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살짝 고개를 끄덕여 뜻을 안다고 표시했다가, 이어지는 말에 눈을 올려 주인장을 곧게 바라봅니다. 입술을 꾹 물었다가 천천히 놓아요.) 돌아와서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여관주인:(등을 팡 쳐줍니다.) 그래. 갔다와라.
파스칼:(흐릿하게 웃습니다.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좀 정돈했다가 짐을 챙기러 발걸음을...옮기기 전에.) 다녀오겠습니다.
여관주인:(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할 일을 하러 갑니다.)
(GM):어떤 짐을 챙기나요?
파스칼:(주머니칼과 간단한 의약품 두 세개 챙겼겠어요)
(GM):좋습니다. 여관을 나서나요?
파스칼:(밖으로 나섭니다!)
(GM):광장, 시장거리, 신전, 위대하신 영주나리 댁, 뒷골목 등등...
어디로 향하나요?
파스칼:(시장거리를 지나 신전으로 가봅니다. 가는 길에 뭔가 정보를 하나라도 얻어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GM):계속되는 살인사건에 어수선 할 법도 한데, 시장은 어제처럼 늘 활기찹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람과 매출을 올리려고 목소리 높혀 홍보하는 가게 직원들.
그러고보니 오늘의 장례행렬은 보지 못했네요. 아직 살인사건에 휘말린 사람이 누구인지 얘기도 들리지 않았고요.
파스칼:(주변에서 살인사건이나 장례식에 관한 대화가 들려오지는 않나요?)
(GM):네. 일부러 꺼내지 않는 느낌입니다.
파스칼:(흠...)(일단 장례행렬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소문이 소문일 뿐이라는 가능성을 두어 보며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그 신관의 단독 범행이 아닐 가능성도 있나... 신전이 가까워지면 그런 생각도 괜히 해봅니다.)
(GM):신전에 다가가자 어제와는 다르게 제법 숫자가 되는 사제와 신관들이 신전 뒤에 심각한 분위기로 모여 있습니다.
듣기 판정.
파스칼: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악보'를 가지고 도망친 모양인데.
하지만, 그 노래는......
우리가 그걸 지키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해왔는데, 무고한 사람의 희생마저 있었다. 절대로 뺏겨서는 안 돼.
그 노래를 부르면......
(GM):드문드문 들리는 목소리.
파스칼:(악보? ...노래? 거기에, 무고한 희생? 저도 모르게 숨을 참은 채 귀를 기울입니다.)
(GM):관찰 판정.
파스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GM):사제들은 수군거리다 곧 일사불란하게 흩어집니다.
파스칼:(그러고 보면 어제 봤던 그 신관이 보이나요?)
(GM):오...
보이지 않습니다.
파스칼:(악보 가지고 도망갔다던 사람이 그 신관인가. 흠, 하고 눈동자를 데록 굴렸다가 신전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GM):당신이 신전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신관 한 명이 문을 막습니다.
신관:무슨 일이십니까?
파스칼:안녕하십니까. ...요즈음 계속해서 흉흉한 일이 일어나는 차, 마음이 불안하여 찾아왔습니다.
신전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신관:아... 죄송합니다. 오늘은 신관들 사이에서 중요한 일이 있어 신전을 열지 않습니다.
파스칼:(중요한 일? 하필 어제 그런 일이 있고서라....) 아, 그러시군요. 오늘 하루 종일 방문이 불가합니까?
신관:네. 죄송하지만 다른 날에 방문 부탁드립니다.
파스칼:아, 네. 알겠습니다. (우선 꾸벅 인사하고 물러납니다. 이거 수상한 냄새가 너무 나는데.)
(이제... 뭘 할 수 있지. 신전 주변을 둘러보면 뭔가 눈에 띄는 게 있나요?)
(GM):당신이 떠남을 기점으로 신전 앞은 텅 비고, 하늘은 여상하게 파랗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신전 뒤쪽으로 가는 그림자 하나가 보입니다.
파스칼:(발걸음이 우뚝 멈춥니다. 누구지? 기척을 숨기고 시선을 보냅니다.)
(그림자를 조심스럽게 뒤쫓아볼 수 있나요?)
(GM):당신은 조심스럽게 그림자를 쫓아갑니다.
신전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따금 소문에 대해 말하고, 살인사건에 대해 말하고, 전쟁에 대해 말하고...
신전 엎으로 가면 순간 기척이 사라집니다.
파스칼:...?!
(어디에도 흔적이 보이지 않나요?)
(GM):잠시 그 자리에서 기다리면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키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요.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파스칼:(...그럼 기척을 숨기고 그 자리에서 잠복해봅니다. 다시 나타나려나.)
(GM):...
멀리서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며 뛰노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옵니다.
문득 떠오릅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 소문으로 이미 말이 많았죠.
당신은 어떤가요? 만약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라는 것이 진짜로 있다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빌고 싶은 것이 있나요?
당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뭔가요?
(GM):신이 있다면, 당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줄 수 있다는 것을 믿나요?
말의, 노래의 마법의 힘을, 믿나요?
파스칼:(이런 와중에도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머릿속을 어지럽게 부유합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라니, 마법이라니. 그런 건 믿지 않습니다. 있다고 해도, 세상에 대가 없는 거래가 어디 있겠어요?)
(언젠가, 뭐, 그리 멀지 않은 예전이라면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빌고 싶은 소원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제법 괜찮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지금처럼 나쁘지 않게 잠자리에 드는 날이 이어지길 바랄 뿐일까요... 긴장감 사이로 붕 뜨는 느낌이 잠시 비집고 들어왔다 사라집니다.)
(GM):관찰 판정.
파스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신전 뒷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파스칼:(퍼뜩, 반사적으로 눈동자가 돌아갑니다.)
(GM):어젯밤과 같은 옷을 입고 얼굴 절반을 가린 채 주위를 살피고 있는... 적어도 당신에게는 낯익은 바로 그 신관입니다.
어떡하나요?
파스칼:(우선 동태를 지켜봅니다. 뭔가 들고 있다든가, 숨기고 있다든가. 그런 기색이 보이나요?)
(GM):그런 기색이 보이진 않으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것만은 자명해보입니다.
...신관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파스칼:(1. 주변에 사람들이 있나요? 2. 그를 따라가볼 수 있나요?)
(GM):1.현재 두사람 사이엔 없고 2.가능합니다.
파스칼:(그렇다면 주변의 시선을 끌기는 애매해보이니, 채비를 단단히 하고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GM):당신은 그 사람의 뒤를 밟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추격을 피하는듯이 구석진 골목길로 들어가네요.
파스칼:(눈치챈 건지, 몸을 사리는 건지. 따라갑니다...)
(GM):추적 또는 은밀행동 판정.
파스칼:
은밀행동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1/2이었는데)
(GM):....멈칫.
그 사람이 뒤를 휙 돌아봅니다.
파스칼:(재빨리 기척을 숨겨보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들켰을까요)
(GM):당신은 한 발짝 늦게 기척을 숨깁니다.
들켰을까? 분명 들켰을 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가만히 당신쪽을 바라보는 듯 하다 다시 발을 옮깁니다.
....계속 따라가나요?
파스칼:(따라올 테면 따라와보라는 걸까요? 일단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따라가보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뭔가 보이나요?)
(GM):고여서 한참동안 없어지지 않은 썩은 웅덩이나 음식물의 악취 등...
당신을 바라보는 험악한 시선들이 보입니다.
파스칼:(뒷골목에 발을 들인 외부인이라는 걸까요? 불필요한 잡음은 피하기 위해 앞쪽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걷습니다.)
(GM):민첩 판정.
파스칼: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민바한하루...)
(GM):퍽.
골목 모퉁이에서 어떤 사람과 몸을 부딪칩니다.
그 사람은 말 없이 미안하다는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지나갑니다.
파스칼:(윽. 하는 소리를 삼킵니다. 이쪽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사과하면서... 얼굴을 봅니다. 아무래도 모르는 이인가요?)
(GM):모르는 이인지 아닌지보단...
행운판정.
파스칼:
운
기준치:
65/32/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GM):....가지고 나온 약간의 자금이 사라졌습니다.
파스칼:(...많이 가져오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속으로 혀를 쯧 차고서는 발길을 옮깁니다.)
(GM):당신은 자선사업 한 셈 치고 신관을 다시 따라갑니다.
그 신관은 좁고 긴 뒷골목을 자주 다녀본 솜씨인건지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헤집고 나오니 거주지 외곽으로 빠져 산으로 통하는 오솔길로 들어섭니다.
계속 따라가나요?
파스칼:(여기서부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따라가지 않으면... 뭘 할 수 있겠어요? 챙겨왔던 주머니칼에 눈길을 줬다가 숨을 들이켜고 따라갑니다.)
(GM):추적 또는 은밀행동 판정.
파스칼:
은밀행동
기준치:
50/25/10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으슥한 숲길이라고 더 조심스러워진 걸까요)
(GM):당신은 이 마을로 넘어오기 까지 어린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었었죠. 산도 많이 넘어다녔습니다.
도심이 아닌 자연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는걸 당신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그래서 산 속에서 숨을 죽이고, 사람을 피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은 훤히 꿰고 있죠.
오랜만에 깨워보는 감각이겠어요.
신관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자기만 아는 오솔길을 밟습니다.
파스칼:(뭘 숨겨놨나. 눈이 가늘어집니다.)
(GM):소리없이, 발걸음 소리에 맞춰, 어쩌면 주변 소리에 맞춰 숨과 발자취를 그려냅니다.
그러다보면 점점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숲으로 변해갑니다.
어쩐지 조금 다급해 보이는 신관이 쓴 검은 후드 위로 문득 붉은 햇빛이 반짝 비칩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습니다.
뉘엿뉘엿 지는 금빛의 하늘, 여전히 맑습니다.
곧 달이 선명하게 뜨겠죠.
파스칼:(어느새 시간이... 자연스레 시선을 주게 됩니다. 더 어둑해지면 좀 곤란할지도 모르겠는데. 발걸음을 재촉해봅니다.)
(GM):나무의 밑동이 점점 굵어지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일찍 일어난 반딧불이가 비행을 합니다.
신관이 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진 않습니다.
편하게 가기 위해 꺾고 쳐낸 가지들과 발에 밟힌 풀들.
....밤의 숲내음이 짙어집니다.
불안하진 않나요? 정말 저 신관이 아슬란과 관련이 있다는 확증도 없는데.
파스칼:(...만약 그렇다고 해도, 새벽에 자신에게 날붙이를 휘두른 낯이 저 사람임은 확실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어느 방향에서든... 필요한 일일 겁니다. 이 조사는. 아마도.)
(GM):...해가 완전히 집니다.
추적 또는 은밀행동 판정.
파스칼:
은밀행동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푸드드득.
새가 날라갑니다.
동시에,
딱.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지는 소리가 숲에 울립니다.
파스칼:(제 발밑에서 나는 소리인가요?)
(GM):네.
파스칼:(하필이면)
(GM):제 발 밑에서 나는 소린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숙였다 들면 신관이 사라져 있습니다.
파스칼:(불길한 예감이 허리를 타고 목 뒤까지 짜릿하게 올라옵니다. 이런 감각 영 달갑지 않은데요? 고개를 재빨리 돌려 주변을 살펴봅니다.)
(GM):듣기 또는 민첩 판정.
파스칼: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GM):3
파스칼:(행운으로 깎는다면?)
(GM):오...
깎아주세요
파스칼:(65>62)
(GM):반짝.
달빛을 받아 빛나는 날붙이가 휘둘러집니다.
하지만 자연은 소리울림에 예민한 편이죠.
당신은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간발의 차로 피합니다.
뺨이 조금 긁혔을지도 모르겠어요.
파스칼:(이거 좀 익숙한데. 당장 몇 시간 전에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뺨에 난 생채기를 손등으로 더듬어보려다 맙니다.)
(이럴 여유 없으니까!)
신관:(모습을 드러내자 얼굴엔 비릿한 미소가 떠올라있습니다.) ....하.
그때 바로 죽였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파스칼:운이 나쁘셨습니다. 아니, 제가 너무 운이 좋았던 건가.
아니면 인망? (일부러 입꼬리만 슥 당겨 웃습니다.)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펴볼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뭐 하자는 거지. 겸사겸사 몸을 피하거나 공격하는 데 쓸 수 있는 것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싶습니다. ... 그럴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GM):신관이 가슴팍에 차고 있는 저 램프같은게 탐나는군요. 우선 신관을 쓰러트리고 빛을 뺏어 살펴봅시다.
파스칼:(오.)
(GM):파스칼>신관의 순입니다.
당신의 턴입니다. 무얼 하나요?
파스칼:(아... 손놀림 찍어왔는데 뭐 쓸 방법이 없을지 고뇌하다)
(일단 근접전 액션으로 기절시키기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GM):가능합니다.
롤!
파스칼:
근접전(격투)
기준치:
25/12/5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아, 이런 거 적성에 역시 안 맞아)
(GM):신관은 당신이 달려오자 순간 사라졌다가...
신관:
소형 칼
기준치:
25/12/5
굴림:
39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GM):훙!
풀을 벱니다.
파스칼:(어이쿠.)
(GM):여관에서 아슬란이 가만히 앉아서 진상을 제압하던게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당신의 턴.
파스칼:(하... 그거라도 시도해봐야 하나. 손목을 괜히 한번 돌렸다 폅니다.)(손놀림에 소매치기도 포함된다는데 혹시 몸을 쾅 부딪힌 다음에 랜턴을 뺏어올 수 있을까요?)
(GM):가능합니다.
파스칼:(착시나 교란에 해당된다고는 하는데 결국 '재빠른 손짓'을 얘기하는 거니까 대놓고-뺏기가 되는)(그럼 손놀림 롤할까요?)
(GM):숲은 당신의 생존본능을 이끌어내는데에 소질이 있네요.
롤.
파스칼: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니 주사위신이시여)
(GM):퍽.
신관:컥....!
(GM):신관은 뒤로 크게 넘어집니다.
넘어진 신관을 어떻게 하나요?
파스칼:(일단 팔다리를 눌러 랜턴부터 가져오고... 기절시킬 수 있다면 해보고 싶은데 혹시 근접전 액션에 보너스 받을 수 있을까요 넘어졌으니까?!)
(GM):한번 해보세요
파스칼:
근접전(격투)
기준치:
25/12/5
굴림:
28, 19, 75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넘어진 신관을 확인함과 동시에, 우선 위로 올라타 한 손으로 팔다리를 눌러 제압합니다. 이후 빈 손으로 주머니칼을 꺼내들어서는 칼 손잡이 뒤쪽으로 급소를 향해 내리찍어요. 급소를 어떻게 외우고 있냐고요?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잡지식을 얻게 되는 편이니까요.)
(GM):그래요. 살다보면, 살기위해서라면....
신관은 충격에 기절합니다.
당신은 주변에 있던 덩굴을 뜯어 신관의 팔다리를 묶습니다. 이제 한동안은 못쫓아오겠죠. 기절도 오래 할지도 모르겠고...
아, 앞길이 밝습니다.
파스칼:(이후 손을 탁탁 털어내고 랜턴을 들고 걷습니다... 어딜 가려던 거지. 그러고 보면. 신관을 힐끔 봤다가 길을 찾아봅니다.)
(GM):아, 저 멀리 탑이 보입니다.
아주 옛적에 외성의 침입을 망보는 망루로 썼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파스칼:(...저기인가? 소문을 떠올리며 그곳을 향해 나아가봅니다.)
(GM):은은한 빛과 함께 탑 쪽으로 나아갑니다.
어둠은 짙게 그림자에 혼탁함을 더하고.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다다른 탑은 담쟁이가 덕지덕지 이끼 낀 슨 벽에 발을 붙였고, 어둠이 다 내린 지금은 음산하니 그늘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 뭘 하려고 했던 걸까요?
파스칼:(... ... 신관이라더니 믿는 종교가 실은 다른 게 있었나? 오래된 이야기 속의 인신공양부터 기이한 의식까지. 이런저런 이미지가 머릿속을 흘러갔다 맙니다.)
소리가 들리는 대로 계단을 계속 오르다보면 다 무진 꼭대기 층의 천장에서 달빛이 비추어 내리는 그 바로 아래층에,
아슬란이 포박된 채로 쓰러져 있습니다.
로브는 저 멀리 벗겨져있고 갑옷과 무기는 전부 사라져 있습니다.
독을 마셨는지 잔기침 한 번 마다 혈이 조금씩 흐르고 있으며, 그 상태로 구타를 당한 것인지 피멍이 든 얼굴, 부은 뺨, 발길질이나 둔기 따위에 맞았는지 군데군데 너덜거리는 옷....
넝마에 가깝습니다. 차라리 고문당한 모습이라고 하는게 맞겠네요.
파스칼:(눈앞에 사람이 묶여있다. 라는 데에 처음으로 몸이 굳고, 찾아 헤맸던 사람의 낯이 눈에 들어오면 제 눈도 함께 커집니다. 심장이 귀에서 뛰는 것 같아요. 반쯤은 홀린 듯한 기분으로 내달려 그의 곁에 앉습니다. 그러면서 이름을 부르며 상태를 확인해요.) ... ...아슬란? 이봐요. 뭡니까. 내 말 들립니까?
(이후 주머니칼로 결박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GM):가능합니다
파스칼:(우선 칼로 결박을 뜯어내고 가능한 편히 눕힙니다. 이물질이라든가 굳은 피가 목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멀리 벗겨진 로브를 가져다 가능하다면 지혈을 하며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해봅니다.) 아슬란, 아슬란. 대답해보십쇼. 정신이 듭니까? 아슬란!
아슬란:(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숨 쉬는게 어려워 옅고 잦게 숨을 쉬다 깊이 들이마시고, 고통에 기침을 합니다. 거의 감겨있던 눈이 천천히 떠집니다. 초점이 맞질 않는건지 계속 깜빡거립니다. 그 와중에 독은 또 바로 죽을정도는 아닌걸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말단부위가 두세마디씩 거멓게 물들어있고요.)
(근데 또 뭐가 웃긴건지, 어이없는 상황을 마주해서 그런건지... 삐뚜름한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파스칼:(예전에도 비슷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도 좀 더 상황이 좋지 않아보여 미간이 좁아집니다. 그때도 마땅히 해독이랄 건 못해줬는데. 그냥 쉬면서, 근성으로 버티고...)
이봐요, 잠들면 안 됩니다. 웃을 기력으로 버티세요. (입술을 말아 씹습니다. 하필 만나도 이런 모습으로. 이런 곳에서.)
아슬란:......죽겠네. (꽤나 중의적인 포현인듯하지만.... 크게 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뜹니다.)
(억지로 일어나려고 하다가 다시 기침이 올라와 몸을 뒤집습니다. 바닥에 혈이 떨어져요.)
아...... (누가 들어도 너무 많은걸 겪은, 쉰 목소리였습니다.) 그래도 살았네.... 내가 목적이었으면 너도 죽었을텐데......
파스칼:(죽겠네, 라는 말이 단순히 힘들다는 뜻임을 알아 마음이 섬짓합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에 당신을 받치고 어떻게든 버텨요.)
(그러다가 혈이 떨어지면 마저 지혈을 해줍니다. 제발. 부상이 너무 심해... 낯에 짙은 그늘이 지는 것만 같습니다.) ... ... 무슨, 무슨 소립니까.
아슬란:(죽음을 목전에 둔 낯입니다. 반쯤 감긴 눈 안의 시선이 당신을 향하다가 눈꺼풀에 가려집니다. 애써 심호흡을 합니다. 무언가 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그야... 그 자식이 주문 조건을 충족하려고, 날 납치한거였으니까...
그자식이 우릴 꽤나 가까운 사이로 본 것 같,더라고.... 날 찾을테니까.... 널 없에려 했겠지.... 기본적인 추리야....
파스칼:(주문? 아무래도 이 순간 떠오르는 건 아까 보았던 악보입니다. 그 위로 겹쳐지던 사제들의 근심어린 목소리...)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그만 말씀하셔도 됩니다. 일단, 지혈을... 부축, 을.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입꼬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생목숨이 꺼져가는 모습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차분할 수가 있겠어요. 차라리 실감이라도 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까.)
아슬란:(당신이 부축하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밀어내는듯 합니다. 고개를 저어요.)
.....파스칼. 넌 바라는,게 있어? 주문을 이용해서라도, 이루고 싶은 것.... 그런거...
파스칼:(손으로 밀어내면 순순히 밀리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서 힘이 빠지면 그대로 무너져내릴 것 같아서인지... 마치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요.)
(다만 당신이 더 편히 누울 수 있게 돕습니다. 뒷말에는 어쩐지 가빠지는 호흡을 간신히 달래가며 답해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지금 그런 얘기를 나눌 때가. (숨이 막혀와 문장이 불분명하게 흐려집니다.)
아슬란:(낮게 웃습니다. 그러다 통증에 다시 얼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요. 쉰 목소리 사이로 드문드문 본연의, 청아하되 힘빠진 음이 섞입니다. 당신의 손등 위에 제 손을 얹을 수 있다면 천천히 얹어요.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찬 손입니다.) 내 본명은...솔라레오 라이온하트.
원하는 소원...이 있다면, 내 이름으로 빌어.
아니면...... 내 소원을, 대신 빌어주면 더 좋고...
파스칼:(손등에 와닿는 냉기에 퍼뜩 정신이 드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정신이 들었다기보단 소름이 돋은 것 같기도 해요. 그렇지만 당신과 눈을 곧게 맞출 수 있을 상태가 되기는 되었습니다.)
(이후 들려오는 목소리에 멍하니 귀기울였다가, 따라 읖조려요.) 솔라레오 라이온하트.
... ... 당신, 소원이 뭡니까. 뭔데요. 나한테 그런 빚 지우지 말고 직접, 이루세요. 제발... (씹어내듯 글자 하나하나를 발음하며 손등 위에 얹힌 당신의 손을 꽉 잡습니다.)
아슬란:(그런 당신을 흐린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눈을 살짝 감습니다.) 너도, 바라지 않아? 전쟁이, 평화롭게 끝나는 것.... 더 이상의 희생자 없이....
파스칼.
파스칼:... ...
아슬란:...늦었어. 늦었으니까...... (나머지 한 팔을 애써 뻗어 당신의 뺨 쪽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거멓게 물든 손가락으로 살을 살짝 문대요.) 울지 말고.... 너가 울,면 내 마음이 더 아파...
파스칼:(울어? 울고 있었나, 내가. 뺨을 적시는 물기 같은 건 느끼지 못했는데도. 적어도 낯이 우는 사람의 그것이나 다름없기는 했던 모양입니다. 뺨 위를 문지르는 손가락의 촉감이 왜인지 애달파서 눈을 질끈 감았다 떠요.)
왜, 자꾸, 늦었다고... (질문하고 있지만 진짜 몰라서 묻는 질문은 아닙니다. 그냥, 이 모든 상황이 너무 거짓말 같아서.)
아슬란:......
(GM):소리가 들려옵니다.
망루 밖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신관들이겠죠.
아슬란:......파스칼.
파스칼:... ... 아슬란. (홀린 듯 화답합니다. 이후 중얼거리듯 덧붙여요.) 솔라레오...
아슬란:(꺼져가는 숨입니다. 바라보는 눈빛이 애절합니다. 그들이 찾고있는 것이 우리에게 있다는게 걸리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거라는.)
파스칼:(어떡하면 좋을까요. 죽어가는 당신을 품에 안고 허공을 응시하는 눈이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우선은 당신을 안고 도망가보려고 하는데, 아. 어차피 부질없다는 생각이 가슴 어딘가 자리하는지 당최 힘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아슬란:(당신이 입을 열지 않자 목전까지 차오르는 고통과 불안함에... 눈물을 먼저 흘리는건 이쪽이었습니다. 당신을 바로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는 것 처럼 당신의 손을 꼭 잡아요. 그 마저도 미약한 힘이었겠지만.) 파스칼.
불러줘... 노래를.
파스칼:(그제야 당신의 뺨 위로 떨어지는 물기를 자각합니다. 당신의 볼을 적시는 두 사람 분의 슬픔. 머릿속에 뜨거운 증기가 찬 것처럼 어지럽습니다. 눈앞의 시야가 흐릿하지만, 목에 뜨거운 달걀이 걸린 것처럼 숨막히지만.)
(불러줘, 노래를. 당신이., 내가 생각보다도 좋아했던 것 같은, 당신이. 마지막 힘을 짜서 건네는 부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멋대로 떨리는 손을 끌어 악보를 꺼내듭니다. 어느새 매말라서 달싹이는 입술을 움직여봅니다. 악보에서 아는 것이라고는 오선보과 음표 쉼표 뿐이지만. 이제야 알게 된 당신의 이름을 가사 삼아, 노래를, 겨우겨우...)
(GM):당신은 아슬란... 솔라레오 라이온하트의 이름을 노래 가사로 삼습니다.
눈물에 섞여 형편없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들으소서, 나 여기 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름을 바쳐 노래하니, 나의 간원을 들으시옵소서,솔라레오 라이온하트의 이름으로 노래하노니―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주문에, 소원을 들어준다는 노래에 이름이 바쳐진다는 것은 어떤 가혹한 것이었을까요.
식어가는 아슬란의 손이 어쩔 수 없이 떨리고 있습니다.
파스칼:(자기도 모르게, 당신의 이마에 이마를 대고. 맞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내가 여기 있습니다. 나라도, 적어도 나 하나만은... 여기 당신 곁에. 라고 말하듯이.)
(GM):내가 당신 곁에. 적어도 나는 당신 곁에. 여기에.
동시에 기이하고 모독적인 모든 소리가 혼돈처럼 찾아듭니다.
머리맡에 차고 두려운 형상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끔찍한 것들이 당신에게 시선을 박아넣습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하나 둘 시야에 먹히는 것 같은 끔찍한 경험......
아찔한 정신을 붙잡는 것도 겨우 해내는 당신에게, 두 사람에게 또렷이 들리는 음성.
이봐, 어리석은 인간이여.
감히 우리의 시야 안에 들어왔던가.
(GM):그 말에 깨닫습니다.
이것은 소원을 들어주는 노래가 아니라, 소원을 빌기 위해 신을 부르는 노래 라는걸.
인간에게 그토록 가차없고, 잔인하고, 혹독한 신들에게 존재를 알리는 노래라고.
간원을 신에게 빈다는 것은 결국 죄였던 걸까요? 오만이었던 걸까요?
그 것의 이름을 바친 노래로 우리를 불렀으니,
(GM):들려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워 노래하는 듯한 천진하고 무구한 목소리입니다.
네 곁의 죽어가는 것이 주인공인 연극을 하나 해보도록 할까.
기왕이면 끝나지 않는 연극이면 더 좋겠지.
내용은... 그래. 그토록 뻔하나 흥미로울,
희생당한 어던 용사와 그 용사의 이름을 희생시킨 마왕의 이야기로.
(GM):아, 무슨 말인걸까요? 머리가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 낱말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채로 까무룩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영원히 잠에 듭니다.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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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눈을 떠 볼까요.
파스칼:(눈꺼풀이 천천히 위로 들립니다.)
(GM):눈을 뜨면 마왕성의 아침입니다. 세계의 끝입니다.
...끝? 세계의 끝? 마왕? 삽시간에 주입되는 듯한 정보량을 받아들이지 못한 머리가 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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