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걱정 가득한 얼굴로 당신에게 다가오는 황제는, 누가 봐도 세상의 구세주를 아끼는 군주의 모습입니다. 간절함을 담아 친히 당신의 손을 감싸줍니다.
그런 황제의 손을 보고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었을까요.
파스칼린:(그래요, 아까 흘러가듯 들었던 의심쩍은 말에 황제 폐하마저 잠시 경솔한 눈으로 봤던 것뿐일 것입니다. (황제는 알 리 없는)사과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황제의 손등에 가볍게 입술을 눌렀다 뗍니다.) 반드시 주어진 임무를 해내고 돌아오겠나이다. 그간 옥체를 보존하시옵소서.
(GM):막중한 기대와 염원 속에, 당신은 오랫동안 하지 못할 인사를 그에게 올립니다.
기사단이 일제히 당신에게 머리를 숙이고, 장엄한 음악이 울려 퍼지면 출정식이 거행됩니다.
당신이 걸음하는 곳마다 평화의 기원을 담은 융단이 깔리고, 아이들이 색색깔의 꽃을 헌화하고.
(전부 피해낼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피해를 줄여보고자 몸을 웅크리며 뒤로 뺍니다. 회피 판정인가요?)
(GM):네! 회피판정.
파스칼린:
회피
기준치:
45/22/9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우당탕)
(GM):저런~ 전부 못피했어요~
파스칼린:(수적 열세에는 장사가 없다)
(GM):둘러쌓인채로 다굴당하는 우리 용사님...
체력 -5
파스칼린:(이렇게 사방으로 둘러쌓여서는 도저히 피할 틈이...! 벌어지는 상처를 애써 지혈하면서 빠져나갈 구석을 찾아봅니다. 아니 찾아볼 수 있나 지금?)(11>6)
오, 맙소사!
(GM):숨차게 검을 휘두르며 피할 궁리를 하던 당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한두 사람의 발소리가 아닙니다.
파스칼린:(사람들 무리...?! 정신없는 와중에도 재빨리 시선을 돌려 발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봅니다.)
(GM):뒤를 돌아보자, 어쩐지 황성에서 보았던 사제들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제들이라면 성력에 일가견이 있을 텝니다. 마물들로부터 제국을 지키는 데에 용사인 당신만큼이나 힘쓰고 있는 이들이라 했으니까요.
이들은 용사인 당신을 알아보는 걸까요? 도와주러 온 걸까요?
파스칼린:(그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들었던 안도가 갑자기 서늘한 빛으로 바뀌는 까닭은 뭘까요? 출정 전 들었던, '불과하시잖아', '가엾기도 하지' ... 같은 문장이 갑자기 귓가를 스치고 가서였을까요? 그러나 우선은 그들과 눈을 맞춰봅니다. 괜한 찝찝함일 거니까요. ... ... 그래야만 하고요.)
사제:오, 파스칼린......
바보같은 제국의 충견 아니십니까? (조롱에 가까운 어휘로 당신을 보며 낄낄 웃어댑니다.)
(GM):이게 무슨 말이죠?
그들이 무어라 외자 마물들은 갑자기 다시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 몸을 감춥니다.
궁정의 하얀 사제복과 달리 새카만 사제복을 입고 있는,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이 광인처럼 웃어댑니다.
파스칼린:(몸 이곳저곳에서 흐르는 피를 다소 거친 손길로 문질러 닦아내고, 가늘어진 눈으로 사제들을 응시합니다. 설마했는데. 떨리는 팔을 들키지 않으려 주먹을 조용히 쥐어냅니다.) ... ... 당신들.
사제:네, 말씀하시죠. (웃음을 멈추지 않고 조롱하듯 예를 갖춥니다.)
파스칼린:(후... 휘둘리면 안 된다. 진정해. 조용히 숨을 내쉬고는 사제들의 상태를 곁눈질하며 입을 엽니다.) 꽤 예전부터 꾸며왔던 모양입니다.
사제:(웃음을 멈추고 음? 하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다시 크게 웃음을 터트립니다.)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파스칼린:(이쪽도 도리어 음? 하고 눈가를 움찔했다가 싱긋 웃어보입니다.) 뭐, 그쪽이 그럴 만한 언행을 먼저 보이셨으니 사과는 않겠습니다.
파스칼린:(하... ... 혼란스러움을 감춫고자 싱긋 웃어보였던 미소를 거두고 본인 앞으로 다가온 사제를 가만히 응시합니다.) 말씀하시죠. 들어드리겠습니다.
사제:(알아들을수없는 주문을 당신을 향해 읊습니다.) 모든건 결국 운명의 농간입니다.
대륙의 끝으로 가시면 비로소 알게 되겠지요....
(GM):무언가 해를 끼치려고 하진 않은듯 합니다. 몸을 보면 욱신거렸던 상처가 몇 개 아물었거든요.
체력+3
파스칼린:(6>9)(상처가 아무는 감각에 절로 눈이 끔뻑여집니다. 사제가 내뱉은 말을 되풀이하듯 읊조리게 된 건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사뭇 강렬했기 때문이었겠죠.) ... ... 운명의 농간?
사제:(당신을 용사로서 대우해주는건가, 싶다가도 키득. 자못 안타깝다는 눈빛이 스쳐지나갑니다. 이것도 과연 조롱일지는.. 모르겠네요.) 우선 지고하신 황제폐하께서 내려주신 명을 수행하시는게 어떠하신지요?
파스칼린:(당최 속을 알 수 없는 상대의 태도에 눈이 다시금 가늘어집니다.) ... ... 바보같은 충견이라고 부르신 것치고 제법 친절하시군요.
(앞에 선 사제 또는 사제 무리들의 심리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을까요? 관찰력 또는 심리학으로요!)
(GM):글쎄요... 사제는 당신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무리를 이끌고 자박자박. 멀어져갑니다.
아무 일도 없던 듯 사라지네요.
파스칼린:(사라지는 사제들의 뒷모습을 잠시 노려보듯 하다가... 멈춰있던 발걸음을 다시 옮깁니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되돌아가거나 멈춰있을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GM):기분 탓일까요… 눈을 돌리면 숲속의 어둠은 한 겹 더 짙어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
(GM):마왕에게 가는 길을 필사의 각오로 막기라도 하듯 괴수들은 발길을 뗄 때마다 달려들었지만,
당신은 어렵사리, 그러나 용맹하게 그들을 처치하고 빛나는 핏물로 그득한 비린 명예의 길을 거침없이 걸어갔습니다.
대륙의 끝으로 가면 갈수록 땅은 척박해지고, 바람은 거세지고, 발걸음을 떼기는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파스칼린:(모든 건 결국 운명의 농간입니다. 대륙의 끝으로 가시면 비로소 알게 되겠지요... 기분나쁜 미소와 함께 그리 말하던 사제의 얼굴이 떠올라 미간을 구깁니다. 하지만 얄궃게도, 정말로, 그의 말을 따라 대력의 끝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걸요.)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이 가능할까요?)
(GM):그럼요.
다가오는 날은 결국에 다가오고야 마니까요.
눈을 들면, 저 멀리 희끗하니 보이는 검은 성채.
잠깐 걸음을 멈춥니다.
저것이, 마왕이 산다는 세계의 끝 죽음의 성.
파스칼린:(저기가 바로, 세계의 평화를 위해 무너뜨려야만 한다는 마왕의 요새... 숨을 고르면서 성채를 빤히 보다가 주변을 둘러봅니다. 관찰력이나 듣기 판정으로 죽음의 성을 살펴보거나, 주변의 인기척 등을 알아채볼 수 있나요?)
(GM):여태껏 겪어본 적 없는 지독한 중력에 짓눌리는 듯한 힘에 마음 속으로 두려움이 찾아들어 주위의 그 무엇도 당신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끝에 선다는 것은 이토록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던 걸까요.
손끝이 마구 떨렸습니다.
경험해본 적 없는 죽음,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경한 공포가 차올랐습니다.
SANC 0/1
파스칼린: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그러나 당신은 용사지요.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축복을 받았습니다.
무엇이 당신에게 더 두려운 것일까요.
축복해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이 압도적인 적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은,
악을 처단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파스칼린:(뒤늦게 인식한 죽음의 공포에 손끌이 마구 떨려왔습니다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아 평정심을 유지합니다. ... ... 비록 운명의 농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지라도,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믿음 아래 자라왔고.. 그것에 보답하고자 지금껏 걸어왔으니까요. 숨을 길게 내쉬고 고개를 들어냅니다.)
(GM):용사 파스칼린은, 숨을 길게 내쉽니다.
...문득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 주위를 둘러보면, 11마리의 마물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점점 좁혀옵니다, 포위해옵니다.
파스칼린:(역시 마왕이 머무는 장소인만큼, 쉽게 길을 터주지 않겠다는 것이겠죠. 우선 칼을 꺼내들기 전... 그들을 피해갈 수 있는 틈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GM):좋습니다. 관찰판정.
파스칼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마물 한마리가 앞서 나옵니다. 대장격인걸까요? 이 마물을 죽인다면.. 어쩌면 틈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스칼린:(... ... 이 마물을 공격해 틈이 생긴 순간을 노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빠르게 검을 꺼냅니다. 시간이 없으니까요!)
전투:포위망 격파
(GM):파스칼린의 선제공격입니다.
파스칼린:(대장격으로 보이는 마물에게 곧장 덤벼들어 빠르게 검을 휘두릅니다. 급소까지는 아니어도 잠깐의 틈만 낼 수 있다면...!)
(GM):롤!
파스칼린:
하사받은 검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크와앙:
회피
기준치:
52/26/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GM):키에엑-!
일격에 머리를 관통합니다. 그걸 본 다른 마물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합니다!
파스칼린:(묵직하게 들어간 일격에 스스로도 흠칫 놀랄 겨를도 없이, 곧장 검을 뽑아들고는 주춤거리는 무리들 사이를 뚫고 거침없이 내달립니다. 민첩 판정이 필요할까요?)
(GM):네! 민첩 판정.
파스칼린: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워~)
크와앙: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당신은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파스칼린:(여기서 또 다른 무리와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곤란한데...! 일단 목적지를 향해 계속해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주변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았나요? 무리들은 뒤를 따라오고 있나요?)
(GM):따라오고 있지만 점점 멀어지는듯 합니다.
이대로 따돌리면 좋았을텐데.
어디선가 퍼덕이는 날개소리가 들려옵니다.
박쥐처럼 생긴 마물들이 다시 몰아칩니다.
언뜻 본 머릿수만 해도 30마리입니다.
아까보다 더 버겁게 느껴지는 건 지친 탓의 착각일까요.
파스칼린:(첩첩산중이군... 미간을 팍 찌푸리고는 시선을 피해 몸을 숨길 장소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주변에 활용할 만한 지형이 보일까요?)
(GM):그럴 틈도 주지 않겠다는듯 겨우 따돌린것같던 마물들도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끝이 없이 들이닥칩니다.
비린 피냄새와 몰려오는 숨찬 두려움, 지긋지긋한 살육을 자행하며 검을 휘두릅니다.
마물이 비명을 지르고,
그럼에도 다시금 달려들어 당신을 물어뜯기 시작하고,
팔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찔한 고통이 두 눈을 감깁니다.
파스칼린:(마왕은커녕 성에도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사제가 비웃듯 이야기하던 운명의 농간이라는 말이 귓가를 맴돕니다. 정말 이렇게 끝이 나고야 마는 걸까요.)
(GM):아, 더이상은, 더이상은……
당신의 목줄기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드는 마물이 시야에 가득 들어차는 것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습니다.
파스칼린:(눈썹 한쪽이 절로 올라갑니다. 교육의 힘이라니, 마치 당신의 악명이... 오해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복잡한 심경을 숨기고자 눈을 접어 싱긋 웃어보입니다.) ... ... 그러죠. 마지막 만찬이라.
(GM):마왕이라 불리는 그는 당신을 다이닝 룸으로 안내합니다.
따라 간 곳엔 화려한 성찬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죽여야 할 상대와 이런 진수성찬을, 사이좋게 식사라니요!
파스칼린:(마지막 만찬...이라고 했으니 나름대로 어울린다면 어울리는 자리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묘한 기분은 떨쳐낼 수 없어 주변을 슬 살펴봅니다.)
솔라레오:걱정마. 독은 안탔어. 말했듯이 난 정정당당한게 좋거든. (늘상 앉던 자리라는듯 자연스럽게 제 위치를 찾아갑니다.)
파스칼린:(마왕이라 밝힌 상대를 힐끔 보다가 묻습니다.) 자리는 지정석이 아닌 건가?
(혼잣말이라고 뱉었는데 생각보다 큰 음성에 흠칫합니다. 목을 가다듬고 솔라레오를 곧게 보며 물어요.) 자리는... 내가 골라 앉으면 됩니까?
솔라레오:(새삼스럽지도 않다는듯 의자에 앉습니다.) 맘대로.
파스칼린:(어려움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진 자리에 말없이 착석합니다.)
(GM):식기를 들고, 식사를 시작합니다.
메뉴들을 훑어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당신이 좋아할법한 것들 위주로 차려져 있습니다. 이 마왕... 당신 뒷조사까지 한걸까요?
파스칼린:(대체... 어쩐지 식은땀이 속으로 주륵, 흐릅니다.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가는 방에서의 기시감.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는 건 알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마왕과 만났던 적이라도 있는 걸까요? 우선은 말없이 식기를 들어 앞에 놓인 음식부터 천천히 맛을 봅니다.)
(GM):...맛있습니다. 황실 요리사가 해준 만큼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입니다. 마왕은 매일 이런걸 먹었던걸까요?
파스칼린:(맛있군... 눈이 순간 커졌다가 돌아옵니다. 두어번 포크질을 해 음식을 조금 더 맛보고는 마왕을 봅니다.) ... ... 단순히 내 이름만 들어본 정도는 아닌 것 같군요.
솔라레오:심기 불편할만한 짓은 안했으니까 걱정마. 들려들려 퍼지는 소문이 여기까지 닿았다고는 생각 안해? (부드럽게 앞에 놓인 식사 한 조각을 입에 넣습니다.)
어때? 식사는 입에 맞아?
파스칼린:(여러모로 의심쩍은 부분이 많단 말이죠. 말을 아낀 채 마왕을 바라보다가 싱긋 웃습니다.) 예. 마지막 만찬이라 제법 신경써주신 모양입니다.
솔라레오:(느릿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는 당신의 웃음을 보곤... 무어라 중얼거리며 다시 식사를 시작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성 구경도 해볼래?
파스칼린:(속으로 조금 멈칫합니다. 왜 저런 반응을... 사실 지금껏 보인 언행만으로도 충분히 예상 밖의 모습이었지만요. 마왕과 얼굴을 마주하며 대답합니다.) 주인께서 먼저 제안해주신다면야. (심리학이나 관찰력 판정이 가능한가요?)
(GM):네 가능합니다.
파스칼린:(심리학 판정 해보겠습니다!)
(GM):롤.
파스칼린:
심리학
기준치:
65/32/13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솔라레오:(그저 평온하게 음식을 입에 넣습니다. 잠깐, 입꼬리가 올라간것같기도 하구요. 그런데도 어쩐지 어딘가 눅눅함이 묻어나옵니다. 그리 읽히는 얼굴로,) 긴장했어?
파스칼린:(얼굴에서 읽히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의외라면 의외인 감정을 보고 눈가가 움찔합니다. 곧 이어진 말에는 제법 천연덕스럽게 대꾸해요.) 감사하게도 주인장께서 극진히 대해주시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조금은?
솔라레오:적을 눈 앞에 두고 밥을 같이 먹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러다 체 해. 그러면 하루 더 쉬었다가 겨뤄야하잖아.
파스칼린:(조금 떨떠름한 듯 눈을 한번 깜빡였다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치고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최상의 컨디션을... 제가 아닌 당신을 위해 유지해야 할 것 같은 기분까지 드는군요.
솔라레오:그래주면 좋고.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제 몫의 식사를 이어나갑니다.)
파스칼린:(흠... 하고 곁눈질로 마왕을 보다가 본인도 시선을 돌려 차분한 손길로 식사를 이어나갑니다. 머릿속은 영 복잡하지만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이상해. 적어도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라. 사제... 그 사제가 운명의 농간이라고 했던 것과 연관이 있나?)
(GM):뭐...... 진짜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하는 마왕일수도 있구요.
사람의 속도 모르는데 마왕의 속은 어떻게 알겠어요?
파스칼린:(평소보다 적은 양의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식기를 내려놓습니다. 묘한 마왕의 태도에 이끌리듯 식기를 들고 음식을 맛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배가 가득 찰 때까지 먹고 싶은 마음까지는 들지 않네요. 여러 이유로요.)
솔라레오:(그와 동시에, 식기를 내려놓습니다.) 오는 길이 힘들었을텐데 생각보다 적게 먹는구나.
...그럴만도 하지. (자리에서 슬 일어납니다.)
파스칼린:(별달리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그를 따라 일어납니다. 그러다 뒤늦게 덧붙이듯 말해요.) ... ... 비록 장소는 적진이었지만 근사한 식사였습니다.
솔라레오:약속대로 성 구경시켜줄게. (긴 치마를 툭툭 정리하곤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앞서나갑니다.)
파스칼린:(앞서나가는 뒷모습을 빤히 보다가 조용히 숨을 내뱉고는 따라갑니다.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새삼스럽지만요.)
(GM):저 치가 사악한 마왕이라니....
마왕은 다이닝 룸과 연결된 홀과 계단을 오르면 당신이 있던 방으로 갈 수 있을 복도와 수많은 방, 그리고 복도 끝에 난 계단을 오르면 성의 탑으로도 갈 수 있노라 말합니다.
솔라레오:어디부터 갈래?
파스칼린:(이거 참... 떨떠름한 기분을 털어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을 묶은 리본을 괜히 만지작대다가 내려놓고 말해요.) 가까운 순서대로 돌아봐도 되겠습니까.
솔라레오:(그 모습을 잠깐 눈에 담아두다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그럼 홀부터 가자. (그리곤 다시 걸음을 옮겨요)
파스칼린:(조금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뒤따라갑니다.)
(GM):홀로 향하면 아까 본 것과 같이 실내 정원이 꾸며져 있습니다.
정원이라기엔 작은 규모지만, 어쨌건 무성히 핀 연분홍 장미는 천장과 수많은 창으로 들어오는 노을에 물들어 아름답네요.
파스칼린:(마왕의 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기 쉽지 않은 풍경입니다. 슬쩍 시선을 옮겨 꽃을 가만히 구경하다 입을 열어요.) 신경써서 가꾸신 모양이네요.
솔라레오:마왕에 대한 인식을 좀 바꿔보고 싶었어. (장난 섞인 웃음소리를 내며 정원을 바라봅니다.)
(GM):교육 판정이 가능합니다.
파스칼린:(마왕에 대한 인식...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교육
기준치:
80/40/16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나의 마음 당신만이 아네.’ 별 뜻도 없을 마왕의 정원을 뒤덮은 꽃의 의미입니다.
마왕의 정원이라면 좀 더 악의 어리고 짙은 것들이 자리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지요.
생각보다 인간적인 그에게 생의 동반자라도 있다면, 혹은 그럴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꺾어 바칠 만도 했을 텐데요. 얕은 감상입니다.
파스칼린:(흠, 하고 꽃을 가만히 보다가 가볍게 툭 뱉습니다.) 꽃말에도 조예가 있으십니까?
솔라레오:(어깨를 살짝 으쓱입니다.) 왜?
파스칼린:(그런 반응을 보다가 고개를 느리게 젓습니다.) ... 별거 아닙니다. 가끔 꽃말을 신경써서 꽃다발을 만들거나 꽃밭을 가꾸는 경우가 있으시길래.
솔라레오:척박한 땅에서 굳게 자랄 꽃은 많지가 않아서. (짐짓 아쉽다는 얼굴로 정원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어땠어?
파스칼린:(그를 따라가며 생각합니다. 알면서 떠보는 건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곧장 대답하는 대신 이렇게 되묻습니다.) ... ... 혹시 제가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솔라레오:그게 그렇게 궁금해? (구두굽 소리를 내며 길을 안내하다, 계단이 나오자 치마를 밟을까 모아잡고 올라갑니다.)
파스칼린:뭐, 제가 여기 막 도착했을 때의 모습을... 주인장께서는 보지 못하신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비꼰다기보다는 정말 그 말 그대로의 의미로 말하는 어투입니다.)
솔라레오:음...... (무언갈 고민하는듯이 천천히 층계를 오르다 당신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모습은 봤어. 하지만 감상은 말해줄 수 있잖아.
파스칼린:그런... 저의 감상이 당신께 중요, (까지 말하다가 말끝을 흐립니다. 사실 이쯤되면 새삼스럽잖아요.) ... ... 험난하더군요. 과연 소문대로 많은 마수들을 마주쳤습니다.
솔라레오:훈련이랑 실제랑 많이 달랐을텐데 거기까지 버티며 온것도 대단해. (살풋 웃어주곤 마저 발을 뗍니다.)
파스칼린:(조롱하거나 비꼬는 어투로는 읽히지 않아
별달리 대꾸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머릿속이 갈수록 복잡해져서... 말을 고르기 쉽지 않네요. 그냥 잠자코 뒤를 따라 걷습니다.)
파스칼린:(뭐...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아 딱히 시신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그래도 은근히 긴장하고 있던 것이 풀리자 저도 모르게 다시금 리본을 만지작대다 놓습니다.) 각기 다른 인테리어를 소개해주시려는 거빈까?
(겁니까!!)
솔라레오:다 똑같을걸? 빈 방... 아. (복도 끝의 마지막 방을 가리킵니다.) 저기는 내 공간이니 들어가지 말았으면 해.
파스칼린:(음? 하고 반사적으로 마왕을 봅니다.) 오히려 말씀을 해주지 않으셨으면 몰랐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솔라레오:아무튼. 저기는 가지 마.
(GM):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파스칼린:(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요구겠지만... 마왕이 가리킨 마지막 방으로 슬쩍 눈길이 갑니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행깎 가능한가요?)
(GM):ㅋㅋ ㅋㅋ ㅋㅋ 가능합니다~
파스칼린:(65>59)(어차피 일회용시트라 행운 쇽샥쓰기)
(GM):언뜻, 안쪽에서 샛붉은… 색깔을 본 것도 같습니다.
문득 이곳까지 도달하기 전 자신이 흘리고 마물들이 흘렸던 피가 떠오릅니다.
그의 말대로 시체라도 매달았을까요. 무언가 끔찍한 짓을 자행한 장소가 이곳은 아닐까요.
의구심이 들지만, 마왕 앞에서 지금 열어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파스칼린:(방문이 조금 열려있던 상태인 건가요? 우선 시선을 거두고 마왕에게 묻습니다.) 이곳 구경은 다 시켜주신 겁니까?
솔라레오:전부 빈 방인데 구경할것도 없었으니까. (흠, 하며 뒷짐을 지고 잠시 정원을 내려보다 다시 계단으로 향합니다. 탑으로 가려는걸까요?)
파스칼린:저 많은 방들은 평소에 어떤 용도로 쓰시는 겁니까? (흠,사실 무슨 상관이겠냐만 말이에요. 떠오른 김에 가볍게 툭, 물으며 뒤따라갑니다.)
솔라레오:...... 비었으니 그냥... 빈 방. (치마를 가지런히 모으고는 다시 계단을 오릅니다.)
파스칼린:(순간의 망설임에 뭔가 숨겨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면 착각일까요? 구태여 더 캐묻지는 않고 조용히 뒤따라 올라갑니다.)
(GM):복도 끝에 난 계단. 마왕을 따라 올라가니 어느새 탑 위쪽에 도착했습니다.
뾰족하게 솟은 탑은 이제 별이 하나 둘 뜨기 시작하는 하늘에 맞닿을 듯, 쏟아지는 별을 맞을 듯, 아득하게 높습니다.
성채는 검고 단단하게 막혀있습니다.
파스칼린:(아, 그러고 보니 어느새 시간이... 홀린 듯 고개를 들어 드높은 천장을 바라보다가 마왕에게로 고개를 돌립니다.)
(GM):지능판정.
파스칼린: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이상한 일입니다. 분명 아까 성 안에서 볼 때에는 유리처럼 성의 천장이 투명했잖아요.
마치 누군가 안을 들여다보라고 만들어놓은 것 같은 위가 뚫린 상자처럼.
파스칼린:(... ... 아. 뒤늦게 찾아오는 위화감에 눈이 가늘어집니다. 이것도 일종의 마법이나 장치라고 볼 수 있는 걸까요? 고개를 다시금 돌려 성채를 바라보았다가 마왕을 봅니다.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나요?)
솔라레오:(그저 간간히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고있습니다. 저 먼 곳을 바라보면서요.)
파스칼린:(그런 마왕의 옆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짐짓 가볍게 말을 붙입니다.) ... ... 성채의 천장은 시간에 따라 다른 빛을 띠기라도 하는 겁니까?
솔라레오:(말 없이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입니다. 그런 대답만 하고 당신은 바라보지 않은 채로요.) 용사로 태어나서 마왕을 만나게 된 소감은 어때?
파스칼린:(눈을 깜빡이다가 저 또한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며 머리카락의 리본을 만지작댑니다.) ... ... 글쎄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한가지 확실한 건...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천지차이라는 거?
(GM):먼 곳을 바라보는 용사와 마왕에게로 바람이 한 차례 붑니다.
…저 멀리, 희끗하니 당신이 건너온 숲과 강이 보이고. 날씨가 아주 좋은 날에는 민가가 어렴풋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숲에서 불어온 바람이 머리칼을 헝클이고 지나갑니다.
솔라레오:왜? 이마에 뿔이 있고, 새카만 망토를 뒤집어쓰고, 박쥐와 닮은 날개를 가진 채로 오자마자 널 썰어낼줄 알았어?
파스칼린:당신의 모습을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어쩐지 웃음이 나와 픽, 하는 소리를 내었다가 문득 굳습니다. 이상한 사제의 말, 절박함이 묻어나던 쪽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시감... 계획은커녕 예상의 범주 바깥에 있었던 것들이 스쳐지나가서.)
... ... 그냥, 모든 것이 이상합니다.
전부 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리 중얼거립니다.)
솔라레오:(바람을 맞으며 그저 당신을 지켜보기만 하다 툭, 한 단어를 뱉습니다.) ....허무해?
파스칼린:... ... 어쩌면.
(그 한 단어로 표현해내기에는 너무 복잡한 심정이긴 하지만. 그 단어도 제법 적절한 구석이 있네요. 다시금 리본을 만지작대다가 놓고 마왕을 봅니다.) 이곳 구경도... 여기서 끝입니까?
솔라레오:(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을 덧붙입니다.) 걱정마. 그냥 싸움이 미뤄졌다 생각해. 더 구경하고 싶다면 해도 되지만.... 피곤하면 방으로 가도 좋고.
파스칼린:아뇨... 구경은 됐습니다. (잠시 말을 아꼈다가,) ...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물론, 이상하다고 이미 말하긴 했지만...
당신, 정말 마왕이 맞습니까?
솔라레오:음...... (잠시 고개를 바깥쪽으로 돌렸다가,) 넌 내가 몇살처럼 보여?
파스칼린:(도리어 돌아온 질문에 음? 했다가 찬찬히 얼굴을 살펴보고... 답합니다. 그러고 보면...) ... ... 어림잡아 제 또래, 혹은 그보다 조금 높은 나이대 정도.
솔라레오:큽. (대답을 듣자마자 얼굴에 빠르게 웃음이 번집니다. 한참 쿡쿡거리다 나오는 말은,) 오십은 넘었어.
파스칼린:그런... 의미로 여쭤본 건 아니었습니다만... (으음, 하는 소리와 함께 리본을 만지작대다가 뒷모습을 물끄러미 봅니다. 얼마 되지 않아 조용히 따라가요.)
(GM):치마 양쪽을 잡고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는 마왕을 뒤따라갑니다.
그의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현실성이 없습니다.
이 순간에 당신이 피로할 수 있다는 것도, 돌아갈 방이 있다는 것도, 마왕이라는 자와 정당한 승부를 겨룰 수 있다는 것조차.
파스칼린:(운명의 농간, 운명의 농간... ... 저 마왕이라는 자와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수록 머릿속 한켠을 맴도는 그 기이한 단어는 몸집을 불려나갑니다. 아, 대체 뭐가 최선인지. 내게 주어진 운명이 정말 이게 맞는 건지,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이것조차 사악한 마왕의 계략인 걸까요? ... ... 설마.)
(GM):......여러가지의 가능성을 가슴에 품은 채 당신은 눈을 떴던 방으로 향합니다.
파스칼린:(저도 모르게 숨을 멈춥니다. ... ...용서라니, 대체 뭘? 애초에 악의 축이 발음할 만한 단어가 아니지 않나요.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는 더 없나요?)
솔라레오:(일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듭니다. 어두워 표정은 잘 보이지 않겠지만, 신자가 아니라 제물처럼 초라하게 기도하며 꿇었던 무릎을 펴며 비틀거립니다. 돌아섭니다.)
(GM):문틈으로 보이는 방 안. 시야가 한정적입니다.
은밀행동 판정이 가능합니다.
파스칼린:(돌아서는 기척을 느끼고 잠시 멍해졌던 정신을 붙잡습니다. 아무래도 조용히 움직일 필요가 있겠죠.)
은밀행동
기준치:
50/25/10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열린 틈으로 당신은 방 안으로 들어섭니다.
인기척 없이, 돌아선 마왕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리고 등잔을 들어 방 안을 보면,
...자세히 볼 필요도 없습니다.
'제발', '죽어', '죽여줘', '살고 싶어', '죽고 싶어'
……시커멓게 굳은 피입니다. 벽에 피로 온통 낙서가 되어 있습니다.
(GM):미치광이가 칠갑을 해 놓은 듯한 이 방에서 마왕은 무얼 기도하고 있던 걸까요.
인간의 피. 어두운 방. 그의 그림자를 다시 봅니다.
마왕.
SANC 0/1
파스칼린: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65>64)(그래요, 그 존재는 마왕. 예상과는 다른 태도에 잠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니, 어쩌면 그런 존재가 왜? 혼란스러움에 속이 조금 울렁거립니다.)
(GM):...어떻게하나요?
파스칼린:(지금 마왕도 방 안에 함께 있는 상태가 맞나요?)
(GM):네.
파스칼린:(우선 마왕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을까요? 관찰로든, 심리학으로든...)
(GM):...어둡습니다. 마왕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조심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당신의 발에 무언가 툭 걸립니다.
그 소리에 마왕이 섬뜩한 속도로 돌아봅니다.
파스칼린:... ...! (어차피 어둠 속이어도 기척을 숨겨보기에는 늦었겠죠? 그대로 마왕을 마주하는 것밖에 방법이...없는 것 같으니 입술을 꾹 깨문 채 마왕과 눈을 마주하겠습니다)
솔라레오:...너. (돌아선 자리에 우뚝 선 채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파스칼린:... ... 죄송합니다. (저자는 명백한 마왕, 우리는 서로의 심장을 겨눠야 하는 상대임을 곱씹으며 발걸음을 옮겨왔는데도 이런 사과가 나오는 까닭을... 알 수 없네요. 그러다 타고난 말재주로 덧붙입니다.) 잠이 오지 않아 다시 구경을 나왔다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길래 저도 모르게.
(GM):그와 마주한 지 처음으로, 생경하게도, 새삼스럽게도, 두려움이 치솟습니다.
정말로, 그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 ...혹은?
마왕의 눈을 피해 발밑을 보면 작은 수첩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당신이 든 등잔 아래가 어두워 마왕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떡할까요?
파스칼린:(슬쩍 덧붙인 변명을 발음할 때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는 걸 마왕은 눈치챘을까요? 수첩을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마왕과 일대일로 독대한 이런 상황에서 수첩을 주울 수 있나요? 민첩? 은밀행동?)
솔라레오:......... (당신이 시선을 내리든 사과를 하든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뜹니다.) 결국 넌 나를 믿지 못했던거겠지.
기대도 안했어. (분노 어린 목소리가 내리누르듯 말합니다.) 어짜피 날 죽이면 볼 수 있었을 곳을, 너는......
(무언가 작게 중얼거리며 당신을 날 선 눈빛으로 바라보다 거둡니다.) 해가 뜰거야. 그때 결말을 내지, 용사.
파스칼린:(복잡한 감정이 밀려와 몸을 굳다시피 했으니, 말을 끝까지 잠자코 들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마왕의 말에 마침표가 찍히고서야 간신히 입을 열어요.) ... ... 그러죠.
(그러다가 마왕이 본인에게서 시선을 거두는 것을 확인하고... 아까 발견했던 수첩을 힐끔 봅니다. 몰래 집어들 수 있을까요?)
(GM):가능합니다.
파스칼린:(발걸음을 떼기 전, 마왕이 시선을 돌린 틈을 타 슬쩍 수첩을 집어듭니다. 그러면서 그에게 보이지 않도록 슬 숨겨요)
솔라레오:(수없이 많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고개를 돌리지만 시선 방향은 알 수 없어요.)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후 몸을 돌려 당신을 완전히 등집니다.) 나가줬으면 하는데.
파스칼린:(후회라니, 용서라니... 아까부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이 방의 정체는 대체 뭐고요? 눈동자가 혼란스러움으로 물들어갑니다만... 지금 상황에서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 ... 무례를 범했습니다. 그럼.
(그러면서 머뭇대는 발걸음을 떼어 밖으로 나옵니다.)
(GM):달빛조차 닿지 않는 그믐입니다. 등불의 빛만이 아른거리는 성 안.
……지금 당신, 무슨 마음인가요?
파스칼린:(모르겠습니다. 이 성에 머물면 머물수록 복잡한 실타래가 더욱 꼬이는 기분이 들어요. 대륙 끝으로 가면 전부 알게 될 거라더니, 아니, 애초에 그건 믿을 수 없는 사제의 말이었지만... ...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주웠던 수첩을 천천히 들어올립니다. 넘겨서 읽어볼 수 있을까요?)
(GM):우선은... 복도가 너무 어둡습니다.
파스칼린:(등불의 빛을 비추어서는 읽기 힘든가요?)
(GM):마왕이 언제 나올줄 알고.. 겁없는 용사네요.
그래서 방 안에 들어갔던거겠죠?
파스칼린:(어쩐지 마왕이 다시 나올 기색으로는 보이지 않았어서... 라고 하기에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겠죠. 우선 해가 뜨는 날 결판을 내자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방으로 돌아가 몸을 추스리는 게 나을 것입니다. 수첩도... 그곳에 가 읽어도 늦지 않겠죠.)
왜 세상의 끝이 이곳이라고 규정되었지. 마물들이 한 번이라도 여타 제국의 사람들을 공격한 적이 있나? 마물로 인한 실제 피해를 보거나 들은 적이 있나? 마왕은 꼭 나를 아는 것 같았다. 왜 그 오랜 세월 동안, 용사는 나 하나뿐이었나?
…용사가,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태어났다면, 마왕은?
파스칼린:(... ... 막연한 불안과 위화감으로만 존재해왔던 의문이 형태를 갖춥니다. 결전을 정말 코앞에 두었기 때문일까요? 후, 하고 긴 숨을 내뱉고 나서 수첩을 꺼내듭니다. 어쩌면 여기에 제법 도움이 되는 정보가 적혀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GM):수첩을 쥡니다. 등불에 비춰봅니다. 아주 오래된 종이냄새.
파스칼린:(수첩을 읽어내려갈수록 눈동자가 크게 흔들립니다. 수첩의 끄트머리에 닿았을 즈음에는 숨이 헉, 하고 멈춘 듯도 해요. 이게 대체 무슨, 그렇다면 그 기시감의 정체는... ... 손의 떨림을 가라앉히고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지만 역부족입니다.) ... ... 왜, 대체... 이건. 마왕, 아니, 그러니까....
... ... 솔라레오, 당신은... (잠시 수첩을 내려놓고 얼굴을 손에 묻었다가 뗍니다. 그리고 홀린 듯 다시 수첩의 글을 읽어내려가요.) ... ... 몇 백 번의 삶, 교환되는 운명.
영원한, 저주... ...
(GM):용사가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태어난다면, 마왕은?
SANC 1/1d3
파스칼린: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64>63)
(GM):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가슴이 텅 빈 것 같습니다. 반대로 무언가로 꽉 차 버린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도구.
용사와 마왕이라 이름 붙여진 연극의 배우.
결코 무대 밖으로 내려갈 수 없는 인형극.
옛날 옛날에, 어떤 용사가 있었습니다. 용사의 사명은 마왕을 무찌르는 것이었고, 그 용사의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파스칼린:(이제야 알겠습니다. 왜 그 사제가 본인을 그렇게 비웃었는지, 동시에 연민했는지. 왜 운명의 농간이라 귀뜀해주었는지... ...
이 사실을 이전의 나는 알지 못했던 걸까요? 혹은 알면서도 계속 같은 운명을 되풀이해왔던 걸까요? ... ...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겠죠, 용사는 잊고 마왕은 기억 하니까.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걸까요. 이 인형극이 세계의 균형을 위한 거라면, 그래서 사람들이 평안히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거라면 나는...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아버립니다. )
(... ... 얼마간 그러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아요. 해가 뜨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파스칼린:... 그럼 당장 본론으로... 아니지, 그 전에. (후, 하고 머리카락을 묶은 리본을 만지작댔다가) 수첩에 적힌 내용만으로는 전부 알 수 없었습니다. ... ... 이 모든 일의 연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니, 알려주세요.
솔라레오:(새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그저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이 상황이 그저....) ......정확히 어떤걸 알길 원해?
파스칼린:... ... 이전에도 제가 이렇게 나선 적이 있습니까? 굴레를 벗어나보겠다고 말입니다.
솔라레오:......나한테 그만하고싶다고 푸념하긴 했었지.
파스칼린:푸념... (으음, 하는 소리를 냈다가) 에서 그쳤습니까? 뭔가...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까?
솔라레오:...너.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당신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같이 관철하는 말을 툭, 뱉어냅니다.)
파스칼린:... ... 수첩을 봤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겠어요. (흐릿하게 웃으며 리본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내려요.)
뭐, 음, 그래서... 언제나 용사는 마왕의 검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기만 해왔다, 라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솔라레오:...... (깊은 숨을 뱉어냅니다. 어깨가 눈에 띄게 축 쳐져요.) 빙빙 돌리지 말고 얘기해봐. 뭘 알고싶고 뭘 생각하는건데.
파스칼린:그러니까... (아까 생각했던 방안을 꺼내려다 문득 멈칫합니다. 아니, 그러고 보면 애초에...) 세계의 균형은 정말... 용사와 마왕의 탄생만으로만 유지되는 겁니까?
솔라레오:......(소리 하나 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파스칼린:그런 건 대체 누가 결정... (하, 하고 한숨을 내쉽니다. 솔직히 그런 '존재'가 정말 있다면 분명 신에 가까울 거고, 그런 자를 상대로 무언가 할 수 있기란 아주 어려울 테니... 부질없는 질문이긴 하겠지만요.) ... ... 어쩌다가 세계의 균형이 그런 방식으로만 유지되게 되었는지도 압니까?
솔라레오:거기까진 나도 잘 몰라. 그냥... 우리가 이 세계의 균형을 위해서 필요할 뿐이지.
파스칼린:(하..... 속으로 한숨을 푹 쉽니다. 얼마간 말을 아끼다가) ... ... 무대 자체를... 부숴보는 건 어떻습니까?
아니, 정말로 이런 시도로 부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 ... 어떤 배역으로든 무대에 오르는 게 싫으신 거잖습니까.
솔라레오:무대를.... 부셔? (눈가가 살짝 찌푸려지다가,) 너 설마.
파스칼린:(본인의 손에 들린 검에 가만히 눈길을 줍니다. 서로를 동시에 죽이는 것도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간발의 차로 먼저 숨이 거두어지는 쪽이 용사로 다시금 간택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검을 쥔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져 힘을 꾹 줍니다.) 한 사람은 죽여 마왕이 되고 한 사람은 죽어 용사로 태어난다 ... 이 조건을 어기게 된다면?
(칼을 응시하던 시선을 들어 솔라레오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이어지는 목소리는 담담한 듯 하면서도 끝이 조금 떨리고 있어요.) ... ... 배우를 혹사시키는 무대라면 중지될 필요가 있잖습니까.
(이후로는 후우, 하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가 칼을 들어요. 칼끝이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자신의 심장. 검을 든 손은 떨리고 있지만, 날카로운 칼날은 거두어지지 않습니다.)
솔라레오:(그 모습을 그저, 가만히 지켜봅니다. 읽을 수 없는 표정을 띄운 채로 그저.. 그냥.) 그게 너가 내린 결론이야?
파스칼린:... ... 제법 머리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지금으로서 떠오르는 방안은 어째 이 정도네요. (그런 당신을 향해 흐릿한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솔라레오:그래, 그게 너가 내린 결론이라면. (들고있던 검의 끝을 아예 바닥과 마주보게 합니다.)
파스칼린:... 예전에도 한번쯤은 이런 적이 있던 모양이군요. 최선의 방안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방안이기는 할 줄 알았는데... (그런 당신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제법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그러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 ...안녕. 다음에는 이렇게 보지 맙시다.
(눈을 돌릴 거라면 지금 돌리라는 듯, 눈짓과 함께 잠깐의 여백을 두었다가... 그대로 팔에 힘을 주어 가슴을 향해 내리꽂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