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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시현 기로의 종착역

Cthulryu 2020. 2. 1. 15:06

*백업 로그를 읽기 전에*


시나리오 얼음달의 약한 스포일러가 있으며, 관계가 살짝 이어집니다.

읽으시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매끄럽게 이해하시려면 얼음달을 열람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얼음달 비밀번호는 1215입니다.



ZioReDL (GM):캐입 아무말과
다이스
가온:스불재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가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스트가만안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로의 종착역
이곳에 있으면 당신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사라져버려요.』
『전부 잊어버리기 전에 저를 데리러 와주실 수 있을까요?』
알 수 없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당신은 팜플렛에 작게 그려져있는 지도를 보며 겨우 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역에는 역 이름조차 적혀있지 않네요.
이름도 없는 역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
들어가기 전에 팜플렛을 한 번 다시 보는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온, 관찰 판정.
가온:(편지를 조심히 펴 다시금 살펴봅니다)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어려운 성공 확인.

편지에는 정갈하게 시현, 의 글씨체로 당신을 찾는 글씨가 적혀있을 뿐이고.
팜플렛을 자세히 보다보면, 어느 한 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내용이 보입니다.
『저희 [ ]역의 기차는 탑승객이 내린다면 운행을 멈춥니다.』
가온:(이걸 왜 놓쳤었지?)
이름도 없는 역에 기차가 운행한다니... ... 거기다 탑승객이 없다면 기차는 운행하지 않는다뇨.
알 수 없는 내용뿐입니다.
이런 역에, 시현이 있다는 것 마저도 이제는 의심되기 시작합니다.
의심을 하며 역 내부로 들어가도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온:(....)
한적한 역을 돌아다니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불빛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면, 당신은 그것이 매표소의 작은 전구 불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온:승객이 없어도 영업은 해야하니까.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 편지를 품에 넣고 그 곳으로 갑니다.)
매표소에 다가가자 유리벽 너머 의자에 앉아있는 역무원이 보입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역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당신을 향해 딱딱한 말투로 묻습니다.
역무원:표를 사시겠습니까?
가온:(끄덕...)
역무원:표를 구매하기 위해선 당신의 기억이 필요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표를 사기위해서 돈이라면 모를까 기억이라뇨?
가온:그거 신기하네요. 어떤 데이터면 되죠?
알수 없는 대답에 당황스럽지만, 당신은 그런 중에도 신기한 느낌을 받습니다.
남자는 모자를 눌러쓰고 유리의 구멍이 뚫린 부분으로 손을 내 밉니다.
손 위엔 작은 표, 표라고 부르기도 조잡한 종이가 올려져 있습니다.
역무원:기차를 타기 위해선 표가 있어야 하죠. 이것을 받으시면 가장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받겠습니다.
가온:...오늘 먹은 점심같은거요?
역무원: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 그런 것처럼 아주 사소한 기억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죠.
다만, 뭐가 사라졌는지는 모르실겁니다. 기억이란 건 그런거니까요.
가온:(이거 사기꾼 수법중 하나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미간이 보이지 않게 살짝 구겨집니다.)
(이 사람은 굳이 날 왜 찾는걸까. 그렇게 완전하지 않은 타인으로 끝난 사이인데도, 왜... 여기까지 날 불렀을까. 누군가의 속임수라 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서도 혹시 그 사람일까, 우리가 관계가 다시 진척이 될 수 있을까.. 같은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왔지만.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다시금 티가 날 정도로 미간이 구겨집니다. 그래도 시현을 위해 그 표를 살짝 집어듭니다.)
기억은 어떻게 지불하면 되나요?
역무원:표를 잡으시면, 아시게 되실것입니다.
꺼림직하지만 어쩌겠나요.
그를 찾기 위해선 역무원의 손에 들린 표가 필요했습니다.
가온:(이미 들었는데 자동결제 편하네....)
어쩔 수 없이, 당신은 그의 손 위에 있는 조잡한 표를 잡았습니다.
... ...
여기서, 이성 체크입니다.
가온: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공 확인. 이성치 감소는 없습니다.
표를 잡자 얕은 두통이 느껴졌습니다.
역무원의 말대로 가장 중요하지 않은 기억이 잊혀진 걸까요.
가온:(가만히 이를 앙 뭅니다.)
그것은 당신 스스로도 알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잊었는지는 스스로도 모를 테니까요.
가온:(우선 오늘 먹은 점심이 기억나는걸보니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묘한 두통을 뒤로하고 개찰구 쪽으로 이동합니다.
개찰구로 이동하자 익숙한 모습이 보입니다.
가온:(설마.)
... ... 하지만. 마냥 익숙하지는 않은 느낌의 모습입니다.
개찰구 너머로 묘한 모습의 시현은.
어딘가 약간 비어있는 모습으로 승강장의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그렇게 보인다기보단, 느낌이 그랬습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미약하게 기억 속의 그보다는 조금 더 공허해진 얼굴.
표를 개찰구에 넣으면 승강장 내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가온:(우리의 마지막이 언제였더라. 나보고 미안하다고 계속 얘기하던 모습과 묘하게 생긴 거리가 마음을 쑤십니다. 벙긋한 입은 제 소리를 못내고 다시 닫혀버립니다.
굳이 날 여기까지 부른 이유가 뭘까. 나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면 그건 그건 나름대로 서로 괴롭지 않는 선택 아닐까. 다리가 무거워지는게 느껴집니다. 조용하던 발걸음이 점점 둔탁해지고... 그렇게 밝지 않은 얼굴로 개찰구를 넘어갑니다.)
당신이 방금 산 조잡한 표를 개찰구 틈으로 밀어넣자 표는 사라지고 가림막이 열립니다.
... ... 승강장 내부로 들어가, 당신은 시현을 마주보고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온:(그때와 같이 웃으면서 반겨주진 못합니다. 서로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니까요. 짧게 우물거리다 목례를 건냅니다.)
당신이 시현을 향해 목례를 건네면, 줄곧 먼 곳을 바라보고 있던 시현의 시선이 당신을 향합니다.
왜인지, 마치 밤에 늘 빛나게 되어있는 가로등이 꺼져있는 것 같은. ... ... 그런 눈이었습니다.
시현:(목례를 건네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내 주변을 둘러보다가 당신을 바라보고. 저도 따라 당신에게 목례했다.)
가온:편지 보내신거 시현씨 맞죠?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걸 꺼내 보여줍니다. 처음 받았을때 꼭 당신이 생각나는 색이어서 나름 기뻤었는데.)
시현:편지... ... 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한 표정을 짓다가 눈을 굴리고. 조금 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 여기에서 가온이라는 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혹시 그게 당신과 연관되어있나요? 아니면... ... 당신이 가온, 이라는 분이신가요?
가온:(....?)
... ...
가온:네, 우선은...요.
그는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
기억하지 못하는 듯 한 태도입니다.
... ... 이성 체크.
가온: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89
판정결과:실패
실패 확인.
가온:(이새끼 생각보다 충격이)
1d3 다이스를 굴려 나온 값만큼 이성치에서 차감해주세요.
가온:
rolling d3
(
3
)
=
3
75>72
... ... 담담한 듯 한 태도를 보이지만, 속으로는 당황스럽습니다. 장난을 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정말 그는 당신을 잊어버린걸까요.
그런 당신을 보고 시현이 입을 엽니다.
시현:우선, 이요? 그러면 가온이라는 분이 아니신가요? (느리게 고개를 까딱였다. 의아한 듯 한 태도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 ... 그렇군요. (아무래도, 당신이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착각한 듯 했고.)
가온:...세상에 동명이인은 많아서 그랬어요. 제 데이터에 시현씨가 남아있는걸 보아하니 아마 시현씨가 생각하는 가온이 제가 맞을거에요. (기억을 잃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다르게 가슴 언저리가 저릿해 그 곳에 손을 살풋 올립니다.)
시현:아... ... 하긴 그래요. 제 이름도, 아무래도 많이 흔한 편이라. 누가 비슷한 이름만 불러도 뒤를 돌아보거나 하게 된답니다. 맞으시군요. ... ... 응, 알겠어요.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의 곁으로 다가와 섰습니다.
의문만 쌓여가는 대화가 이어질 즈음, 승강장 전체에서 탁한 종소리가 울립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머리가 울릴 정도였고.
이내 어디선가 딱딱한 말투가 들려옵니다.
[ 첫 번째 기차가 들어옵니다. ]
가온:(으... 살짝 눈을 감았다가 뜹니다.)
...타야하는거 아닐까요?
시현:아... ... (당신을 바라보고, 열차를 바라보고.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 ... 네.)
그럼... ... 갈까요. (당신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움직이려는 듯 했고.)
가온:...혹시 기차 타시는거...(무언가 생각났는지 입을 열었다 닫습니다.)...아니에요. 앞에 말은 무시해주세요.
(시현과 눈을 맞췄다, 잠시 내리 깔더니 무거운 다리를 옮깁니다.)
시현을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팜플렛에 쓰인 문구도 신경 쓰이고, 그는 기차를 타야한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요.
수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어쩌겠습니까.
당신은 시현과 함께 기차에 올라탑니다.
여기서, 듣기 판정입니다.
가온: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33
판정결과:보통 성공
(ㄲㅂ)
성공 확인.
기차 안으로 들어가자 짧은 방송이 들립니다.
“몇 번째지? 어쨌든 좋은 실험이지 않나?...치지직-”
가온:(실험? 침체되어있던 눈빛이 바뀝니다. 스피커가 있는 쪽을 보다가 CCTV같은게 있는지 열차를 빠르게 눈으로 훑습니다.)
딱히 그런 것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가온:(시현의 손을 이끌고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열차의 문이 닫혀서,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당신들이 자리에 앉기를 기다리듯, 열차는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습니다.
가온:(젠장. 이를 뿌드득 갑니다. 이딴 덫에 걸려서는. 시현을 원망하기보단 기차소리에 순간적인 판단을 못한 자기가 멍청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껏 스피커를 노려보다가.. 자기에게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습니다.)
당신이 자리에 앉고, 시현도 조금 머뭇거리다가 당신의 반대편에 앉습니다. 좌석이, 두 개의 자리가 뒤를 향해있고. 두 개의 자리는 앞으로 향해있는. 그런 형식의 좌석 네 개가 연달아 붙어있는 형식의 기차네요.
서서히 기차가 움직이면, 창문너머의 풍경은 덜컹거리며 지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상합니다. 분명 역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던 주변엔 바다가 없었던 것 같은데... ...
흔들리는 풍경은 어두운 바다입니다.
기차는 바다를 가르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온:실험이라서 이런거겠지. 창문에 머리를 툭 대고 눈을 올려 떠 바깥을 바라봅니다. 기차... 기차에는 안좋은 추억만 생기는구나.)

시현:(다소곳하게 다리를 모으고 그 위에 양 손을 얹은 채로 앉아있던 그가 조심히 말을 걸어왔다. ... ... 저기... ...) 멀미... ... 있으세요? 괜찮으신건가요? 안색이 좋지 않으세요.
가온:아, 음. 아뇨. (부스스 머리를 떼고 다시 차분한 자세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시현의 눈을 마주치진 못합니다.) 기차를 타는게 오랜만이어서요.
경치도 나름 좋아서 잡생각이 많아지네요. 기껏 불러주셔서 왔는데...
시현:아, 아니에요... ... 별 일이 없으시면 다행이에요.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성품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그는 당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본인만이 당신을 잊어버린 것이나. 왼손을 들어 제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아니에요.) ... ... 괜찮아요. 원래 생각이란 게 그런 거니까요. 그럴 수도 있죠.
가온:...편지 보내실때까진 제 기억이 어디까지 남아있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시현:네?... ... (당신의 말에 공허한 눈이 약간 크게 뜨였다가, 조금 우물쭈물하는 기색을 보였다. 당신의 눈치를 살피는 듯 이리저리 살피다가 뱉어낸 말이란.) 죄송해요. 사실, 그. ... ... 저는 가온이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 그러니까, 그. 당신을요. ... ... 당신에 대해서 기억나는 건... ... 아무것도 없어요. ... ...
가온:아.... 전부 잊어버리기 전에 데리러 와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너무... 늦은거군요...... (멋쩍게 입꼬리를 올렸지만 수심깊은 눈이었다. 기차에서는 어쩜 이렇게 괴로운 일만 있는지. 속이 일렁여 입술을 꾹 닫았다.)
시현:아,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 그래도 이렇게 데리러 와주신 것만으로도 지금 조금 안심이에요. ... ... 혼자는, 혼자 있는 걸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제가. ... ... 괜찮아요. (뒷목을 쓸었던 손을 내리고 다시 제 손 위에 겹쳐두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오른손을 뻗어 당신의 손 위에 부드럽게 얹었고.) ... ...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지 않기를. 당신이 서운하거나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음성과 행동이었다.)
가온:(결국은 이것도 다 진심이 아니잖아요. 그저 내가 힘들어보이니까 해주는 겉치레식 위로잖아요. 차라리 둘다 기억을 잃었어야 했는데. 끝이 그렇게 씁쓰름하지 않았다면 덜 힘들었을까요? 내가 위태롭지 않았다면 이 상태에서 당신 곁으로 가 오히려 미안해하지 말라고 안아줬을까요?
큰 파도가 목을 타고 올라와 가는 신음소리를 연주합니다. 연주를 끊으니 눈시울이 젖어 한 방울씩 뺨을 타고 물이 흐릅니다.)
시현:(그저 당신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당신이 힘들어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탓인 것 같아서. 그렇지만, 그렇지만 왜인지 제 곁에 이리 찾아와준 당신을 떠나지는 못할 것 같아서. 당신을 따르지 안될 것 같아서. 저는 그저, 누구도 불행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당신이 눈물을 쏟자 당황한 듯 아, 아. 말을 짧게 끊어내며 더듬다가 일어나 당신의 눈물을 제 옷깃으로 톡톡... 부드럽게 닦아내었다. 쓸어내면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는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당신의 눈가를 옷깃의 천으로 약하게 품었다.)
가온:(당신의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을 쑤십니다. 아, 다정한 사람. 누가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소매까지 내어줄까요. 오롯이 혼자 기억을 가지고 나만 당신에게 친애를 느끼는건 너무 힘듭니다. 그럼에도 뿌리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필요로 했으니까. 내 눈치를 계속 보고 있으니까.
감정중에선 정이 제일 아프고 힘들다고 했는데 이런 이유였을까요. 편지를 받고 스팸이라고 무시했어야 됐다는 못된 생각까지 들어 몸이 떨려옵니다. 입술을 깨뭅니다. 이 상황은, 너무너무 괴로워요. 시현씨. 차라리 그때, 이렇게 애매하게 남을 사이가 아니라....
시현씨. 어째서 저를 불렀나요. 끝마무리는 그렇게 소중한 관계도 아니었는데. 당신의 손길을 뿌리치진 않았지만 휘몰아치는 높은 파도에 휩쓸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허리를 숙입니다.)
시현:(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그저 당신이 진정하기를. 괜찮아지기를 바라며 당신을 부드럽게 품었다. 눈물이 그치고... ... 당신이 제대로 진정하고. 평온해질 때까지 그럴 심상이었다. 그치지 않는다면, 계속 품으려는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에 당신에게 무슨 심정으로 편지를 보냈을까. 기억나는 사람이 당신 뿐이었을까. 아니면 무엇 때문이었지? 마지막에 편지를 쓰는 내 심정은 어땠는가. 당신은 나와 어떠한 관계선 위에 올라가 있었기에 당신이 이렇게 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들어하는걸까. 나는, 나는... ...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것인지.)
(당신이 허리를 숙이자 당신의 얼굴을 품던 손을 의자 위로 옮기고 다른 손을 들어 당신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해야 당신이 힘들지 않을지, 아프지 않을지. ... ... 내가 떠나는 게 맞는지. 처음부터 그냥 아무에게도 편지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지. 담담히 당신을 바라보나, 속은 복잡하게 엉켜있었다.)
가온:(소리 내서 울지도 못했습니다. 괴로움에 쥐어짜이며 간간히 숨만 고르는 소리가 자기 귀에 울리며 들릴 뿐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목을 찧는 느낌이 사라질때 쯤, 허리를 반쯤 올린 채 눈을 비비며 당신에게 묻고 싶은게 있었는지 애써 입을 열었습니다.) ... 제 기억만 잃으신거에요?
시현:(당신이 겨우겨우 진정한 듯 보이자 조심히 당신에게서 떨어져 자리에 앉았다. 다소곳하게 앉아 당신을 바라보다가 그 공허한 눈을... ... 조금 크게 떠보이고.) 그. ... ... 네. 누가 들어낸 것처럼. ... ... 당신에 대한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 ... 죄송해요... ...
가온:...다른건 다 기억하시는거죠?
시현:... ...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당신이 앞에 계시니 당신에 대한 게 없는 건 자각했지만. ... ... 뭐가 더 없을지는... ...
가온:(그렇구나. 멍하니 앞만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푹 숙입니다. 눈을 비비다가 아팠는지 손 등으로 식히려 합니다.) ...저와 관련된 기억을 찾고 싶으세요?
시현:당신이 손등으로 식히려 하자 품을 이리저리 뒤져보지만, 딱히 당신을 거들어줄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조금 슬픈 듯 한 표정을 짓다가 당신의 말에는 약간 우물쭈물거렸고. ... ...) 그건. ... ... ... 찾고는, 싶지만. ... ... (왜인지 당신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달가운 태도는 아니어서.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침묵했고.)
가온:(그 말에 미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던 것 같습니다. 깊은 충격에 감각이 한 발짝 늦게 돌아오는지 발개진 눈으로 당신을 한 번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린 후에야 입을 엽니다.) ...울어서 죄송해요. 제가 필요하시니까 부르셨던건데...
시현:(눈시울이 붉어진 것에 따뜻한 물이라도 당신에게 내어주고 싶었는데. 가진 것은 남은 게 없었다. 씁쓸하고, 슬플 뿐이었다. 당신이 나 때문에 이리 슬퍼하고 힘들어하는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나는, 나는 그저... ...) ... ... 아니에요, 아니에요... ...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 ... 저희 관계가 그렇게 좋은... ... 느낌은 아니네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 정말 죄송합니다.
가온:(그 말에 또 멋쩍게 웃었습니다. 기억이 돌아오면 그 애매한 관계로 돌아가는거겠지. 같이 술을 마시며 신나게 놀았던, 더 먼 과거까지는 가지 못하겠지. 한 구석에선 기억을 찾지 않는게 둘다 좋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애써 눌러놓고... 당신에게 실례했다는 듯 살짝 목례를 합니다.)
그렇게 어색하게, 또는 예전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보면.
얼마나 지났을까요, 덜컹거리던 기차는 어떤 역에 도착합니다.
역의 이름은... ...
기억의 바다
다른 설명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가온:(안내리고 싶은 마음 한가득...)
(..이지만 위태로운 걸음 걸이로 간신히 내립니다.)
시현:(당신이 역에서 내리려 하자, 조심히 일어서 당신을 따라 내렸다.)
승강장으로 내려오면, 근처에 보이는 것은 검은 빛의 바다입니다. 열차가 가로질러 온 그 바다인 것 같습니다.
바다에서 눈을 돌리고 승강장을 둘러보면, 낡은 벤치와 매표소, 자판기. 그리고 쓰레기통이 보입니다.
가온:(매표소는 아까처럼 불이 켜져있나요?)
매표소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위치를 알리듯 불이 켜져있기는 하네요.
가온:(.....)어디 앉아라도 있을까요?
시현:앗... ... 그러고 싶으시면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당신의 뒤만을 따를 것마냥.)
가온:...그럼 벤치에 앉아계시면 잠깐 바람좀 쐬고 올게요. 아까 울어서 얼굴이 좀 화끈하네요.
시현:앗, 네. 그럼... ... (당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낡은 벤치에 조심히 앉았다.)
시현은 벤치에 앉고, 당신은 주변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바람도 쐴 겸 말이에요.
자유 조사 / 롤플 가능합니다.
가온:(매표소로 향합니다. 이 기차를 계속 타고 가는건지, 새로 발권을 해야하는지 몰라서요.)
당신이 매표소로 향하면... ... 매표소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딱히 새로 발권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매표소에... ...
작은 종이가 있습니다.
가온:(떼지는 않고 슬쩍 읽어봅니다)
... ... 종이는 왠지 낯이 익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 ...
[ 24h / -40% ]
가온:....
(종이를 들어.. 뒤집어봅니다.)
이것은 분명... ... 당신이 전에. 시현을 치료할 때 사용했던 기기에서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온:(종이가 있던 자리엔 다른게 없나요?)
딱히 볼만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아까와 같은 매표소일 뿐이네요. 역무원이 없을 뿐인 매표소입니다.
가온:하아....(깊은 한숨을 쉬고 자판기로 갑니다)
자판기로 가보면, 상품들은 단 하나의 포장된 물건만 빼고 전부 품절 상태입니다.
가온:(저 상자 크기를 어디선가 봤던가요?)
글쎄요... ...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아니기도 합니다.
가온:(무언가가 생각납니다. 다시금 발 밑부터 빨려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순간 흐릿해져가는 정신을 잡고.. 가온은 그걸 뽑으려 합니다.)
상자 아래에 가격 표시로 [ 500원 ]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가온:(주머니에 동전이 있던 것 같은데..)
(이랬는데 450원)
기억상으로 있었나... ... 한 번 뒤져볼까요.
행운 판정?
가온:
행운
기준치:50/25/10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
가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3천원 있던거임~)
5천원 짜리가 딸려나옵니다... ...
가온:...???
그렇지만, 자판기에 넣으려고 하면... ...
뭔가 안 맞는 느낌입니다. 들어가지 않아요.
가온:아.
음....... (한참 서성이다 쓰레기통으로 가봅니다.)
쓰레기통으로 가면... ... 무성히 버려진 쓰레기들과 그 가운데에 찢어진 표 하나가 보입니다.
가온:(표? 언제적껀지 육안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딱히... ... 모르겠습니다. 그런건 알아보기 어려워요. 찢어져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온:(저걸 굳이 맞춰봐야할까..? 아니, 여기서 표를 찢으면 나아갈 수 없는것 아닌가? 그럼 전에 왔던 사람들중 한 명은 여기서 표를 찢고 어디로 갔던거지?)
(우선... 낡은 벤치로 가봅니다.)
벤치로 다가가면, 시현이 자리에 앉으려는 줄 알았는지 조금 비켜줍니다.
그리고, 비킨 그 자리 아래 바닥 쪽에서... ...
무언가 작게 반짝, 이는 것이 벤치 틈새로 보입니다.
가온:아. (가온은 그쪽으로 손을 뻗어봅니다.)
당신이 손을 뻗어 그것을 주워보면.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500원짜리 동전이 빛을 발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가온:(엥)
어....
(일반 동전으로는 안되는건가? 손을 털고는 시현에게 매표소에서 주운 종이를 건내줍니다.) 잠시만 가지고 있어주실 수 있으세요?
시현:앗... ... 아, 네. 그럴게요. (당신에게서 종이를 받아들고 얌전히, 아까처럼 당신의 일이 모두 끝나길 기다렸다.)
가온:(500원을 쥐고 다시 자판기로 가봅니다. 그 동전이 들어갈까요?)
동전은 딸깡,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자판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에서 조금 더 소리가 울리고... ... 곧 한 개의 버튼에만 불이 들어옵니다.
가온:(마지막으로 남은 상품의 버튼을 누릅니다. 완판이네요. 축하해 자판기!)
당신이 버튼을 누르자 ‘덜컹’ 소리와 함께, 예쁘게 포장된 상자가 내려왔습니다.
가온:(조심히.. 뜯어봅니다.)
당신이 상자를 열자 보이는 것은... ...
? 빈 술병입니다. 왜인지 이것도 낯이 익은 게... ...
언젠가 당신과 시현이 함께 마셨던 그 술의 남은 병이네요.
가온:(피식 웃습니다... 그때 시현씨가 숫자쇼를 보여줬었지. 하지만.. 이걸 가져가야할지는 살짝 고민이 되는 듯 합니다.)
(우선은.. 그것도 들고 시현에게 갑니다.)
확인. 그리고 그에게 돌아가기 전.
관찰 판정.
가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1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어려운 성공 확인.
얼핏, 병에 작은 쪽지가 같이 동봉되어있던 것을 눈치챕니다.
가온:(병을 흔들어 쪽지를 손바닥에 꺼내봅니다)
분명 빈 술병에서 나온 것인데도, 어딘가 젖어있거나 술 냄새가 배어있지 않습니다.
내용은... ...
『당신의 기억과 물건을 그 사람에게 준다면 ‘가장 처음의 기억’ 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동의 하셨다면 그에게 물건을 선물하세요.』
가온:(어? 아까 종이를 생각하며 시현에게 도도도 달려갑니다.)
그는 그 자리에 아직 얌전히 앉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온:..때리려는거 아니니까 도망가지 마세요!
(혹시몰라 외치며;)
당신이 다가오자, 고개를 약간 들어 당신을 보고 약하게 웃고.
시현:제가 왜 도망가겠어요. 무슨 일이세요? 다 둘러보셨나요?
가온:(....?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심리학 굴려봐도 될까요?)
음... ... 딱히 아까와 다른 분위기는 아니고, 당신을 맞이하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원하신다면 좋습니다. 굴리시겠어요?
가온:(아 그럼 철회하겠습니다. 가온은 저도 모르게 들떠서 그랬는지 시현에게 병을 쥐어줍니다. 아까 종이는 나만 봤던 거였으니까.) 혹시 이거 기억나세요?
종이는 주지 않고 병만 건네는 것인가요?
가온:(어떤종이를 말씀하시는건가요? 매표소 종이는 이미 건낸걸로 기억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병과 함께 동봉되어있던 것의 이야기였습니다만. 실수였습니다. 스루해주셔도 좋습니다 mm
당신이 건넨 물건을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잡아오면.
... ... 처음 이 곳에 들어오기 위해 샀던 표를 잡을 때처럼, 얕은 두통이 몰려옵니다.
행운 판정.
가온:
행운
기준치:50/25/10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실패 확인.
얕은 두통과 함께 머릿속에서 단편적인 기억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소중한 기억들이 스치다 어두운 물속으로 빠지는 감각을 느낍니다.
머릿속이 물에 잠긴 것처럼 무겁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잊었는지.
당신은 잊어버렸습니다.
... ...
이성 체크.
가온:(다시 한번 오늘 먹은 점심을 기억하며...)
SAN Roll
기준치:72/36/14
굴림:2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건 안빠져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성공 확인. 1 차감됩니다.
가온:72>71
한편. 당신과는 다르게.
... ... 시현의 상태가 아까와는 조금 다릅니다.
방금까지는 당신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지만, 지금은... ...
가온:(술병을 들고 있는 시현을 보고 기억을 찾은건가? 싶어 눈을 맞춥니다.)
시현:(당신이 눈을 맞추자 평범하게 제도 눈을 맞추었다. ... ... 약간의 생기가 도는 듯 한... ... 부드러운 눈이 당신을 바라보고.) 무슨 일 있으셨어요?
가온:조금 진척이 있으신 것 같나요? (살짝 기대하는 어투입니다.)
시현:(눈을 빛내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 역에 처음 도착했을 때와 다른. 작지만 빛이 돌아온 눈. 이내 엷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 ... 응, 첫 만남은 기억났어요. 우리, 우연히. 정말 어쩌다 만났었죠. ... ... 거기까지는 기억났어요. ... ... (이내 당신에게 조심스레 안겼다.) ... ... 미안해요, 난 왜... ... 이런 걸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가온:(다행이다. 미묘하게 굳어있던 얼굴이 풀어져 첫만남때 당신에게 지었던 미소와 같은 느낌으로 웃습니다. 완전이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기쁜 것 같았습니다.)
시현:(당신에게 잠시간 안겨있다가는 곧 조심히 떨어졌다. 온전하지 않아도, 제도 당신에 대해 기억난 것이 기쁜 것이 표정에서 우러났다. 감출 수 없고, 감출 이유도 없었다.) ... ...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요. ... ...
가온:다음 역으로 가면.. 더 기억나지 않을까요?
시현:다음 역이요?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생각에 잠긴 듯 입가에 손을 대었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가온 씨가 원하신다면... ...
그렇게 대화를 하다보면.
... ... 기분탓일까요.
바다의 물이 조금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역과 기차가 잠길지도 모를 일 입니다.
가온:(여기 서해였나)
곧 승강장 전체에서 탁한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당신은 직감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가온:(여기서? 어디로 이동하지? 가온은 플랫폼을 급하게 둘러봅니다)
아까 보았던 풍경들입니다. 승강장, 쓰레기통, 자판기, 벤치, 매표소. 그리고 기차.
가온:우선 이동해요. 여기 있다가는 하염없이 밤하늘을 천장 삼아 계속 수영 할 것 같아요.
시현:아, 으아아. 그건 무서운데... ... 좋아요. (당신의 곁으로 가 언제든 당신을 따라갈 수 있게 붙었다.)
가온:(이런 기억만 남는다면 좋을텐데. 시현을 이끌고 기차에 폴짝 탑니다)
확인.
기차에 탑승하자 술병이 시현의 손에서 천천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기차의 문은 닫히고, 이내 덜컹거리며 어디론가 이동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가온, 듣기 판정.
가온: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공 확인.
“치지직- 전과 비슷하지 않나…? 조금 다른가?”
짧은 방송이 지나갑니다.
가온:(처음 탔던 것처럼 스피커를 노려보고... 창가 자리에 앉습니다.)
시현:(당신이 창가 자리에 앉자... ... 당신을 따라 가 머뭇거리며 반대편에 앉으려다가 이내 조심히 당신의 옆에 앉았다. ... ...)
창문너머의 풍경은 덜컹거립니다.
이상합니다. 분명 방금 전 바다를 달리던 기차였는데... ... 흔들리는 풍경은 어두운 바다가 아닌 금색의 넓은 들판입니다.
기차는 들판을 가르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온:...신기하네요. 한 번씩 탈때마다 경치가 바뀌다니.
시현:응, 왠지... ... 세상을 작게 축소한 하바리움이나 디오라마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아요.
가온:항상 이런 예쁜것만 보고 다니면 좋을텐데.
시현:... ...
가온:와서 풍경 봐요. 제 옆에 있으면 가려지지 않아요?
시현:그... ... 여기서도 잘 보이는걸요. 그리고... ... 옆에 있고 싶어서 그렇다고 하면 조금 이상하게... ... 들릴까요? ()
가온:(피식, 입을 가리고 살짝 웃습니다. 처음 만났던 그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그래도 그는 그였습니다. 비웃는 듯이 아닌,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낮게 웃다가 천천히 고개를 젓습니다.)
시현:(고개를 젓는 당신의 모습에 약간 표정이 밝아지는 듯 하다가 당신의 옆에 약간 더 붙어 앉았다. ... ... 예쁘네요.) 지금은 날이 조금 춥지만, 언제 소풍이라도 가보고 싶어졌어요.
가온:겨울치곤 따듯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요.. 나중에 소풍이라도 가요.
시현:응, 좋네요... ... 겨울 치고는 따뜻하긴 하지만요. 뭐랄까, 그래도 놀러 가기엔 조금 힘들 것 같아서요. 가온 씨가 괜찮다면 좋아요.
가온:사실 지금은 연애중이라서요. 비록 진짜 사랑으로 하는건 아니지만... 날짜를 정해두고 시작 했으니 그 날짜가 끝나면 놀러가요.
시현:앗, 그런가요? 응, 그럼... ... 나중으로 미뤄야겠네요. 그 때 즈음에는 따뜻해져있을 것 같으니까. 음... ... 어디 갈지 생각해두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나중에 천천히 정할까요?
가온:느긋하게 정해봐요. 매년 소풍가기 좋은 장소는 바뀌니까요.
시현:하긴, 맞아요. 봄에는 벚꽃이고 여름에는 바다고... ... 그런 식으로 바뀌니까. 그럼... ... 천천히.
조금, 아까보다는 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얼마나 지났을까요. 덜컹거리던 열차는 어떤 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의 이름은... ...
추억의 들판
이번에도 다른 설명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가온:(기차에서 내려..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고 숨을 크게 쉽니다.)
기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자 보이는 건 금색의 넓은 들판입니다.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가온:(플랫폼에는 뭐가 보이나요?)
들판에서 눈을 돌리고 역 주변을 살펴보면 작은 공원, 허수아비, 그리고 쓰레기통이 있습니다.
가온:(쓰레기통에 아까처럼 표가 찢겨져있나 확인해봅니다.)
확인. 이번 쓰레기통에서도 무성한 쓰레기들과 찢어진 표 하나가 보입니다.
가온:(다음 정류장에 가면 주워서 맞춰봐야겠다고 생각하며...)허수아비 보고 공원 조금 걸어볼까요?
시현:앗... ... 산책도 좋아요, 그럼... ... (당신의 옆으로 종종종 다가와 엷게 웃었다.)
허수아비 쪽으로 먼저 이동하나요?
가온:(시현을 이끌고 앞장서서 갑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면, 금색 들판을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가 보입니다.
가온:(하루종일 우뚝 서있는.. 성난 허수아비 아저씨...)
(모습은 어떤가요?)
허수아비의 팔은 삽으로 만들었네요. 언밸런스한 매력을 느낍니다.
관찰 판정?
가온:(ok)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공 확인.
허수아비는 낡았지만, 그에 비해 삽은 새 것 같습니다.
가온:..역에 관리자가 있나봐요.
시현:음... ... 그럴까요? 자리를 비우신걸까.
(허수아비가 귀여운 듯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약하게 웃었다.)
가온:(혼자서 이 넓은 들판을 지키다니 허수아비가 안쓰러워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시현:oO(귀여워라)
가온:공원 가볼까요? 그 곳에 관리자분이 계실지도 몰라요.
시현:앗, 가고 싶으시면... ... (허수아비를 두드리던 손을 내리고 웃었다.)
가온:(아까와 같이 앞장서 공원으로 향합니다. 처음 개찰구에 들어왔던 발걸음보단 조금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확인.
공원으로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꽃들이 작은 공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큰 나무만 덩그러니 자라있습니다.
가온:(오.....)
(가온은 성큼 나무쪽으로 가봅니다)
확인.
관찰 판정.
가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2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어려운 성공 확인.
나무 아래 땅이 유난히 엉망으로 파헤쳐져 있습니다.
가온:엥...
(뭐라도 묻었나? 땅이 단단한가요?)
그렇게 크게 단단하진 않지만, 맨손으로 파기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잘못하면 다칠지도 모릅니다.
가온:(그렇다고 허수아비 팔을 떼어오긴 싫었는데.. 입을 살짝 삐죽 내밀다 시현에게 갑니다.) 땅을 파보고 싶은데 나름 단단해서 삽이 필요할 것 같아요. 허수아비한테 다시 갔다 올 테니까 기다려주실 수 있으세요?
당신의 말을 듣자, 시현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에 얌전히 섭니다.
가온:(가온은 빠르게 달려 허수아비쪽으로 갑니다.)
허수아비는 그 자리에서 아직 자리를 지키고 서 있습니다.
가온:(막상 앞에 서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참 쳐다보다가.. 입을 엽니다.) 미안해요. 잠시만 빌릴게요. 다시 꽂을 땐 최대한 깨끗하게 해서 돌려드릴게요. (몇 번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다가... 삽을 뺍니다.)
확인.
당신의 말을 알아들은 것마냥.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허수아비의 고개가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결국 허수아비는 외팔이 되었지만, 다시 돌려놓으면 되는 일입니다.
당신은 허수아비에게서 삽을 뽑아들었습니다. 튼튼해보이네요.
가온:(잉잉 미안해.. 삽을 들고 다시 나무 밑으로 달려갑니다)
나무 밑으로 달려가면, 시현이 당신을 반기며 웃고 있습니다.
시현:어서오세요.
가온:(오랜만에 기분좋은 뜀박질을 해서 그런가 어딘가 개운한 표정입니다) 다치시니까 제가 할게요.
시현:앗, 아. 파시려고요? 그럼... ...
당신의 말에 시현이 자리를 비켜서고.
당신은 열심히 나무 밑을 파냅니다.
덩그러니 있는 나무 아래를 파내면 보이는 건 전과 같이 포장된 상자입니다.
가온:(삽을 조심히 옆에 놓고 상자를 그 자리에서 열어봅니다)
흙이 묻어 있어 더럽지만 상자를 열자 보이는 것은... ...
언젠가 당신이 시현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던, 『어린왕자』 이야기에 나올법 한 생김새의 작고 검은 그 상자입니다.
가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상자. 원하는거 하나가 나온다면서 시현씨에게 줬었지. 이번에도 그에게 건내줍니다. 기억이 돌아오길 바라면서.)
땅 아래에서 나온 물건입니다.
수상한 쪽지에 적힌 대로라면... 나의 기억을 대가로 그의 기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건넨 물건을 시현이 만지자 전과 똑같은 얕은 두통이 밀려옵니다.
행운 판정.
가온:
행운
기준치:50/25/10
굴림:1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어려운 성공 확인.
얕은 두통과 함께 머릿속에선 단편적인 기억들이 스쳐지나 갑니다.
좋지 못한 기억들이 스치다 땅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감각을 느낍니다.
머릿속에 돌이 들어간 것 마냥 무겁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잊었는지.
당신은 잊어버렸습니다.
... ...
이성 판정.
가온:(다시 오늘 먹은 점심을 생각해봅니다)
SAN Roll
기준치:71/35/14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런 기억이 아닌가봐)
성공 확인. 그건 아닌 것 같죠?
이성치 1 차감됩니다.

가온:71>70

반면 시현의 상태는 아까와는 조금 다릅니다.
방금 까지만 해도 그나마 당신을 알아보던 시현이었지만 지금은 뭔가 다릅니다.
가온:...? (삽을 털다가 시현을 마주합니다.)
시현:(당신이 두통을 느낀 것을 눈치챘는지 당신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괜찮... ... 으세요?
가온:(내색을 안해도 들켰구나.. 미간을 두어번 꾹꾹 누르다 옅게 웃습니다.)네, 괜찮아요. 편두통인가봐요.
시현:(당신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 당신은 어째서인지 늘 힘든 걸 속으로 감추고만 있어서. 그렇지만,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당신에게 속내를 내보여달라고 하는 건 이기적인 것 같아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 ... 알겠어요.) 병원 가실거죠?
가온:병원까진 아니에요. 그냥 좀.. 아까 울었던 그거 충격이 조금 남아있나봐요. 기억도 돌아오고 있으니 괜찮아질거에요.
시현:(걱정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 ... 자신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는 못했고.)
가온:마음 안쓰셔도 돼요. 저는 시현씨 필요로 해서 온거고, 친구로서 할 일을 하는 것 뿐이니까요. (미미하게 웃더니 삽을 다시 털어냅니다.) 가기 전에, 허수아비에게 들려요.
시현:(친구라는 말에 눈을 조금 크게 떠내었다. 친구라면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는걸까. ... ... 그런걸 받아도 되는걸까, 싶어져서. 고맙고, 미안했다.) 응, 좋아요... ... 그럼 갈까요.
가온:(전보단 아니지만 삽을 최대한 깨끗하게 하고... 열심히 걸어 허수아비 앞에 섭니다.)
확인. 허수아비는 팔을 되찾았습니다.
... ... 기분탓일까요.
가볍게 불던 바람이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곧 태풍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곧 승강장 전체에서 탁한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당신은 직감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가온:(하늘을 보다... 허수아비에게 고맙다는듯 목례를 합니다. 속으론 날라가지 않게 빕니다. 그래, 몇번이고 이렇게 기억을 찾아가면 되는구나. 당신 손을 이끌고 기차에 탑니다.)
확인.
기차에 탑승하자 술병과 마찬가지로 상자가 시현의 손에서 천천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기차의 문은 닫혔고 덜컹거리며 또 다시 이동을 시작합니다.
가온, 듣기 판정.
가온: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97
판정결과:실패
(미친펌블날뻔)
노오오 노오오오
실패 확인.
기차 안으로 들어가자 짧은 방송이 들립니다.
“치지직- …-..다른 거-…? 기록…-...”
가온:(저걸 언젠간 뿌셔버려야지... 무시하고 아까와 같은 자리에 앉습니다.)
시현:(당신이 자리에 앉자, 자신도 당신의 옆으로 와 앉아 늘 그랬던 것처럼 웃었다.)
가온:(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살풋 미소를 띄워줍니다. 아마 현재로선 이게 최대한의 웃음이겠죠. 이만큼 왔다면 침묵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가온은 창밖을 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하늘이 조금씩 어둑어둑해질 기미가 보입니다.
기차는 열심히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습니다.
가온:(이번엔 풍경이 바뀌지 않나요?)
아직 바뀌려면 조금 멀은 것 같습니다.
천천히, 여유롭게 기다릴까요. 다시 대화를 나누거나, 아니면... ... 조금 지쳤으니 잠깐 같이 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가온:(맞습니다. 사실 타지에 온 것만으로도 많이 긴장되죠. 가온은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습니다.)
덜컹, 덜컹.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바싹 긴장된 몸이 서서히 풀리고.
... ... 짧은 안식을 되찾습니다.
잘 자요, 가온. 고생했어요.
... ...
얼마정도 시간이 흐르고, 당신이 서서히 눈을 뜨면.
어느덧 하늘은 어둑해져 있었습니다.
덜컹거리며 움직이던 들판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삭막한 회색의 땅만 보입니다.
가온:(약간 실망..)
느리게 기차가 멈추고 기차 앞의 선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직감적으로 이번이 마지막 역임을 느낍니다.
이번 역에서도 기억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가온:(입을 가리고 짧게 하품을 하다가... 시현은 어떤지 봅니다. 잠들어있나요?)
시현도 느긋하게 잠들어있다가 방금 막 깨어난 것 같습니다. 몽롱한 눈빛이 바닥을 응시하다가 당신을 보고 웃어보이네요.
시현:잘 주무셨어요? 주무시는 것 같길래... ... 깨우기 뭐해서. 저도 조금 잤어요.
가온:아, 응... 자서 미안해요. 안그래도 요새 몸이 조금 피곤했어서... (그거 조금 잤다고 그새 목이 잠겼습니다.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가 눈을 비비는 손에 막히니 더 둔탁하게 들립니다.)
시현:아,아니에요. 아니에요... ... 괜찮아요. 피곤하면 자야죠. 당연한걸요. 돌아가시면 조금 더 주무시는 게 낫겠어요. ... ... 무리하시면 안돼요.
가온:(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쭉 팔을 뻗어 기지개를 폅니다.) 여기가 마지막 역인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가봐야죠.
시현:(기지개를 켜는 것을 보고 얌전히 앉아 당신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응, 좋아요.) ... ... 천천히 일어나볼까요. 자다 일어나서 조금 몸이 찌뿌둥할 것 같기도 하고.
가온:(두어번 목을 돌리더니.. 읏챠 소리와 함께 천천히 일어나 당신에게 손을 건냅니다. 올려다본 얼굴은 당신이 기억하는 여느때와 같은 웃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편하진 않습니다.)
시현:(당신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저도 일어나려다가 느리게 웃었다. ... ... 곧 당신의 손을 잡고 으차, 자신도 일어나 당신의 옆에 서서는 웃었고.)
가온:(그렇게 당신의 손을 잡고 기차에서 내립니다. 부디 안좋은 기억들은 사라지길 빌면서.)
당신들이 기차에서 내리면. ... ...
돌연 시현이 청거리더니 승강장 바닥에 머리를 잡고 주저앉아 버립니다.
가온:..!(시현이 쓰러지기 전에 잡아주기 가능한가요?)
확인.
민첩 판정?
가온:ok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
가온:(군인이란)
당신은 시현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바로 직전 그를 잘 잡아줍니다.
그는 당신의 팔 안에서 신음을 뱉다가 느리게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고, 엷게 웃어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시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 ... 기뻐할 일이겠죠?
시현:... ... 미안, 미안해요. ... ... (천천히 숨을 고르다가 몸을 느리게 일으켰다.) 놀라셨어요?
가온:아뇨, 그, 짧지는 않은 거리를 움직이셨으니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친덴 없죠?
시현:네, 다행히... ... 잡아주셔서 감사해요. 놀라지 않으셨다면 다행이에요.
가온:(근처에 벤치가 있을까요?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곳의 역은 모든 것이 삭막하기만 합니다.
꽃이 존재하지 않는 게 당연할 정도로 땅은 갈라져 있고 선로 앞은 깊은 절벽, 어둠만이 보입니다.
떨어지면 다시는 올라올 수 없는 깊이 같습니다.
이 역 주변엔 특별한 건 없습니다. 역을 나가는 개찰구만 보일 뿐입니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역의 이름은.
시간의 절벽
가온:...걸으실 수 있겠어요?
시현:(당신의 말에 제 몸 이리저리를 살피고, 제자리에서 두어번 통통 뛰어보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괜찮아요. 쉬지 않아도... ... 여긴 엄청 무섭네요.
가온:그러게요... 왠지 바다, 들판, 갈라진 땅... 탄생부터 멸망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우선 저기 개찰구가 보이니까 나가봐요.
당신의 말에 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당신은 시현과 함께 개찰구 앞으로 다가섭니다.
개찰구로 이동하자 보이는 것은 처음 역에서 보았던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역무원의 모습이었습니다.
얼굴을 잘 보지 못했지만 같은 사람인 느낌이 듭니다.
역무원은 품에서 표 한 장을 내밀어 보이며 딱딱한 말투로 말을 합니다.
역무원:이제 실험의 막바지입니다.
그리고 표는 한 장뿐입니다.
표가 있는 사람만 이 역에서 나갈 수 있습니다.
가온:(가온은 망설임 없이 당신 손에 표를 쥐어줍니다.)
시현:엑.
... ... 가온 씨, 그. 아니. 저는. ... ...
가온:(듣고있다는듯 눈을 맞춥니다.)
시현:(눈을 맞춰오자 푸른 빛을 띄는, 노란 빛을 띄는 눈이 흔들렸다. ... ...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게.) 가온 씨. ... ... 아냐, 아냐. 이러지 마요. 이러지 마요. ... ... 날 혼자 보내지 말아줘요. 네?
가온:그렇다고 다시 여기 있기는 싫잖아요, 시현씨. (담담하게, 살짝 굳은 얼굴이 당신을 마주합니다. 나름 상냥하게 했다고 생각해도, 날카로운건 어쩔 수 없었나봐요.)
시현:혼자 가는 것도 싫어요, 가온 씨. 나는, 난... ... 이럴 줄 알고 와달라고 한 게 아닌데... ... (담담한 얼굴을 보고 어째서인지 슬픈 마음이 깊어져서. 흔들리는 눈동자가 아래를 향했다. ... ... 저는... ...) 가온 씨는, 왜 항상. ... ... 항상 나를 도와주고 지켜주는데. 난... ... 난 왜 아무것도 못해주는건지, 난 모르겠어요. ... ... 난... ...
가온:...시현씨가 여기 남아있어서 저에게 도와달라고 한거라면.. 시현씨도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받고 그 사람을 돌려보낸 후 혼자 남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젠 시현씨가 나갈 차례인거죠. 이해했어요?
그게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시현씨는 민간인이고 저는 은퇴 했어도 아직 군인이잖아요. 군인이 민간인을 지키는건 당연한거에요.
시현:그럼 당신은요. 가온, 가온 씨는요. ... ... 나는, 난. 그, 나는... ...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당신의 말에 그저 가슴에 비수가 박힌 것 같은 감각이 몰아쳐왔다. ... ... 그럼, 당신은 누가 데리러 와주는건지.)
그렇게 따지면 전, 저는... ... 가온 씨. 저도 민간인은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 물론,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 그런 직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
가온:하지만 직접적으로 군에 등용되시지는 않았잖아요. 운동선수가 군인보다 힘이 세도 민간인인것처럼, 그런거에요. 저한텐 시현씨도 민간인이에요. 나중에 데려와주시면 되는거죠. 그쵸? 혹시 몰라요, 저도 다른 사람한테 편지를 써서 그 사람이 여기 오면 같이 나갈 수 있을지.
시현:(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게 무슨 할 말이 남아있나. 아래로 떨군 눈에서부터 시작해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는 물방울들이 한없이 서글펐다.)
(당신은 항상 올곧았고 굳건했다. 그것은 군인, 이라는 직책. 그 직책이 만들어낸 책임감 때문인가. 그렇지만 그런 굳건함은 무너지고 난 뒤의 상처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 ...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왜 늘 당신에게 은혜만 입는지. 떨리는 목소리를 내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밀물 때 바닷가로 밀려오는 파도같았고.)
가온:(우는 당신을 어찌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나는 에전만큼 따듯하고 온기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당신처럼 바로 안고 눈물을 닦아주던 그런걸 점점 꺼리게 되었는데, 어째서 오늘만큼은 이렇게 일렁이는지.)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당신을 놓고 역무원에게 갑니다.) 기억을 주면 표 한장을 더 살 수 있나요?
역무원은 고개를 젓습니다.
역무원:표는 한 장 뿐입니다.
가온:(.....)
역무원:누가 이 표를 가지고 가실 건가요?
역무원은 시간을 더 주겠다 말하고 개찰구 옆 벤치에 앉습니다.
가온:(가온은 시현의 손을 잡고 개찰구 앞으로 갑니다.)
시현:? 어, 어어어... ... (힘없이 끌려간다)
가온:시현씨.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에전같이 상냥한 사람이 아니에요.(그리고 개찰구에 표를 넣고... 시현을 개찰구 나가는 쪽으로 밀어버립니다.)
시현이 무어라 반항하거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당신은 그의 등을 떠밀어버리고
시현은 개찰구 밖으로 힘없이 밀려납니다.
당신은 시현 대신 역에 혼자 남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좋은 방법일까요.
가온:(시현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하지만 이미 표는 개찰구 틈으로 들어가 가림막이 열리고 그는 당신의 의지로 승강장을 빠져나온 뒤 입니다.
시현:(놀라서 수조 속의 금붕어마냥 입만 뻐끔거리듯 움직이다가 닫힌 가림막 앞으로 다가갔다.)
... ... 가온 씨. ... ...
그럼, 다음엔. ... ... 저에게 편지해주시면 안될까요?... ... 부탁이에요.
가온:(말은 하지 않고 알겠다는듯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신의 행동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 ...
한 발짝, 한 발짝.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역에서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가온:(뒷짐을 진 채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봅니다.)
역 밖으로 나올수록 희미해져갑니다.
이 역에서 있었던 기억이 구덩이 아래로 떨어져 머릿속에서 흘러내리는 감각을 시현은 느낍니다.
이상한 것은.
그러한 감각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켜는 단순한 기분입니다.
자신이 여기에 무엇을 하러 왔는지, 왜 왔는지 여긴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니, 기억할 수도 없습니다.
무엇을 잊었는지 시현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덤덤한 얼굴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갈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오늘도 다시 세계를 바라볼 시간이에요.
... ...
집으로 돌아가면, 오랜만에 가온에게 연락을 해야겠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낍니다.
... ... 얼마 뒤.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시현은.
가온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이곳에 있으면 시현씨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사라져가요.
전부 잊어버리기 전에 저를 데리러 와 주시겠어요?』
... ...
:: END 2 :: HAPPY ENDING - 반복되는 시간
KPC, 시현. 생환.
PC, 가온. 로스트.
미고의 바람대로 실험을 영원히 지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 어떠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죠.
시나리오 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