 찾아왔었는데, 그 때도 나는 얼마 못가 죽었거든.
아예 만나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몰라.
 
파스칼린:(어떤 걸 걱정 말라는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 순순히 얘기를 들었다가... 끝말을 듣고 물어요.) 그 시간선의 당신은 그렇게 느꼈습니까? 아니면 제3자의 시선으로 지켜본 입장에서의 추측입니까?
 
솔라레오:제 3자의 시선이겠지. 지금 나의 기억을 가지지 않은 솔라레오 라이온하트와 나는 다를테니까.
힘들어보였거든. 시간선이 어디서 어떻게 꼬였는지는 몰라도...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르게 흘러가면 많이 힘들잖아. 나도 인간이었어서 잘 알아.
너는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해줬었고, 다음 생엔 너도 잘 살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을텐데.
어떻게보면 대가가 내가 된 걸 수도 있고...
그런 생각.
 
파스칼린:(잠자코 듣고 있다가 짤막하게 말해요.) 대가로 당신을 취해갔던 거라면.... 그만큼 당신과 깊고 긴밀하게 엮여있다는 뜻이 되겠군요.
부재와 상실로 그 소중함의 크기를 증명해준다는 건 꽤 지독한 방식이군요...
 
솔라레오:그래도 그 다음부턴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으니까.
(잠시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다 왼쪽 쇄골과 목 사이에 있는 큰 흉터를 만져요.) 이 흉터, 도끼 비슷한 거에 찍힌거야.
열다섯에. 무슨이야긴지 알겠어?
열여덟에 만난 너는...... 산소호흡기 같은거였지.
 
(GM):느릿하게 화면이 바뀝니다.
야밤에 침대에서 박차고 뛰어나가던 솔라의 발걸음 소리.
며칠 지나고 나선 그 발걸음 소리는 당신을 향했고, 그땐 그닥 친하지도 않은 사이였지만 솔라는 당신에게 품을 빌려달라 합니다.
 
파스칼린:(본인이 아끼고 의지하던 형제와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걸 떠나서도 어린 나이에 악몽을 꾸고 달려오는 이를 내칠 수는 없었기 때문에...) ... ... 그랬군요.
그런 시기에 만나게 된 것도 어떤 운명의 흐름이었을지. (반쯤 중얼거리듯 그리 말합니다.)
 
솔라레오:그러지 않았을까? 열여덟에 죽은 이유가 무릎부상이 심해져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죽었던거였거든.
인간의 몸은 참 약해...
 
파스칼린:(그때까지 견뎠다는 건 강하다고 생각되지만서도. 생각하며 중얼대는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GM):시간이 다시 흐릅니다.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며 노는 두 사람. 솔라의 도발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 당신.
담배를 피고, 몰래 우는 당신을 혼자라면 외롭다며 안아주는 솔라.
얼마 가지 않아 당신은 다른곳으로 빠졌지만, 솔라는 당신에게 꾸준히 연락을 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대학교에 가서 방패막이좀 되달라는 솔라의 제안을 수락한 당신. 그렇게 두 사람은 연애계약을 맺습니다.
 
솔라레오:저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
난... 그러니까, 솔라레오는 사실 안될거라 생각했거든. 저 시간의 너는 선이 정말 명확한 인간이었어서.
그래도 좀 친해졌나 싶었어도 저정도까진 아닐거라 생각했어.
 
파스칼린:그때 제 반응을 기억하신다면 예측하셨겠지만... 의아했습니다. 나한테 하는 요청이 맞나. 이게 첫 번째 감상이었죠. (당신의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듯 눈동자를 데록 굴립니다.)
대행이 필요한 건 알겠지만 왜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나일까, 궁금했습니다만.... 나중에 가서는 이유가 그리 중요한가. 싶어지더군요.
그냥,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고 그에 응해줄 수 있다면 함께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GM):시간은 계속 흐릅니다. 당신이 가끔 솔라 대학으로 찾아갈 때도 있었고, 솔라도 당신이 먹고싶어하는 디저트 가게에 동행을 해줄때도 있었습니다. 시킨 메뉴는 전부 달지 않은 것 뿐이지만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솔라의 병이 점점 악화될 쯤, 당신은 걸어온 길을 청산하기 위해 솔라의 곁을 떠납니다.
누군가에겐 최선의 선택이 누군가에겐 최악의 결과가 되버린 일이었습니다.
 
솔라레오:늘 그랬지. 난 3년동안 너가 보고싶어서 가끔 편지를 쓰고.
지금은 알아도 너는 적어도 뭘 하러 간다고 말해주지도 않았으니까.
힘들었었어. 정말로.
솔라레오 라이온하트로 살땐...
 
파스칼린:(일이 생겨서 떠나야 한다, 그 정도만 전했던가요. 정말 최소한의 정보만 전하는 것이, 골치아픈 이야기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자신과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앞으로의 당신에게도 좋을 거라고 당시의 본인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결과는 이렇게 되었지만.)
(그러다 돌연, 아까 당신에게 들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 ... 어째선지 당신은 계속... 기다리는 것 같군요. 미안합니다.
 
솔라레오:어쩔 수 없지. (덤덤하게 대답해줍니다.)
 
(GM):3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연륜이 찬 모습으로 재회합니다.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자란 마음을 서로에게 보여줍니다.
길었던 시간을 지나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솔라레오:인간이 사는 세계는 너무 민감한 것 같아.
무슨 일이 없이 평탄하게 같이 지낸 적도 많았지만 대규모 차원문 전쟁이 일어나서 너에게 약물을 쓴 적도 있었고,
너에게 같은 상처를 주기 싫어서 내가 억지로 헤어지자고 한 적도 있었고,
음.... 결혼해서 자식을 낳은 시간선도 있었는데.
아까 처음에 봤었지? 똑같이 생겼어.
 
파스칼린:(서로를 하나씩 빼닮았던 얼굴이 떠올라 픽 웃습니다. 웃음이 곧 대답이 되었겠지요.)
... ... 민감하다는 건, 그만큼 변화무쌍하다는 뜻으로도 들리는군요.
 
솔라레오:응. 하나 볼래? 싫다면 넘어갈수도 있어.
 
파스칼린:굳이 안 볼 이유도 없으니 말입니다.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솔라레오:(가져온 별 가까이에 있던 작은 빛을 화면쪽을 띄웁니다.)
 
(GM):나라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최전선이 밀려납니다.
거대한 차원문에서 쏟아져나오는 이계의 것들은 현재 있는 병력으로는 몰아내기엔 역부족이라 결국 징집령이 떨어집니다.
그 곳에서 솔라는 계속 최전선이었고,
자신과 한 조가 된 적도 있고, 능력도 유용한 초능력자인 당신에게 상의도 없이 약물을 투입합니다.
마력억제약물을요.
 
(GM):자신과 같은 팀이었다면 필수로 최전선에 서야되는데 전쟁이 싫어 다른 일을 얻은 사람을 징집시킬 수 없다는 솔라와 좀 더 자신을 믿어달라는 당신이 보입니다.
 
솔라레오:...그래서 내가 뭐라 말했더라?
헤어지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분노든 뭐든 나한테 다 쏟아내라 했었나...
 
파스칼린:(얼마간 생각에 잠겼다가) 생각해보면 비슷한 이유로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습니다, 우리.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건을, 구조를 앞에 두고서.
... ... 각자가 생각한 최선의 발버둥, 이었던 거겠죠. 그게.
 
솔라레오:솔라레오 라이온하트는 세상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것도 알아?
네게 좀 더 안전한 세상을 선물해주고 싶어했었어.
 
파스칼린:알죠. ....그걸 알게 됐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라고 여겼던 것도 기억나고요.
결론은 같았으니까.
(신화적인 존재였다고는 하지만, 직전까지 인간으로 살아온 이는 입이 씁니다.) 어쨌든 솔라레오 라이온하트는 전장에 서고, 파스칼린은 기다린다는 게. 그게 각자의 버티는 방식이었다는 게.
 
솔라레오: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견뎌내는것밖엔 없었던 결말이었지.
나 뿐만이 아니라 너도 많이 기다렸잖아.
사랑하니까... (당신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파스칼린:(힘주어 잡아오는 손을 내려다보다가 손가락으로 손등을 쓸어줍니다. 수도 없이 많은 윤회를 해온 존재의 손입니다. 오직 자신만을 보고.)
 
(GM):다른 전쟁이 펼쳐집니다.
두 아이를 품에 안은 당신과 솔라.
전세계적으로 마수웨이브가 시작되어 징집을 피하기 위해 당신은 어릴적에 살던 동네로 아이들과 도망칩니다.
물론 솔라는 전쟁터에 섭니다. 그 나이때까지 무너지지 않는 최전선 이었으니까요.
마수 웨이브가 종료된건 7년 후였습니다.
당신의 노력덕에 잘 자란 아이들과...
 
(GM):조금 더 나이를 먹은 당신. 그리고 한쪽 눈을 잃고 돌아온 솔라.
두 사람이 재회합니다.
 
솔라레오:아슬란하고 친해지는게 그렇게 어려웠는데. (푸스스 웃어요.)
스텔라는 너무 의젓했지.
 
파스칼린:(같이 흐릿하게 웃습니다.) 헤어진 시기가... 유독 애매했죠. 여러모로.
서로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솔라레오:고생은 너가 다 했지.
 
파스칼린:(고개를 젓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전장에 있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비유로도, 직접적인 의미로도.
 
솔라레오:나야 싸우는게 업인 인간이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이상하게 너는 이 시간선에 예속된 것처럼 보였어.
유독 우리 둘만 살다 죽은 일대기가 제일... 널 강하게 잡아두는 것 같았고.
아이를 낳고 삶을 마감한 영혼은 쉽게 얻을 수 있었는데 딩크라고 하지? 그 길은 정말 강하게 엮여있더라.
늘 내가 먼저 죽었잖아.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너가 죽었는데, 영혼을 회수하기 어려워서 반복하고, 계속 반복하고....
윤회라기보단 루프에 가까웠지. 나도 그때마다 기억을 잊고, 널 만나길 기다리고. 기억을 잊고 시작한거니 기다린건 맞는 말이 아닌가? (하하 웃습니다.)
 
파스칼린:(가만히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시간선에... 예속됐다니. 그러다 루프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당신을 따라 희미하게 웃습니다. 당연히 기뻐보이는 미소는 아니지만요.)
그럼, 이제는 그 굴레에서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당신은 보는 겁니까?
 
솔라레오:완벽히는 아니더라도.
 
파스칼린:완벽히는 아니다.
 
솔라레오:응. 그래도 문제는 없을거야.
 
(GM):주변으로 시간이 섞입니다.
각자 생일을 맞이해서 서로에게 요리를 해주는 모습.
기념일마다 선물을 교환하며 웃는 모습.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가는 모습.
비오는날 영화를 틀어두고 서로 안긴채 구경하는 모습.
운동을 도와주는 모습.
 
(GM):직장까지 마중나간 모습.
그리고...
밤하늘이 펼쳐집니다.
별빛이 쏟아질것만 같은 하늘 아래에서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
지금 당신과, 헬리온이라 불렸던 솔라레오가.
 
솔라레오:(입을 쉽게 열지 못합니다.) 기억나?
프로포즈를 한 뒤에 너가 여기를 보여줬잖아.
 
파스칼린:(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내려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럼요. 기억합니다.
(입꼬리가 가벼운 호선을 그립니다. 은은하게 드러나는 환희.) 당신이 답해주지 않았습니까. 제가 선택한 첫 번째 가족이 되어주겠냐는 말에.
 
솔라레오:(같이 옅게 웃어요.) 우리는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고 했지. 앞으로도.
 
(GM):어느새 두 사람의 왼손 약지엔 결혼반지가 껴져있습니다.
 
파스칼린:(손을 가져와 마디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가만 봅니다.)
 
(GM):당신이 반지를 바라보자 다시 우주선으로 돌아옵니다.
아니, 애초에 계속 서있었으니 환상이 걷어진거라고 하는게 맞을까요? 시공을 움직일수있는 존재가 앞에 있으니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건, 발이 땅에 디뎌지는 것과, 다시금 당신의 코를 찌르는 악취들이 느껴지는걸 보니 원래의 장소로 돌아왔다는 점.
당신이 촉수라고 생각했던 존재들은 전부 당신들의 동료, 인간이었다는 점.
당신도 인간의 몸으로 헬리온을 만났기에 점점 정신이 비뚤어졌을 거라는 점...
두 사람이 서있는 하얗고 긴 복도의 사방에는 인간의 팔다리가 꽃처럼 붉게 수 놓여 있어요.
 
(GM):지능 판정.
 
파스칼린: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1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그래요. 헬리온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이들은 헬리온이 당신을 만나기 위해 찾아와서, 약한 정신을 맞붙잡지 못하고 서로를 괴물로 인식한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죽이고 찢어발겼겠죠.
여러 가지의 사실에 익숙해진 당신만이 실낱같은 이성을 유지하고 헬리온과 단둘이 남게 된 것입니다.
 
헬리온:(다시 인간형 신의 모습으로 당신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당신과 같은 모양의 결혼반지는 끼고 있어요.)
더 많은 기억들이 있을거야. 수많은 윤회와 루프로 다져진건 적은 양이 아니야. 우리는 분명 수십 번을, 수백 번을 만났어.
파스칼린. 인간의 몸에서 벗어난다면 너도 나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거야.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반짝이는 눈으로 잔잔히 당신을 바라봅니다.)
 
파스칼린:당신과 같은 일...
... ...
인간의 몸에서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습니까? 그리고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냥 이대로... 살아가게 되는 겁니까.
 
헬리온:너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췄어. 너가 받아들인다면 벗어나는건 쉬울거야. 그리고...
인간으로 남고 윤회하고싶다 하면, 그래도 돼. 그게 너의 선택이라면 난 말리지 않아.
언제 다시 널 이렇게 마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난 기다리는거 하난 잘하니까. (눈을 살짝 접어 미소짓습니다.)
 
파스칼린:(빤히 올려다봅니다.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시 당신을 봅니다. 손을 뒤집어 손바닥을 펼쳐 내려다봅니다.) ... ... 돌아가죠.
돌아가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하고 당신에게 손을 뻗습니다. 손가락에 끼운 반지가 빛을 반사해 반짝입니다.)
 
헬리온:......(쉽게 돌아간다는 얘기가 나와 눈이 커집니다.) 괜찮겠어? 너는 예전에도 호기심이 많았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무언갈 하고싶어했잖아.
나때문에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돼. 넌 무언가를 탐구할때 제일 빛났어.
 
파스칼린:괜찮습니다. 이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듯, 그 몸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법일 테고... ...
아무래도 당신과 같이 있고 싶으니까.
 
헬리온:....... (당신의 손을 다시 잡습니다. 입을 살짝 맞추고 떨어져요. 그리고...... 처음 만났던 그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GM):창문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바람도 불지 못하고 햇빛도 들지 못하는 이곳에서 두 존재의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눈을 감으면 수많은 순간이 스쳐 지나갑니다.
윙윙거리는 우주선의 엔진 소리가 들려옵니다.
전부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솔라와 걷고 잠에들고 무언가를 약속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일들은 고스란히 당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당연하죠. 그가 당신을 만나기 위해 돌아왔던 상황들.
 
(GM):당신의 반복되는 윤회를 기다리며 생을 들여다보던 사려 깊은 눈길.
당신을 되돌려받기 위해,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던 솔라레오...헬리온의 노력은 인제 와서 보상받을 수 있겠군요.
길고 긴 시간이었을 겁니다.
외로웠을지도 모르겠어요.
유리에는 사뭇 달라진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아,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GM):공간과 시간을 오롯이 당신의 것으로 여기고,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존재가 될 준비가 끝났습니다.
온몸에 열이 납니다. 무언가가 갈라지고, 변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기분이 마냥 나쁘지는 않습니다. 우주선 안에 핀 붉은 꽃 같은 것들이 이 소중한 순간을 축복하고 있으니까요.
 
파스칼린:(유리창에는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이 비칩니다. 심연이라 불러도 과장되지 않을, 새카만 허공에는 홀로 빛나는 샛노란 눈동자가 있습니다. 마치 밤하늘에 뜬 달을 떠올리게 하는.)
(잡히지 않고, 감각할 수 없는, 기체도 고체도 아닌 무언가가 허공에서 끊임없이 반짝입니다.)
(... ... 외로웠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길고 긴 시간을 채워낼 시기가 되었어요.)
 
(GM):그때, 당신을 구조하기 위해 다른 우주선이 어딘가에 안착하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벅거리는 수많은 발소리가 들립니다.
 
돌아가자.
 
(GM):성대의 떨림으로 나오는 말이 아닌 언어가 당신에게 들립니다.
헬리온은 당신의 머리쪽에 자신의 머리를 툭 댑니다.
그 어떤 시간선이든,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든,
당신에게 꼭 해주던 애정표현을.
 
(GM):따스한 빛이 당신을 부드럽게 감싸안습니다.
황홀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숨을 쉰다면 크게 한 번 쉬어볼까요.
 
파스칼린:(인간의 육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입니다. 그에 맞추어 빛무리가 일렁이고, 어둠이 조금 흩어졌다 다시 돌아옵니다.)
 
(GM):들이쉬어 품에 담는 숨의 느낌은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두 존재를 발견한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릅니다.
저들끼리 자해를 하거나 죽이고, 서로 간에 소리를 내지르며 저주를 퍼붓기 시작합니다.
신경 쓸 필요는 없겠죠, 이제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까요.
둘이서 어디를 가볼까요?
어느 곳을 다시 찾아서, 어떤 경험을 다시 해보고, 그다음에는 무슨 말을 속삭일까요?
 
(GM):아니라면 계속되는 이야기를 써볼 수도 있겠습니다. 두 사람은 이제 평생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우주까지,
당신도 이제 자유롭게 품에 담아볼 수 있는 이 시간까지 말입니다.
 
[영원으로의 귀로]
 
Irresoluble Ite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