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자로서, 일일 선생님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온 두 사람에게도 겨울 휴가가 찾아왔습니다.
둘이 함께하는 겨울 휴가는 언제나 특별하고 의미있지만...
올해의 여행지는 조금 신선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닷가에 새로 지어진 호텔의 숙박권을 선물받았으니까요!
호텔 타 메라.
흰 외벽과 푸른 창틀의 조화가 청량하고 시원한 분위기를 낸다고 하더군요.
아주 먼 옛날 존재했다는 그리스 산토리니의 양식을 따 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새도 없이, 두 사람은 늦은 밤에 막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잠에 빠졌으니...
오늘이 함께 맞는 첫 아침이겠어요.
공에덴:(휴가 전까지 일이너무바빴다구~)
(상황이 그래도 늦게 잠들고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 어쨌든 자신의 배우자보단 늦게 일어났을 느낌입니다. 하지만 품엔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안은 채로 당신을 안고 있었을테죠.)
온유리:(그 말대로, 당신보다 먼저 눈을 떴습니다만 굳이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그야 당신 품에 안겨서 여유롭게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으니까요. 그러다 당신이 깬 것을 발견하면) 일어났나? (하고 웃으며 반겨줍니다.)
공에덴:(응... 낮게 늘어지는 속울림이 그렇게 대답합니다. 하지만 좀 더 당신쪽으로 다가가 꾹 껴안고 현실과 꿈 경계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듯한 얼굴입니다. 점점 숨소리가 또 골라져요.)
온유리:에덴, 자는 것도 좋지만~ 우리 바다까지 왔는데~ (하고 웃으며 당신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쥐고는 코 끝을 가볍게 부빕니다.)
여기 창문 밖으로 바다도 바로 보인다고 했다. 일어나서 같이 보지 않겠나?
공에덴:(당신을 끌어안고 있던 팔에 점점 힘이 풀리며 숨소리가 일정하게 변하는듯 하더니 결국 당신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잠을 몰아냅니다.) ...좋은 아침.
난 너 옆에만 있어도 그게 휴가인데.... (무방비 상태에서 숨쉬듯 뱉던 말도 여전히.)
온유리:(다시금 잠에 빠져드는 당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이내 이마에 와닿는 온기와 귓가에 들리는 말에 작게 소리내어 웃습니다.) 그건 유리도 마찬가지지만... 응, 에덴.
모처럼 근사한 곳에 왔으니까. 에덴과 좋은 걸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드는 거다. (하고 먼저 일어나 에덴의 손을 잡고 읏샤, 끌어당겨봅니다. 솔직히 본인의 힘으로 들릴 덩치는 아니겠습니다만)
공에덴:(팔이 당겨지자 미동하지 않던 몸이 순간 천천히 일어나 잠시 축 쳐져있다가.... 머리를 긁적이고 느릿느릿 기지개를 핍니다. 저절로 창가쪽으로 고개가 돌아가겠네요. 커튼이 쳐져있다면 자기가 침대에서 먼저 나와 걷고 풍경을 봅니다. 이렇게라도 해야지 남은 잠도 달아날 것 같아서요.)
창밖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눈이 내릴 기미가 없는 하늘은 잘 마른 소라색으로,
파도 거품이 흩어지고 부서지는 바다는 짙은 감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거기에 흰색에 가까운 색 바랜 모래사장까지 모여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루네요.
고즈넉한 겨울의 바다.
누군가는 쓸쓸하다고 생각할 풍경.
많은 것들이 잠들고 죽었을 계절입니다.
공에덴:(나의 어린시절도.)
어쩌면 당신은 바다의 마지막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아니, 자신의 어린 날을 떠올린다면, 겹쳐보이는 건 바다의 마지막이라기보다는... ...
온유리:(그런 당신의 허리에 팔을 둘러 안으며 자연스레 곁에 섭니다.)
조용하다... 아직 아침이라 전부 잠든 것처럼 말이다. (그리 말하며 에덴을 올려다보고 살풋 웃어요)
공에덴:(순식간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드물게 가라앉은 얼굴, 살짝 떠진 눈이 대신 말을 합니다. 나의 많은 것들이 잠들고 죽은 계절. 그래서 겨울은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배우자가 옆에 오자 절로 미소가 그려져요. 턱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정수리에 살짝 머리를 기댑니다.)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네. (낮게 웃어요.) 배는 안고파?
온유리:(그런 옆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립니다. 어떤 기억은 때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다만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다가, 한번씩 모래 알갱이처럼 손에 채이는 것...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을 안은 팔에 가만히 힘을 줍니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후로는 함께 웃어보이곤 답합니다.) 룸서비스 신청해놨으니까, 아마 곧 올 거다.
어떤 게 나올지 궁금하다, 에덴도 그런가?
공에덴:(뒤늦게 당신을 마주안아줍니다. 누군가가 했는지 모를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따듯한 겨울을 두른 사람 이라고. 사실 그건 너가, 여명이 있어서 그렇게 보였던걸지도 몰라. 당신의 머리 뒤쪽을 살짝 눌러 제 가슴쪽으로 얼굴을 묻게합니다. 복잡한 얼굴이어서요. 휴가까지 나왔는데 이런 얼굴은... 별로니까.)
그러게, 여기 조식 맛있다 했나? 가사에서 해방되었을때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는 옛날 책을 읽었던 것 같아.
온유리:(본인을 품에 안는 손길에서 어떤 마음을 읽습니다.소중히 대하고 싶다는 마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그래서 그냥 순순히 안겨 당신의 등을 살살 토닥여요.) 후후, 아무래도 그렇겠다.
온유리:(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구경하는 눈빛에 흥미가 가득합니다.) 우와, 맛있어 보인다~
공에덴:그러게....
그럼 밥 먹을까? (하곤 식기 들어요. 당신이 먼저 입에 가져가기 전까진 안 먹을건가봅니다.)
온유리:아, 응. (본인도 후다닥 식기를 듭니다. 이내 샐러드를 포크로 쿡 찍어 입에 넣곤 에덴을 곧장 봐요. 당신도 어서 먹으라는 듯한 얼굴입니다.)
공에덴:(ㅎㅎ.. 그런 얼굴 보다가 자기도 천천히 샐러드부터 입에 넣습니다.)
(과연 맛은? 당연히좋겠지)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입에 넣자 새삼 방주때와 현재 노아의 상태가... 새삼 달라진게 느껴집니다. 그땐 과일 하나도 비싸서 금품이나 다름 없었는데 말이에요. 입이 점점 느려집니다. 사색에 잠기는 이유는 역시..... 잠시 창가쪽으로 눈을 돌리다가 다시 식사에 집중해요.) 맛있어?
온유리:(비슷한 감상이었는지 입에 음식을 넣고 음미하는 태도에서 은근한... 학구열이라고 할지, 탐구심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이내 당신이 그리 물어오면) 응, 맛있다. 에덴도?
온유리:(입을 우물거리다가 돌연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이내 꿀꺽 삼키고는 중얼거리듯 말해요.) 맛있다...
공에덴:(잠시 좀 굳은 얼굴로 당신을(입쪽을) 빤히 쳐다보다가 맛 이상하지 않았냐고 물으려는 동시에 나온 감탄에 그냥... 긴장을 다시 풀어요.)
온유리:(이후 시선을 내려 접시 위를 뒤적거립니다.) 방금 먹은 회, 다른 거랑 달랐나? 유난히 부드럽고 맛있었다.
에덴도 먹어봤으면 좋겠는 맛인데... (쓰지 않은 식기로 접시 위를 뒤적거립니다)
공에덴:(빠르게 제 쪽에서 비슷한 조각을 찾아봅니다. 설마 먹었나?)
당신의 접시 위에는 그런 푸른 회가 보이지 않습니다.
온유리:(접시 위를 쓰지 않은 식기로 뒤적거리다가 달라 보이는 부위가 보이지 않자 이내 포기하고... 조금 아쉬운 얼굴로 마저 식사를 이어갑니다.)
공에덴:(생각이 잠시 많아지는듯 입가가 천천히 느려졌다가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와요. 괜찮아.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 줄 수 있어.) 괜찮아, 누가봐도 표정이 천상에 갔다 온 느낌이라 딱 봐도 알겠던데.
온유리:그 정도였나? (아하하, 조금 쑥쓰러운 듯 웃다가 포크로 쿡쿡 음식을 찍어 먹으며 에덴을 봅니다. 평소보다도 영 식사를 못 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에덴, 부족하진 않은 건가?
공에덴:응? 나 원래 적게 먹잖아. (감쪽같이 아무렇지 않은 듯 식사를 합니다.)
왜? 더 줄까?
온유리:(빤히 접시 위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젓습니다. 어쩐지 방금 먹은 회의 맛이 입에 감도는지 조금 입술을 우물댔다가) 아니다. 이 정도로 충분하다! 고맙다.
평화로운 식사시간입니다.
맛좋은 음식, 아름답고 조용한 바닷가.
오랜만의 휴가 첫날에 걸맞는 아침인가요?
공에덴:(식사만 보면 그렇죠. 그 푸른 무언가를 뺐다면... 정말 완벽하게 걸맞는 아침일텐데. 평화롭고 맛 좋고 아름답고 조용한 이 순간의 속은 그저 시끄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웃습니다. 분위기 망치지 말자. 스스로를 믿어야 할 시간이 올 수도 있겠다며... 다짐도 합니다.)
...복잡한 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끝까지 식사를 마친 유리가 이내 바닷가를 내다보다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온유리:에덴, 혹시 밖에 나가서 좀 걷는 거 어떤가?
아침도 먹었겠다, 소화도 시키고 주변 풍경도 좀 구경하고 말이다. (그러다 살짝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여요) 원치 않는다면 방에서 좀 더 쉬어도 괜찮고? 유리는 다 좋다.
공에덴:(마침 똑같이 식사를 다 끝내고 식기를 내려놓습니다.) 좋은데? 감기 걸리지 않게 옷 잘 입고. 아프면 서럽잖아.
온유리:응, 물론이다. 에덴이야말로 옷 단단히 입고 말이다. (이후 그런 당신을 보다가 음... 하는 기색으로) 하긴, 유리가 아프면 에덴이 분명 고생할 테니까... 조심하겠다.
테라스 창을 타고 들어온 바람은 선선하고, 짠 내가 가득 묻어 있습니다.
서로 당부한 대로,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나가보는 게 좋겠네요.
공에덴:(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그런 유리 빤히 보다가 그냥 머리 두어번 크게 헝클고는 먼저 옷갈아입으러 갑니다ㅋㅋㅋㅋ)
온유리:(빤히 바라보는 눈빛을 가만 마주보다가 이내 머리가 헝클어지면 우아악 소리를 냈다가 따라 들어갑니다ㅋㅋ)
공에덴:(시리고 아립니다. 추억처럼요. 마음이 허한건 어쩔 수 없어 그저 옆에 있는 작은 배우자가 덜 춥게 조금 더 바람을 맞거나... 손을 꼭 잡고 주머니에 넣거나 그럽니다.)
(눈을 닮은 입김. 눈. 눈....)
역시 겨울에 아침이고 바다라 내륙보단 더 추운 것 같아. 그치?
온유리:어쩌면 막 나와서 더 추운 것도 있을지 모른다. (꼭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어 잡고는) 걷다 보면 덜 추울 거다. 옆에 유리도 있고. 여차하면 안아 주겠다~ (아하하 웃으며 익살스럽게 말해요)
공에덴:(같이 웃어줍니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이 없으면 입을 맞출 듯 다가오다가,) 아까 로비 까만 유리들 안쪽에서 거품이 솟았다 흩어지는 희미한 소리를 들었어.
온유리:(입이라도 맞출 듯 바투 다가오는 당신을 보고 입을 살짝 달싹이다가, 이내 이어지는 말에 앗. 하고 귀를 기울입니다.) 거품 소리?
공에덴:응. 배수관 소리도 아니야. 거품소리.
(그리고 기습으로 입을 짧게 맞췄다 뗍니다ㅋㅋㅋ)
온유리:거품... 보그르르, 뭐 그런 소, (하다가 기습처럼 이어지는 입맞춤에 우앗, 합니다ㅋㅋ 하지만 나쁘지않은지 끌어당겨 한번 더 짧게 입맞췄다 떼고 웃어요)
공에덴:(같이 맑게 웃다가 당신을 꽉 껴안아버립니다. 반쯤 장난으로, 반쯤 간절한 음성으로 한 마디를 뱉어요.) 그러니까 혹시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내게 말해, 알았지?
온유리:(가볍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말 아래 놓인 무게를 알아챈 모양인지, 당신의 등 위에 얹힌 손이 순간 굳습니다.) ... 우리, 옷 단단히 입고 나오지 않았나! 걱정하지 마라, 에덴.
주변은 여전히, 무척이나 고요하고 한적합니다.
어쩌면 아까의 감상이 다시금 올라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온유리:(그렇게 당신을 꽉 안고 얼마간 토닥이다가, 주변이 눈에 들어오면 아, 하고 나지막히 말합니다.) 사람이 정말... 없기는 없는 모양이다. 가게들도 전부 닫혀 있고 말이다.
공에덴:(이렇게 줄이는구나)
그러게.... 아무리 비수기여도 몇 명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면 다시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부두 구경가볼까?
정적을 깨고 바다를 스치는 파도소리가 요란합니다.
어쩌면 복잡한 당신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느꼈을까요?
당신이 어떤 감상을 받았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로 부두가 보이고...
유리는 발걸음을 옮기는 당신의 곁에 총총 따라붙습니다.
당신에게 팔짱을 꼭, 놓치지 않겠다는 듯 끼고서요.
공에덴:(그런 팔짱의 손을 잡고 다시 주머니로 직행시킵니다ㅋㅋㅠㅠㅠ) 우리 여기 몇박 묵는거더라?
온유리:(주머니로 직행하는 손을 내려다보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손가락 꼼지락댑니다) 음~ 여기 호텔에서는 3박 일?
(4일! 으붑, 혀 깨물었다고 합시다)
공에덴:아이고, 얼마나 추우면 혀도 깨물까.... 아니면 고기가 모자랐어? (하며 가벼운 농담을 던집니다.) 많이 추워?
온유리:아, 아니다! 그냥 실수한 거다, 에덴... (어깨에 얼굴을 살짝 기댔다 맙니다)
유리 따뜻한 편인 거 에덴이 제일 잘 알면서.
공에덴:(푸하하 웃습니다.) 따듯한거랑 추위 잘느끼는거랑은 별개니까.
그래서 나오니까 어때? 좋아?
온유리:유리, 따뜻할 뿐만 아니라 추위에도 강하다. 이것도 에덴이 제일 잘 알면서 말이다. (어깨를 딱 펴고 조금 익살스럽게 말했다가)
응, 좋다. 바닷가의 잔잔한 풍경도... 에덴하고 같이 걸으면서 지내는 시간도 전부.
공에덴:(당장이라도 꼭 껴안고 뺨을 부비고 싶은데 사회적 체면이라는걸 알고도 남는 나이라 그냥 삼킵니다. 호텔에 들어가면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배우자를 쳐다봅니다.) 생각해보니 곧 있음 내 생일이네.
온유리:(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언제나처럼 사랑으로 가득차있다는 것쯤 보지 않아도 알았기 때문에 눈을 접어 웃습니다.) 시간 참 빠르다. 벌써 한 해가 이만큼이나 지나갔단 말인가?
올해는 어떻게 축하하고 또 인사하면서 보낼까... 유리, 고민 중이다.
공에덴:그냥 예전처럼,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건강하게 내 옆에서 지내주면 되는데. 그걸로 충분해, 유리야. (어쩌면 당신에게 제일 무겁게 다가오는 소원일수도 있겠습니다.)
온유리:아~ 응. 그럼, 에덴. (어쩐지 덜걱거리게 됩니다. 그 말의 무게를, 말에 담긴 마음의 무게를... 결코 모르지 않기 때문에요. 맞잡은 손을 꼼지락대다가 주머니에서 슥, 꺼내서는 잡지 않은 손으로 에덴의 손을 문질문질합니다.) 유리도... 에덴이 그래주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에덴이 유리 옆에서, 행복하고 평안하게 지내줬으면 하는 게 유리 바람 아니겠나. 그러려면 역시 유리도 잘 지내야겠지, 응...
공에덴:(살 위로, 천 위로 배우자의 손이 둘 다 올라오자 저절로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어쩐지 당신의 얼굴이 슬퍼보여서 당신에게 잡히지 않은 손의 장갑을 벗고, 붉게 얼고있는 뺨 한 쪽에 댑니다.) 그러게. 그러면 참 좋은데 세상이 우릴 가만두질 않네. (작게 웃어요. 방주때 임무처럼 자잘자잘한 일들을 처리하러 다닌걸 생각합니다.)
온유리:(장갑을 벗고, 기꺼이 맨 살갗의 온기로 자신의 뺨을 데우는 손길이 퍽 다정하니 마음이 아립니다.) 그래도, 에덴... 우리,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에덴이 태어난 날을 조금 더 특별하게 축하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쁘게 웃으면서... (뺨에 얹힌 손에 얼굴을 기대면서, 한 손을 빼 손등을 덮어줍니다. 이렇게 두 손 모두, 당신의 양 손 위에.)
공에덴:...... (콧잔등이 찡해져 애써 입 안에 힘을 줍니다. 겨울의 아리고 시린 냄새도, 칼바람의 소리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저 당신이 내어주는 재단할 수 없는 사랑이... 세상에 있는 단어로 형용할 수 없어서... 이게 독이라면 이대로 죽어도 좋을텐데. 죽지 않고 중독만 되는걸 보니 마약인가봅니다.)
응, 노력할게... 다치지 않고 유리 너 옆에서....
우리 더 많은 것들을 보러가자. 가서 사진도 찍고, 찰나를 영원으로 남겨서 나중에 거동이 불편해져 이때만큼 나가지 못해도 앨범에 새겨진 찰나를 보면서...
그때를 새기면서....
......유리야. (뺨에 닿지 않은 채로 잡힌 손을 빼서 당신의 다른 뺨에 가져갑니다.)
온유리:(당신이 조용하게 건네는 말을 가만히, 숨죽여서 듣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담아놓겠다는 것처럼요.) 응, 그럼. 유리도 바라는 바다. 그러고 보면 에덴 덕분에 사진으로 남긴 추억이 얼마나 많은지. (하고 눈물이 나와도 흐릿하게 웃어보였다가)
응, 에덴. (하고 시선을 올려 당신을 마주봅니다.)
공에덴:(그래도 이미 촉촉히 젖은 눈동자와 눈아래가 보여 자기도 조금 눈물을 참습니다. 기쁜 웃음이 저절로 지어집니다. 3년이 지났고, 그 짧은 시간동안 당신에게 받은 사랑을 돌아보고, 숨 못 쉴 정도로벅차올라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삼킵니다. 지금 이 모든것들을 당신에게 표현해줄 말은 단 한마디 뿐이에요.) 사랑해.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입을 맞춥니다. 아무리 찬 공기가 얼굴을 얼리고 까슬하게 만들어도 개의치 않다는 듯이 진심을 녹여내서.)
온유리:(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까요. 조용히 휴식을 즐기러 온, 그저 우리 둘 뿐인 고즈넉한 바다에서마저... 가슴께가 뻐근하게 저려옵니다. 하지만 당신의 미소를 앞에 둔 이상 울어버릴 수는 없는 일이에요. 함께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고는 같은 언어로 화답해요.) 응, 에덴. 늘 느끼고 있다.
(이내 가까워지는 당신의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놓고 입맞춤을 받아들입니다. 추위가 일으킨 까끌함도, 버석한 감촉도 전부 상관 없다는 것처럼요.)
(새하얗게 질린 손등 위로 힘줄이 도드라집니다. 이내 당신을 그대로 끌어당기려고 해요. 마치 입을 맞추려는 것처럼.)
공에덴:(이거 맞춰도 되는건가?)
(어찌되었든 악력은 배우자보다 강하고,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니... 평소같으면 자기도 맞춰줬겠으나 추가적인 감염을 막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입은 팔로 유리를 막습니다.)
온유리:(평소보다도 더 강한 악력입니다. 당신마저 뿌리치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닐 정도의 힘이에요. 당신을 붙잡는 손이 절박해보입니다. 컥, 헉... 하고 계속해서 숨을 가쁘게 몰아쉽니다. )
공에덴:(그러면 순식간에 눈썹 가운데에 주름이 생깁니다. 늘 당신에게 약했고, 이런 모습으로 제게 애원하면 어떻게 한번 더 제압할 수 있겠어요. 부부란 서로의 고통을 나눠가지는 반쪽이니... 그러면 당신이 달려들지 못하게 어깨를 꾹 쥐고 자기가 다가가 입을 맞춥니다.)
온유리:(당신이 기꺼이 입을 바투 붙여오면, 달려들 듯 다급하게 입술을 맞물립니다. 샅샅이 파고드는 입맞춤에 는 평소와 달리 애정도, 낭만도 묻어나지 않아요. 다분히 거칠고, 일방적이라고 할 수 있을...)
당신의 어깨에 애써 팔을 걸어내고 한참을 매달리던 유리는, 어느 순간 미끄러지듯 당신에게서 떨어집니다.
온유리:(고개를 숙인 채로 뒷걸음질쳐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그러다가 어느 자리에 서서는 크게 숨을 들이쉬길 반복하는지 어깨가 오르락내리락해요.)
공에덴:(일방적으로 입 안쪽을 훑어내는 입맞춤에 자신은 애정으로 보답합니다. 이러나저러나 배우자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다 제 품에서 떨어져 숨을 고르는 배우자를 보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뒷짐을 지고 주먹을 만듭니다.) 괜찮아?
온유리:(당신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눈가에 눈물은 고였지만 흘러내릴 만큼은 아니네요. 다소 진정되었는지 여전히 파리한 안색이지만 아까보다는 한결 나아 보입니다. 안정된 호흡이 천천히 드나듭니다.)
... ... 응. 지금은. (목소리에서 혼란스러움이 묻어납니다. 마치 자신의 의지가 아니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공에덴:(그런 배우자 앞으로 다가가서 두 손을 잡아줍니다.) 괜찮아. 왜 그런지 알잖아. 늘 그랬듯이 해결법을 찾을 수 있을거야. (하고 팔을 당겨 품으로 끌어안습니다.)
온유리:(꽉 잡아오는 손에 복잡한 기분이 되었는지 입술을 꾹 물었다, 머뭇거리는 기색으로 품에 안깁니다. 잠시 당신에게 기대 있다가 나직하게 중얼거려요.)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입을 맞추면...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에덴:응. 앞으로 옆에 붙어있을게. 숨쉬기 불편할때마다 맞춰줄게. 유리야, 너무 불안해하지 말아줘. 쉽지는 않겠지만... (당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습니다.)
온유리:... ... 에덴이 그렇게 말해주는데 유리가 불안하기만 할 리가. (손길을 받으며 눈을 감고 당신을 조금 더 꾹 끌어안습니다. 다시는 당신을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는 듯이.)
공에덴:...너무 죄책감 가지지 말고. 알았지? 난 그런 유리도 좀 새로워서 좋았어. (부러 농담을 던져요.)
온유리:... 에덴한테 그런 취향도 있었나? (하고 이쪽도 일부러 농담으로 대꾸하면서 애써 씨익 웃어요. 끝에 낯빛이 어두워지는 것까지는 숨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본인의 의지를 배우자라면 알아주겠죠.)
공에덴:(낯색이 희게 질린걸 빼면 이라는 요소를 뺄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게 빠지면 평소의 배우자와 다른거잖아요? 그저 부축받는 유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줍니다.)
(아파도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데.)
온유리:(쓰다듬을 받는 얼굴 위로 희미한 미소가 걸립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나 알 것 같은지, 조금 슬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고맙다.
모래사장 위를 얼마간 걷다 보면, 어느새 호텔의 낮은 계단 앞에 당도합니다.
몇 개 되지 않는 계단을 오르면 호텔의 문이 스르르 열리네요.
안으로 들어가나요?
공에덴:방으로 바로 돌아갈까?
온유리:(음, 하고 무심결에 시선을 저 멀리 주었다가 작게 탄성을 뱉습니다. 이후 고개를 젓네요.) 아니다.
(그리고 덧붙이듯,) 어느새 열 시가 다 된 모양이다.
공에덴:(그런 유리를 잠시 바라보다 알겠다는듯 들어갑니다.)
문 안으로 발을 들이면, 탄성의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다.
로비가 온통 푸르스름한 물결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바닥의 반질반질한 대리석 위로 흩어지는 둥근 곡선들,
새벽 하늘처럼 창백한 색으로 천장을 물들인 푸른 조명,
빛이 부딪히고 쪼개지며 산산이 부서지는, 찬란한 광경……
아쿠아리움이 여기에 있었군요.
공에덴:(로비가 아쿠아리움인가요?)
로비의 벽면을 대신 하던 검은 유리들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투명하게 너머를 내보입니다.
커다란 수조안으로 조명이 흔들리며 물결을 따라 헤엄칩니다.
은색의 비늘을 가진 물고기 때가 쏜살같이 눈앞을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 느릿하게 해파리가 흐느적거립니다.
온유리:... ... 이래서 특정 시간 외에는 검은 유리로 덮어놓는 건가.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공에덴:......와.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오지만 평소보단 한참 낮은 텐션입니다. 어쩌면 자조적으로 느껴질수도 있겠어요. 당연합니다. 그 조각을 삼킨 이후로 배우자 상태가 이상해졌는데, 호텔이 관련이 안되어있을리가. 평범한 휴가였다면 되려 자기가 신기하다며 유리를 이끌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로비의 검은 유리들은 다 공개되어있나요?)
네, 당장 주변을 둘러보자면 전부 투명한 수조입니다.
온유리:(그런 기색을 눈치채면 당신의 옷깃을 살짝 붙잡고 근처의 유리벽을 향해 이끕니다.) 가오리에, 게... 바닷속을 옮겨놓으려고 했던 것 같다.
유리의 말대로, 유리벽 너머는 마치 바닷속 같습니다.
종이처럼 펄럭이는 납작 가오리, 휘적거리다시피 긴 집게를 휘두르는 키다리 게. 새파란 몸체의 블루탱까지…… 꽤 그럴싸한 구성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이쪽에 관심도 두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느라 바쁩니다.
공에덴:(멍하니 그 풍경을 쳐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곧바로 제 옆에 있는 배우자를 챙기게 되고...) 몸 괜찮으면 계속 둘러볼까?
온유리:(당신이 피해도, 오히려 제압 당해도 개의치 않습니다. 여전히 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덜덜 떨면서도 눈을 피하지 않으며 말해요.) ...춥다, 에덴.
에덴... ... (하고 당신의 옷깃을 꽉 잡아요.)
공에덴:(후.... 착잡한 속을 숨기고 우선 욕실로 유리와 함께 들어옵니다. 욕조에 바로 따듯한 물을 받기 시작해요.) 유리야. 나랑 입을 맞추면 좀 가실 것 같아? 대답하기 힘들면 고개짓만 해도 돼.
온유리:(당신을 따라 욕실로 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입맞추고 싶다는 듯 끌어당기고, 그 자리에 멈춰서길 반복합니다. 잡지 않은 손으로는 본인의 팔을 계속 문지르고요. 그러다가 스스로 목을 붙잡는 듯 싶더니, 당신의 말에 답할 때가 되어서는...) 덥다... 아프다, 목이, 뜨거워... ...
(하고, 어느새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꾸해요.)
공에덴:(방금까진 춥고, 지금은 덥고.... 유리의 이마에 손을 한 번 대봅니다. 의미 없는건 알지만.)
여전히 차갑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요.
그런데도 뜨겁다니, 덥다니?
아이러니한 투정입니다.
공에덴:(욕조에 잠시 눈을 두다가 옷을 벗깁니다. 물에 들어가려면 벗어야하니까요...)
온유리:에, 에덴... 목, 마르다. 에덴...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점차 늘어지고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목에 얹혀있던 손가락이 급기야는 짓누르고 긁어대기 시작합니다. 그걸 말리면서 옷을 벗기려니 조금 애를 먹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공에덴:(이런. 그럼 급하게라도 당신의 두 손을 꽉 잡고 입을 맞춥니다. 이후엔... 분위기는 다르지만 늘 하던대로 능숙하게 당신을 탈의시킵니다.)
결국 당신은 유리를 달래듯 입을 맞춥니다.
그 입술이 낯설게 느껴지는 까닭은 분명...
죽은 이의 것을 닮은 온도 때문이겠죠.
당신이 입을 맞춰주면, 유리는 다급하게 입술을 벌리곤 당신에게 파고듭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깨달을 수 있었겠죠.
입술 뿐만 아니라 입안조차 건조하고, 삭막하게 말라 있다는 사실을요.
얼마간 입술을 맞물렸다 떼면,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닫습니다.
유리의 입안이 마치, 당신의 물기로 젖는 것 같다는 사실을요.
공에덴:(원인도 아는데 당장 당신을 신화에서 건져주지 못하는 이 상황이 그냥.... 착잡합니다. 달래주듯이 입을 맞춰주면서도 머리는 부산스럽게 돌아갑니다. 이대로 호텔을 뒤집어놓기엔 너무 증거가 적고 뿌리가 어디로 숨을지도 몰라서... 체온이 낮고 건조해지는 배우자를 그저 원하는대로 달래줄 뿐입니다.)
(입을 한 번 뗄 쯤이 되면 유리 상태는 어떨까요?)
야속하게도...차갑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차가워요.
더 이상 목을 긁지는 않지만 여전히 불편한 구석이 있는 것처럼 입을 달싹거려요.
공에덴:(그럼 됐습니다.) 하의는 혼자서 벗을 수 있겠어?
온유리:(당신의 어깨든, 허리든, 어디든... 손이 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곳이라면 일단 붙잡고서는,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다가 낮은 목소리로 답합니다.) 목, 마르다... 에덴, 목... ... 뜨겁다. 덥다... ...
공에덴:(그런 유리를 꼭 껴안습니다.) 내가 뭘 해주면 좋겠어? 유리야... 응? (절로 팔에 힘이 들어가고 당신 어깨쪽으로 고개를 떨궈요. 이런 상황을 당장 해결 할 수 없다면 당신이 원하는거라도 들어줘야지 맘이 편할 것 같아서... 눈 사이에 주름이 깊어져갑니다.)
온유리:(당신이 그렇게 안아주면, 그제야 조금 더 만족스럽다는 듯 이쪽에서 힘을 주어 꾹 안습니다. 옷 한 겹마저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빈틈이라곤 없었으면 한다는 듯이. 당신의 온기가 닿자 한결 편안해진 안색이 됩니다.)
(이후로는 뭐라고 대꾸하는 대신 뺨을 양손으로 감싸곤 입, 맞춤, 하고 끊어서 달싹여 말해요.)
공에덴:그거면 충분해? (죽은 자의 것 같은 체온이 양 뺨에 닿아도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그저 두 손을 그 손 위에 겹칩니다.)
온유리:(뭐라고 대꾸하는 대신, 까치발을 들면서 당신을 살짝 끌어당깁니다. 당장은 이것뿐 생각나는 게 없다는 것처럼요.)
공에덴:(그러면 당신이 편하게 자기가 더 숙여 입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부정적인 모든 것들은 가슴 안쪽으로 밀어버리고 그 어느 때 처럼 다정하게, 진심을 담아서 당신과 숨을 나눠요.)
온유리:(당신이 다정하게 몸을 숙여 입을 맞춰오면, 다급하게 안쪽으로 파고들어갑니다. 수없이 입을 맞춰온 당신이라면 알아챘을지도 몰라요. 혀가 맞물리고 떼어질 때 메마른 입안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가도, 이내 빠르게 마르기를 반복하는 것을요. 그래서인지 유리도 여유라곤 없어보이는 기색으로 입술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더니... 갑자기 어느 순간,) 아... ...
(하고, 당신의 입술을 살짝 아프게 물었다가 놓아요.)
공에덴:(처음엔 잠시 멈칫하다가도 결국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제 배우자인건 다름 없어서 그 뒤부턴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각들을 다 내리 누르고 애써 개의치 않아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파고들어오는 따끔한 통증. 평소라면 놀라서 몸이라도 움찔거렸을텐데.... 지금은 입술보다 가슴이 아파서 그냥 잠시 바라보다 흐리게 웃어요.)
온유리:(아직 흐트러진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다가, 다시금 자연스럽게 당신과 입을 맞춥니다. 그러다가 돌연 당신의 입술 위로 새어나온 옅은 선혈에 입이 닿으면, 말리고 진정할 새도 없이 이를 세워 맞물린 살을 깨물고야 맙니다.)
공에덴:(자연스럽게 입을 맞춰주다가 옅은 선혈에 홀린 것처럼 상처를 짓씹으면... 다른결의 고통으로 눈이 확 떠져서 허리를 확 듭니다. 욱신욱신거리는 입술에 절로 손이 가요.)
(심장이 상처에서 뛰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통각이며 고동이며 익숙해지면 다른 곳으로 머리가 돌아가요. 방금까지 입을 맞추다 느꼈던... 자신의 체액으로 배우자의 입안 살결이 바뀐 것을. 잠시 유리와 눈을 맞춥니다.)
온유리:(당신이 허리를 확 들면, 반사적으로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납니다. 그것도 잠시 곧장 당신에게로 붙어왔지만요. 아직 따뜻하지는 않은 뺨이 품에 닿습니다. 슬금 든 시선이 곧장 당신의 것과 만납니다. 슬픔으로 물든, 그렇지만 채 원초적인 욕구를 숨기지는 못한 눈동자가 조명 아래 빛납니다.)
... ... 조금만 더...
공에덴:(원초적인 욕구 아래 슬픔으로 물든 배우자의 얼굴이 너무 아리게 느껴져 한쪽 손을 올려 뺨을 살살 문질러요.) 유리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들은 나도 바라고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너무... 슬퍼만 안했음 좋겠어.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가야하잖아. 필요한 일일 뿐이야. 알았지?
(하고 잠시 고개를 들어 천장쪽을 바라보다가 가까운 벽에 한쪽 손을 짚고 다른 손으로 유리가 보지 못하게 입을 가립니다. 그리고.... 제 혀를 힘껏 깨물어요. 입 안에 피가 차오르자 다시 유리에게 다가가 제가 먼저 입을 맞춥니다.)
온유리:에, 에덴. (하고 대꾸하는 목소리는 크게 떨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욕구에 휩쓸린다는 건 얼마나 지독한 감각인가요. 필요한 일일 뿐이야. 하고 뒤돌아서는 배우자를 차마 붙잡지 못한 손이 밉게만 느껴져 주먹을 쥡니다. 그러다 성큼 되돌아오는 당신을 보면 곧장 달려가 안으려다가...)
(순식간에 맞물리는 입술에 눈을 크게 뜹니다. 이내 입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비릿한 혈향에 저도 모르게 에덴의 옷깃을 꾹 잡아요. 심장이 귀에서 뛰는 것 같습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데도, 혀에 닿는 피가 마치 사막을 헤매다 발견한 샘처럼 달콤하게 느껴져서 받아마시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꿀꺽, 꿀꺽... ...)
공에덴:(사실 얼굴이면 몰라도 입 안까지 고통을 자주 받은 편은 아닙니다. 당연합니다. 해봤자 잘못 씹어서 괜히 얼얼해지고... 면역력이 약해졌다면 구내염으로 진화한 정도밖에 되지 않을텐데. 그래서 지금 꽤나 고통스러운 편입니다. 얼얼해서 귀가 꽉 막힌 것 같은 느낌입니다. 버석한 혀가 닿을때마다 너무 쓰라립니다. 그래도 제 옷깃을 잡고 미친 갈증을 해소하는 배우자를 보면 어떻게 티를 내겠어요. 그저 차가운 당신을 더 끌어안을뿐....)
두 사람은 각자의 고통을 안은 채 입을 맞춥니다.
그동안 욕조를 가득 채운 물이 흘려내려 두 쌍의 발을 적십니다.
마치 파도처럼.
창백하도록 하얀 욕조, 눈이 시리게 파란 타일 이 모래사장이라도 되는 것 같이
하얀 거품을 버리고 도망가는 궤적을 따라 물 자국이 남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발 주변에도 작은 파도가 일기 시작할 즈음,
온유리:... ... 에덴... ...
물기어린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른 유리가 눈물을 떨굽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무언가는, 당신의 손을 지나 발등 위로 떨어집니다.
공에덴:......(이름조차 부를 수 없어서 그저 당신의 눈가를 엄지로 쓸어줍니다. 듣고 있어.)
공에덴:(긴 시간동안 욕실에 있었지만 누가봐도 씻은 기색은 아닙니다. 젖은 발도 물기가 오래 전 마른 느낌이고 욕실도 정말 조용했으니까요. 욕실에서 나오면 바로 말 없이 냉장고의 물통을 하나 깐 다음에 서스럼 없이 손바닥을 날카로운 것으로 베어 물과 피를 섞습니다.)
온유리:(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바다를 내다보고 있다가,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봅니다. 그러다 그런 행동을 보면 멈칫, 했다가 평소 들고 다니던 연고와 밴드를 꺼내 다가가요)
공에덴:(하염없이 피가 섞이는 모습만 보다가 배우자가 다가오면 아까와 다르게 순순히 손바닥을 내밀어줍니다.)
온유리:(말없이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른 후 방수가 되는 밴드를 붙여줍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챙겨온 거지만, 이런 상황에서 쓰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눈물이 울컥 나올 뻔 했지만 참아냈습니다. 지금은 더더욱이나 울면 안 되니까.)
공에덴:(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명 알겁니다. 가만히 처치해주는 당신을 바라보다 처치가 끝나면 당신의 머리를 두어번 거칠게 헤집듯이 쓸다가 테이블쪽으로 가 앉습니다. 분명 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마치 호텔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처럼 먼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온유리:(그런 당신을 물끄러미 보다가... 본인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봤다가, 펴보기를 반복하고 이내 입술을 만져봅니다. 채 가시지 않은 비린내에 입을 꼭 다물고 자리를 지켜요.)
객실은 조용합니다.
테이블 근처의 의자에 앉아있으면, 옅은 색의 원목 테이블이 눈에 들어오는 건 자연스러웠겠어요.
당신이 그곳을 똑바로 바라보든, 바라보지 않든...
함께 나누었던 식사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공에덴:(드물게 뜨인 눈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나의 많은 것들이 잠들고 죽은 계절. 소중한걸 손에 쥐면 이 계절이 전부 뺏어가버리는 기분을 느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다르진 않아서 허, 하는 실소가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만약 탐사자가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에 이것보다 더 괴로워 했을까? 알 수 없습니다. 되고 싶어서 된 탐사자도 아니었는데. 어린시절부터 우겨넣어진 버릇들은 아무리 정신이 고갈되어도 절로 주변을 둘러보게 만듭니다.)
공에덴:(이 곳에서 시작된 일이라 되려 속이 울렁거려서... 다른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액자로 가요.)
부드러운 크림색의 테두리를 가진 커다란 액자입니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흰 여인의 흉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온유리:(그런 에덴을 눈으로 조용히 좇습니다)
아무 것도 차려 입지 않은 여인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며, 비스듬히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주위로 절벽처럼 험난한 바위들이 서 있고, 녹색과 파란색, 흰색, 검은색을 섞어 칠한 바다의 표면이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공에덴:(아까부터 뜬 눈으로 그 그림을 바라보다가.... 특별한게 없으면 협탁으로 갑니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원목 협탁입니다.
협탁 위에는 작은 무드등과 전화기, 그리고 빈 잔이 놓여 있습니다.
며칠 뒤에는 체크아웃을 위한 모닝콜이 도착하겠죠.
공에덴:(그냥 그걸 빤히 바라보다가 특별한게 없으면 침대로 고개만 돌립니다)
넓고 푹신푹신한 침대입니다.
침대가 넓다 못해 어찌나 광활한지, 셋이 누워도 거뜬할 정도입니다.
어젯밤 유리가 옆에 누웠을 때 그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스프링이 특징이었죠.
공에덴:(특이점은 보이지 않나요?)
그냥 평범한 가구, 평범한 객실입니다.
공에덴:(울렁거렸던... 테이블쪽으로 다시 갑니다. 재차 살펴볼 생각으로.)
온유리:(당신의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자-당연하죠-자리에서 일어나 본인도 테이블 근처로 갑니다.)
테이블은 아까 본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공에덴:(실패한 관찰판정 만회해보고싶어요)
재판정해보나요? 혹은 다른 선언을 하나요?
공에덴:(그럼... 신화와 관련되어있다면 교육 판정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알 때까지 시간을 들여서 조사해보고 싶습니다ㅋㅋㅠㅠㅠ)
☎:교육 판정은 어려울 것 같고... 대신 시간을 들여서 조사해보고 싶다는 선언 가능합니다!
테이블 위를 뒤적여본다든지 등의 행동인가요?
공에덴:(그렇습니다. 정신이 나간 상태라 손이 더러워지든 말든 거침없는... 그런 느낌이었겠네요)
튀김 부스러기, 기름에 젖은 그릇...
손에 기름이 묻고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당신은 테이블을 살핍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니까요.
공에덴:(단서를 찾으려고 미친듯이, 거리낌없이 식기와 음식물 사이로 손을 넣습니다.)
그러면 이내, 어울리지 않는 물건을 하나 발견합니다.
은색 나이프입니다.
껍질을 깎을 과일도, 딱히 썰어먹어야 하는 음식도 없었건만.
아침 식사 사이에 섞여 잘못 올라온 걸까요?
온유리:(그런 당신을 보고 휴지를 가져옵니다... 아니다 차라리 씻자는 듯 곁으로 와서 욕실을 가리키고요)
공에덴:(약간 광기에 찬 얼굴로 은식기가 손에 쥐어지자 그것만 빤히 바라봅니다.)
(심한 운동도 안했는데 호흡도 거칩니다. 나이프를 쥔 손이 바들바들 떨려요,)
온유리:(나이프와 에덴을 번갈아보다가 손목을 잡습니다.) 에덴, 에덴. 손부터 씻고 오는 게 좋겠다.
공에덴:(그 전에 지능판정 가능한가요? 이걸 방 안에서 쓸 수 있는 곳이 있나? 그림을 찢어?)
☎:흠... 잠시고민. 지능판정 해봅쉬다
공에덴:
지능
기준치:
54/27/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누가봐도 제정신이 아닌 얼굴로 당신의 손을 빠져나와 방금 전과 다르게 성큼성큼 액자로 다가가며.... 그림을 찢으려고 손을 높이 듭니다!)
온유리:(그런 당신의 옆얼굴을 보는 순간 눈치챕니다.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곧장 액자로 향하는 당신의 뒤를 황급히 쫓아가 몸을 내던지듯 해 막습니다.) 안 된다, 진정해라. 에덴!
아직, 아직 전부 밝혀진 게 아니다. 이렇게... 확인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건, (잠시 말을 멈췄다가) 위험하다.
공에덴:(팔을 크게 휘두르려다 몸을 내던져 제 앞을 막는 당신. 들려오는 음성에 팔에 서서히 힘이 풀리다 결국 툭 떨어져 바닥에 은식기가 부닺치는 소리가 울립니다. 이후 순식간에 눈가와 콧잔등이 붉어지더니 살짝 고개를 드는데.... 아마 참고 있던건 깊은 슬픔이었겠죠. 피부를 따라 물이 흐르더니 고개를 푹 숙입니다. 잘게 떨리는 몸 앞으로 작은 물자국이 생겨요.) 유리야, 나는... 나는.......
(말을 잇지 못합니다. 숨 섞인 조용한 탄식만 입술 사이로 새어나와요.)
온유리:(그런 당신의 얼굴을 곧장 양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쥡니다. 미간이 구겨지고 눈가가 붉어지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겠죠. 하지만... 이쪽은 울지 않습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아까 당신이 그렇게 해 줬듯, 손가락으로 뺨 위를 흐르는 눈물을 훔쳐냈다가 조심스럽게 껴안아요.) 응, 에덴... 알고 있다.
(얼마간 침묵하며 그런 당신을 꽉 안고만 있다가, 곧 입술을 달싹이며 살짝 뒤로 물러나요. 여전히 손은 꼭 붙잡은 채지만요.) ... ... 유리도, 호락호락하게 내주고 싶지 않다. (하고 한 손으로 본인 팔을 문질렀다 떼고) 아니, 안 내줄 거다.
(그리고는 그림과 에덴을 번갈아보다가 하얀 머리카칼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천천히 말해요.) ... ... 괜찮다면, 같이 전시관에 가 보지 않겠나? 호텔 어디에서 단서가 나올지 모르는 일 아닌가.
공에덴:(당신의 손이 뺨에 닿으면 두 손으로 잡았다가, 품에 들어와 껴안아주면 자기도 당신을 조심스럽게 안다가 힘을 꽉 줍니다. 어릴적부터 늘 생각하던게 있습니다. 자신을 제외한 여명은 전부 바람에 날라갈것같아서 무서웠는데 지금은 겨울의 찬바람이 당신을 데려갈것 같아서. 당장이라도 품에서 제가 알던 당신이 아닐까봐 품에서 슬 빠져나가는 당신을 되려 껴안습니다.)
(몸의 떨림에 비해 소리 없는 더운 설움이 당신의 목 쪽에 닿았을지도 모릅니다. 머리가 어지러워 마지막 말만 겨우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여요.)
온유리:(자신의 말이 어디까지 당신에게 닿았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인간에서 좀 더 멀어지기 전에, 너무 멀리까지 떠나버리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하면 자연스레 당신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얼마간 포옹하고 있다가 한번 더 당신을 다독이고... 아까 테이블을 헤집었던 손을 다시금 봅니다.) 괜찮으면... 가 보겠나? 손도 잘 씻고, 에덴.
이번에는 같이 씻어도 되겠나? (하고 흐릿하게 웃으며 물어봐요)
공에덴:(한참동안 당신의 작은 품에 안겨있다가 들려오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울음은 그때까지 그치지 못했지만요. 손목 뒤쪽으로 눈을 부비듯이 닦아냅니다.) 미안해...... (더 힘든건 너일텐데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해서, 더러운 손으로 널 만져서, 이런 꼴 사나운 모습을 보여줘서....)
온유리:(부어오른 입가를 보고 있으면 가슴 한쪽이 아려서, 무어라 답하는 대신 뺨과 이마에 지그시 입술을 내리눌렀다 뗍니다.) 미안한 건 유리인데 말이다. ... 그러니까 에덴. 그런 말 하지 말고, 응...
공에덴:(당신의 입맞춤을 시작으로 울음이 잦아들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몸이지만... 당신의 말엔 그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고 그저 떨군 나이프만 다시 쥡니다. 먼저 욕실로 가지 않아요.)
온유리:(그런 당신을 다독이며 조금 더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워보곤 부축해주어요. 물을 떠다 씻겨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밖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후 화장실에 도착하면 물을 틀어 꼼꼼히 비누칠해줍니다)
공에덴:(당신의 부축에 천천히 일어나서 화장실로 갑니다. 스스로 씻을 수도 있는데 그냥 당신의 손길을 받아요. 애초에 얼마 되지 않은 새 환부도 손바닥에 있었을테니.... 그리고 손을 다 씻으면 자기는 나이프를 물에 한 번 헹구고 닦아낸다음, 휴지에 감싸서 또 안주머니에 넣습니다.)
온유리:(본인도 손을 잘 닦아내고, 일련의 행동을 가만히 보다가 에덴과 시선을 맞춘 뒤 손을 꼭 잡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다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 ... 가보겠나?
공에덴:(당신과 시선을 맞추고, 손에 들어온 작은 온기를 놓치지 않겠다는듯 꼭 잡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올라서, 혹시 모르니까..) 물, 챙겨...
공에덴:하......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면 저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이젠 배우자의 손을 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로 마른세수를 해요.)
rolling d2
(
1
)
=
1
(그러다 문득 속에서 울화가 치밉니다. 왜 난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하지? 차디찬 바람과 함께 제 것을 뺏어가고 스러지게 하는 겨울, 짜맞춘듯이 제 배우자를 이 전시에 올려진 인어로 만들려는 사교도들이... 세수를 끝내고 드러난 얼굴은 어떤 때보다 분노로 차올라 있습니다. 이내 배우자를 두고 성큼성큼 전시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림 C로 가겠습니다)
당신은 배우자의 손을 놓고, 굳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 순간,
온유리:(당신이 손을 놓았을 즈음,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파르르 떱니다. 그러다가 곧 눈을 크게 뜨고 주춤대더니, 이내 성큼성큼 다가가는 당신에게 다가가 이를 세운 채 입을 벌립니다.)
아, 데자부.
어쩌면 예상했던 광경.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당신의 살갗이 베어 물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날카롭게 세운 이가 살갗에 닿기 전,유리가 겨우 당신을 밀어내고 뒷걸음질쳤으니까요.
온유리:... ... (말이 없습니다.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을 할 수는 없는 탓입니다. 당신과 거리를 둔 채로, 가방을 손에 꼭 쥐고 그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에덴:(분노 속엔 지친 얼굴이 스며들어있습니다. 물론 당신에게 향하는건 아니겠지만.... 제 혀도 지금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급하면 물을 마시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그림을 다시 봅니다.)
(그저 우두커니 발 밑의 전시품을 봅니다. 어떤 얼굴인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런 직감이 들었다는걸 인지 할 떄 쯤이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하나. 그럼 그땐 나도 죽자.)
온유리:(자신의 팔을 주무르며, 당신이 쥐여준 병으로 목을 축이다가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꽤나 아껴 마신 듯한데, 그럼에도 어느새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네요. 입을 우물거리고 있다가 근처에 서서 그림과, 조각상과, 당신을 말없이 번갈아 봐요.)
공에덴:(짧게 타오른 분노가 남긴건 깊은 무력감입니다. 마음을 태워 남은 잿더미는 너무나도 쓴 맛만 돌아서 그냥 고장난듯이 작품을 보고만 있다가, 자연스럽게 식기에 손이 갑니다.)
온유리:... ... 에덴. (그 사실을 눈치채면 다급함을 숨기지 못하고 당신의 곁으로 붙어 팔을 붙잡습니다.)
공에덴:(당신이 붙잡은 팔엔 힘이 없어서 그냥 쉽게, 당신이 힘 주는대로 떨어지고 끌려갑니다.)
온유리:(당신의 어깨와 팔을 꾹 붙잡은 채 말이 없습니다. 다만 팔에서 떨어져 식기를 매만지는 손끝은 조금 떨렸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에덴이 그림을 보는 동안, 홀로 살펴봤던 그림들에 다시금 눈길을 줬다가 이내 가려진 액자를 빤히 바라봅니다.) ... 아직 남았다, 에덴.
공에덴:(반쯤 숙였던 몸을 들고 대답 없이 가려진 액자쪽을 봐요. 이 안엔 뭘 숨긴걸까.)
그렇게 가려진 액자 근처에 서서 시선을 보내고 있으면,
직원: 여기 이 조각상이 마지막 작품입니다, 고객님.
정말로요?
가려진 액자가 아직 하나 남았는데도 말이에요.
공에덴:(그 직원을 그저 우두커니 바라봐요)
직원: (본인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시선이 어쩐지 서늘하다고 느꼈는지 어색하게 웃습니다.) 뭔가... 궁금하신 게 있으신가요?
온유리:아, 그. 그럼 여기 이 작품은...?
공에덴:(그러고 있으면 말 없이 가려진 작품 쪽으로 가 작품을 가린 천을 한 손으로 확 당깁니다.)
직원: 아, 이 작품은 공개 예정이 없어서... 고객님? (하고 당황한 얼굴이 됩니다.)
당황한 두 얼굴을 앞에 두고, 청색의 커튼은 맥없이 흘러내립니다.
캔버스 속에서 애틋하게 서로를 끌어안은 두 여인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여태까지 당신이 보아온 그림 속 흰 여인은 검은 여인을 끌어안은 채로 잔에 입술을 묻고 있습니다.
잔에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짙은 색의 무언가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마시는 흰 여인은 사랑에 겨운 얼굴로 눈을 내리 뜹니다.
생명수라도 마시는냥, 달디 단 술을 삼키는 것처럼.
공에덴:(우두커니 그 그림을 봅니다.)
(특이점은... 없겠죠?)
온유리:(놀라는 것도 잠시, 드러난 그림을 보면 다른 의미로 눈이 커집니다. 그러다가 황급히 뒤돌아서) 자, 잠깐만 보겠다. 잠깐만
직원: 고객.. 고객님. 함부로 천을 걷으시면...!
흰 여인을 끌어안은 것은 검은 여인. 혈색이 붉은 얼굴은 마찬가지로 사랑에 젖어 있습니다.
공에덴:(...네. 계속 힘을 주고 그러느라 먼저 짼 손바닥도 터진 것 같지만 그냥 둡니다. 양 손이 덜덜 떨려요. 전체적인 상황에 화가 나는데 유리에게 난 것도 아닐 뿐더러 혹시 이상한 불똥이 튈까 방에서 나와 테이블에 앉습니다.)
(겨울은 이번에도 많은걸 빼앗아갔네요. 증오스럽고 보기 싫어지는 풍경에 조금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칩니다. 급한 상황일테니 얼마 되지 않아 본부에서 답이 올때까지... 그렇게 우두커니,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익숙한 분노와 절망감을 껴안고 앉아있을 듯 합니다.)
그렇게 하얀 풍경을 가리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 얼마나 있었을까요.
적막을 깨고 조용하게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납니다.
공에덴:(누군지 알지만 그냥 테이블이나 우두커니 보면서 사색으로 다시 들어가려합니다.)
온유리:(그런 옆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애써 웃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흐릿한 미소네요. 어찌 보면 슬퍼 보이기도 하는 얼굴입니다.) 에덴.
공에덴:(이름을 부르면 늘 당신을 바라보며 다가가던 사람이 이번엔 듣지 못한 것 처럼 손가락만 만지작댑니다. 무거운 정적이 그 공백을 채웁니다.)
(그러다 고개를 움직이는데... 당신을 등집니다. 퍽 낮은 목소리가 한 마디를 부정확한 발음으로 쥐어짜내요.) 유리야. 지금 너에게 화 낼 것 같아서 무슨 말을 못하겠어.
너 잘못이 아닌데도...
온유리:(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닙니다. 그래서 곧장 당신 앞에 앉지도, 당신 곁으로 다가가 껴안지도 못했던 거겠죠. 굳이 시선을 끌어다 당신에게 닿게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는 않으며 나직하게 말해요.) 응, 에덴. 그렇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의지와 뜻대로 흘러가는 것들로만 삶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에덴... (말끝이 물에 탄 물감처럼 탁하게 흐려집니다.)
공에덴:......가서 쉬어. 많이 힘들었을텐데. (혼자 있고 싶다는 완곡한 표현입니다. 말 그대로 당신이 더 힘들었을텐데, 당신을 위해 더이상 태울 무언가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서 그저 밀어낼뿐입니다.)
온유리:(곧장 대꾸하지 않습니다. 때로 침묵만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삶에는 찾아오는 법이죠.)
(얼마 후에 갈라지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에덴, 유리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
때가 지나가면 누군가를 불러라.
영원히 이어지는 감정이란 없으니까... ... 지금 당장은 가닿지 않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알고 있지 않은가.
(입술을 달싹입니다.) ... ... 그럼 에덴도 쉬어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금 발걸음 소리가 이어집니다.
자박, 자박.
가능한 만큼, 최선을 다해 소리를 죽인 소리입니다.
아마도 침대로 다시 돌아간 모양입니다.
공에덴:(대답을 들을려고 한 말도 아닌데, 되려 자신을 보듬으려는 말을 해주는 당신. 그 말이 더 아프다는건 알고 있을까요.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 마냥 더욱 욱신거리는 가슴에 그저 이만 꾹 악물었습니다.)
(세상은 대체 왜 이러는걸까요? 어릴때부터 훈련받아서 성인이 되자마자 오염된 구역으로 내보내는건... 지금 생각하면 아동학대인데. 그 시절이야 다들 살아남기 위해 그랬다지만, 수많은 희생을 토대로 찾은 내일이 이어져 지금까지 왔다면 같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하는게 아닐까요? 왜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서 어긋난 행위들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요. 우리들은 아직도 나가면 다쳐서 돌아오는데.
한 세기가 가까워질 만큼 지옥을 겪어왔으면서 왜 그의 1/10도 안되는 기간만 누리고 다시 한 세기를 잃어버릴려고 하는지, 운이 좋아 한 세기지 이번엔 아예 멸종 할 수도 있다는 자각이 없는건지. 속 편해서 좋겠다. 환멸이 담긴 한 마디를 속으로 뱉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