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로그를 읽기 전에*
오리지널이 아닌 AU형식으로 다녀왔습니다.

moryu (GM):츄베릅(단다단)츄 베릅(단다단)츄베릅~ 쇽 샥
moryu (GM):아아 쇽샥이래귀여우ㅕㅓ!!!
여름파도의 여파:이건 좀 어울리네요 머리색덕분에
이지..프리지...레몬...스퀴시...
여름파도의 여파:레몬~ 아 레모네이드.....
하...
좋아요 시작하겠습니다
(GM):"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 "
지루하고 따분한 수업이 이어집니다. 당신은 현재 교실 뒷편 창가에 앉아있습니다.
이곳은 3층. 창 밖을 살펴보면 넓은 운동장이 한 눈에 보이고 나무로 세워 만든 그늘과 의자가 놓여있는 쉼터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한적하고 조금은 소란스럽습니다. 학생들이 모여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선명한 여름 날이 덥지도 않은걸까요?
파스칼린:(어차피 수업 내용이야 이미 거진 아는 내용이고... 잠깐의 딴짓이야 괜찮겠지, 하는 여유, 라면 여유로운 태도로 바깥을 가만 내다봅니다.)
(GM):10년 전으로 돌아왔어도 달라진게 없습니다.
똑같은 당신의 자리. 선생님과 학생들. 학교.
이 상황이 반갑다고 하기엔 당신은 단 하나. 달라진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세상이 멸망했다는 사실과 경험. 그리고 당신이 그 때 죽었었다는것이죠.
눈 앞이 어둠에 잡아먹혀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당신을 관통한 것은 바로 솔라레오, 그가 당신을 깨우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모두가 하교 하고 난 후의 텅 빈 교실 책상에 앉아 잠을 자고 있던 스스로의 모습과 마주했었습니다.
파스칼린:(텅 빈 교실에서 눈을 떴던 것, 그것이 언제의 일이었지. 잠시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GM):날짜를 되짚어보면, 여름방학 보름 전으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납득 할 수 없었죠. 이해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파스칼린, 당신은 다시 돌아 온 이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멸망했던 세상의 끔찍한 모습도 없고 매번 불안에 떨었던 절망적인 상황도 없습니다. 교탁을 앞에 두고 서 있는 선생님을 오랜만에 봅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소식도 알 수 없었던 친구들의 모습 역시 낯설지만 익숙합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항상 그랬듯 그가 올테죠.
그는 알고 있을까요? 열아홉, 여름. 바로 이때. 둘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는걸 말이에요.
(GM):때문에 여름은 특별한 계절입니다. 우리들이 새로운 사이로 나아간 계기가 된 시간이니까요. 이틀 뒤면 여름 방학입니다.
파스칼린:(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어쩌겠어요. 이 기이한 사건은 일어나고야 말았고, 여기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적인데요. 왜 나에게? 라는 찝찝한 의문을 떨쳐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오랜만에 눈에 담기는 당신의 모습을 보는 일에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 ... 그러고 보면, 이쯔음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다소 멍한 얼굴로 생각해봅니다.)
(GM):너무 오래되고 평범한 나날.. 그저 스쳐지나갔을 시간이라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당신을 보며 선생님은 흘긋 눈길을 주셨다가 도로 돌립니다. 이틀 뒤에 방학이니 이미 애들의 마음을 들떴을테니...
오랜만에 눈으로 이 곳을 둘러봅시다. [ 교실 ] [ 교과서 ] [ 책상 ] [ 선생님 ] 이 가능합니다.
파스칼린:(선생님의 눈길이 잠시 와닿는 것을 느끼자 회귀 전의 기억으로 사회인의 어쩌구를 느끼며 흐릿하게 미소짓고는... 저 또한 시선을 슬쩍 돌려 선생님을 봅니다.)
(GM):교탁에 서서 칠판에 분필로 글씨를 적으며 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작문 수업이지만 어쩐지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자니 옆길로 좀 샌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포도라느니. 지구가 멸망할때 사과나무가 아니라 포도나무를 심을거라느니….
파스칼린:(음, 이런 분이셨지. 와중에 지구가 멸망... 속이 조금 울렁거리는 걸 느끼자 포도나무 괜찮죠, 하는 생각을 하다... ... 교실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국어 선생님:(포도의 좋은점을 쭉 말하다 시선을 돌리려는 당신과 눈이 맞자 화살이 당신에게 돌아옵니다.) 그래, 엘런. 눈 마주쳤으니 질문 하나만 하자.
파스칼린:(속으로 픽, 웃지만 겉으로 티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선생님.
국어 선생님: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뭘 할거야?
(GM):선생님은 물론 반 아이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몰립니다.
쉬는 시간이 다 되가는지, 교실 복도 창 밖에선 솔라가 체육복을 입고 당신을 향해 짧게 손을 흔듭니다. 그의 수업은 체육이었나보네요.
파스칼린:(지금 뭘 하겠다고 말해봤자, 정말 그런 순간이 왔을 때 그것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지나가자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지만 눈동자는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솔라를 마주하자 살풋 웃어보이고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해요.) ... ... 글쎄요. 같이 있어줄 사람을 찾지 않을까요.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혼자는 외로우니까.
(GM):그러자 주변에선 '올~ 파스칼~' '지금 밖에 있는 애 의식하고 그러는거야?' 라며 당신을 놀리며 웃습니다.
파스칼린:(그런 주변의 반응에 그냥 말없이 웃어보이다가...)
(GM):그리고 곧바로 수업의 마무리를 알리는 종이 학교 전체에 울려퍼집니다.
파스칼린:(익숙한 종소리에 시선을 돌려 창밖을 봅니다. 당신이 있다면 눈을 마주치려 하겠어요. 그러고는 수업이 끝났는지 확인하고자 선생님을 다시 봅니다.)
국어 선생님: 방학 이틀남았다고 너무 헤이해지지말고, 이것들아. 너네 좀있음 대학생이다. 알지?
(GM):우렁차게 네~ 하는 소리와 함께 선생님은 책을 챙겨 바깥으로 나가십니다.
그거에 맞춰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문 틈으로 당신을 보는 솔라랑 눈을 마주하겠어요.
파스칼린:(죄송하다면 죄송하게도 선생님의 말은 흘려보내고, 눈을 마주한 당신에게 싱긋 웃어보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갈 수 있을까요?)
파스칼린:(자연스럽게 당신이 선 문 쪽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말을 붙입니다.) 체육시간이었습니까? 또 한 활약 보여주셨겠네요.
솔라레오:뭔 말을 했길래 교실이 그렇게 떴어? (문 틈 사이로 교실을 보려다가... 입구를 막고 있는게 좀 그런지 복도쪽으로 당신을 이끕니다)
파스칼린:(당신의 손길에 잠자코 복도로 나오면서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을 잇습니다.) 글쎄요, ... ...저는 별 말 안 했는데 말입니다.
솔라레오:(입을 비죽거립니다.) 맨날 속이나 숨기고.... 됐고, 몸도 비실한게 쓰러질까봐 사왔으니까 먹어.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줍니다.)
(GM):학교는 곧 시작될 여름 방학때문에 분주합니다. 아이들은 자주 소란스러워지고 학교는 기대감에 들뜬 듯한 어지러운 분위기.
복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쉬는 시간이되자 반에서 나와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솔라는 물에 조금 젖은 체육복을 입은 채 당신에게 속보이는 소리를 하며 캔음료를 건냅니다. 더운건 당연한 소리고 당신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것일텐데 말이에요.
열일곱의 솔라는 그랬습니다. 스물일곱의 솔라도 그랬나요?
파스칼린:(스물일곱의 당신은... 본인을 향한 신뢰를 사뭇 진지하게 보여줬었습니다. 함께 미래를 꿈꾸자는 약속을 맺어줬으니까요. 그런 생각이 들자 눈을 접어 웃으며 복잡한 눈동자를 가립니다.) 제가 비실하다기보단, 솔라레오 당신이 아주 튼튼하다고 생각합니다만... ... 여하튼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그러면서 음료수를 받아들고... 갑자기 장난기가 돌았는지 당신의 볼에 그것을 살짝 대었다가 떼네요.)
솔라레오:너가 비실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악!!! (깜짝 놀란 나머지 복도에 목소리가 울리고... 시선이 꽂힌다는 느낌이 들자 얼굴에 빠르게 열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투탁투탁 때려요) 뭐! 하는! 짓이야!!
파스칼린:아, 아야. 아. (장난스러운 억양으로 그리 대꾸하며 잠자코 투닥거리는 것을 맞습니다.)
방금 비실하다고 말씀해놓고 이렇게 때리시기 있습니까?
솔라레오:쪽팔리게 해놓고 그걸로 막으려고 해? 이 씨... (수돗가에서 세수를 했는지 덜 털려 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거칠게 제 옷으로 닦아냅니다.)
파스칼린:저런, 너무 더워보이셔서 시원하시라고 그랬던 건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어요.)
솔라레오:됐거든! 말이나 못하면.... (우이씨 하며 입을 챡챡 때리려다 맙니다.)
(GM):복도에서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파스칼린:(옅은 웃음기를 머금고 가만 당신을 지켜보다가...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솔라한테 너무 집중한 모양)
(GM):아이들은 여름방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틀 남은 방학식이 요즘은 학교에서 가장 큰 관심사니까요.
이번 여름은 유독 덥습니다. 여름이 끝나는 날 두사람은 무엇을 했었죠?
파스칼린:(들려오는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흠, 하는 소리를 냅니다. ... ... 그러고 보면 곧 여름방학이었죠. 10년 전, 그러니까 회귀 전의 이 시기에... ... 우리는 공부를 하기로 했었습니다.
친구의 제안으로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가 당신의 멘토로 지정되었으니까요. 사실 공부는 핑계고, 당신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서 꼬박꼬박 약속을 잡아 카페니, 집에서니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이 근방 디저트가 맛있다는 카페는 다 돌아다녔던 것 같고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웃음이 슬 배어나옵니다.)
솔라레오:(눈썹 한 쪽을 슬 올리고 당신을 좀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봅니다. 원래 이렇게 자주 웃었나?) 뭐 집에다 숨겨놓은 비상금이라도 생각해?
파스칼린:뭐... 그렇다고 해 두죠. (그러면서 평소의 묘한 미소로 돌아옵니다.)
솔라레오:(애들의 이야기를 같이 들었는지 살짝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다 다시 당신에게 향합니다) 넌 이번 여름에 뭐할거야?
파스칼린:뭐, 특별한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공부에나 전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
(그러다 당신을 힐끔 보고 툭, 뱉듯 묻습니다.) 같이 하시겠습니까?
솔라레오:으! 왜이리 재미없게 살아? (당신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제안은 고맙지만 난 개인적으로 방학때 할 일이 있어서. 아마 내내 못만날지도 모르고.
(GM):이상하네요.. 열일곱 솔라는 분명 당신의 마지막 열아홉의 여름방학을 보냈는데.
그의 상정으로 보면 악의적으로 거절한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던 과거와 조금 달라졌네요.
파스칼린:(재미없게 사냐는 말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할 일이 있다는 말에 눈가가 조금 움찔합니다. ... ... 뭔가 달라졌어. 그러나 곧 평소의 낯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은 듯 묻습니다.) 궁금하네요, 당신은 어떻게 재미있게 보내실 생각입니까?
솔라레오:나? 나야 뭐... (순간 더 말할려다가 입을 꾹 다물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살짝 뚱한 얼굴이네요.) 비밀이야. 너도 나한테 숨기는거 많잖아.
파스칼린:(뭔가 말해줄 듯 하다가 닫는 태도에 일부러 으음~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럼 비밀 한 가지씩 교환하는 걸로 하면 안 됩니까?
솔라레오:(잠시 고민하는듯 곰곰히 생각하다...) 싫어. 난 너한테 캘게 많은데 넌 나에대해서 아는게 많잖아.
파스칼린:(짐짓 아쉽다는 듯 눈을 반쯤 내리깝니다.) 이거...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순진한 사람이거든요, 저. (다소 뻔뻔하게 다가오는 문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솔라레오:(허, 허, 하며 헛웃음을 두어번 칩니다.) 야! 그게 뻔뻔하다는거거든?! 너 지금 나 놀리는데 맛들였지?!!
복도에 서 있던 아이들이 모두 교실로 들어가고 복도에는 두사람만이 남았습니다. 종이 울렸으니 곧 선생님이 오실테죠.
솔라레오:(손을 뻗어 당신을 잡으려다 도로 주머니에 넣습니다.) 종쳤다. 나 간다?
파스칼린:(음, 과거가 바뀌었다는 사실에 묘하지만 당신을 계속 붙잡아둘 수는 없겠죠.) 그러고 보니 당신은 옷도 갈아입어야 하니 어서... ...
(그러다 저를 잡으려는 듯하가 거둬진 손에 눈길을 줍니다.)
솔라레오:(그 눈길을 따라가다 도로 주머니에서 손을 빼곤 아무것도 없다며 쥐었다폈다 합니다.) 아 맞다. 파스칼린.
솔라레오:학교 끝나고 집에 같이 갈래? 싫음 말고. (뭐라도 줄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나? 그런 얼굴을 하며 다시 주머니에 손을 쏙 넣습니다.)
파스칼린:그러죠. (그걸 그렇게 머뭇거리듯 말할 필요조차 없을 텐데. 속으로 생각하다가 얼굴에서 무어라 말하는 듯한 기색이 읽히자 픽, 하고 작게 웃습니다.)
아, 뭘 주실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고... 손이라도 잡아주시나 싶어서.
솔라레오:...?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손을 왜잡냐? (에.. 하는 얼굴로 당신을 보다 고개를 돌립니다.) 교문에서 기다릴게.
파스칼린:손을 꼭 사귀는 사이여야 잡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당신을 보고 가볍게 대꾸하고는, 뒷모습을 보며 나긋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 ...네, 이따 뵙겠습니다.
우리에게 여름은 중요한 계절인데. 솔라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 듯 하네요.
우선 교실로 들어가봅시다.
파스칼린:(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회귀를 했다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복도에 서 있다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되도록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봐요.)
(GM):교실 앞문이 열리자 시선이 일제히 당신에게 쏟아졌다가 돌아갑니다. 선생님인줄 알았나봐요.
파스칼린:(오, 유명인사라도 된 기분...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낯빛으로 자리로 갑니다)
(GM):칠판에는 여러 유인물들이 붙어있습니다. 선풍기가 찾아오는 시간에 맞춰
파라락 거리며 흔들립니다.
파스칼린:(걸어가는 와중에 힐끔, 칠판에 붙은 유인물에 시선을 줍니다. 바람에 흔들린 탓에 시야에 들어와서였을까요...)
(GM):맨 앞에 붙어있는건 높아지는 온도 때문에 일사병에 걸릴 때를 대비하여 배부된 유인물이네요.
유인물에는 < 일사병 예비 방법 >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 아래 부제목이 적혀있습니다.
파스칼린:(일사병... 일사병 위험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읽어봅니다.)
(....뭐? 눈에 곧장 들어오는 기이한 문장에 눈이 가늘어집니다.)
(GM):이게 무슨소리인가요. 멸망까지 앞으로 10년...?
SANc 0 /1
파스칼린:SAN Roll기준치: | 65/32/13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GM):10년 전으로 돌아왔으니, 10년 후에 멸망하는게 순리겠죠.
세상이 멸망하기까지 10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함께 있을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합니다.
파스칼린:(... ... 그렇지, 그렇겠지. 회귀했어도 멸망은 예정되어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왜... 그러다가 그 아래 적힌
반복이라는 말에 입술을 잘끈 씹습니다.) ... ... 반복?
(유인물을 더 들춰보거나 할 수 있나요?)
(GM):뒷면을 살펴보면 그저 백지고, 뒤에 걸린걸 살펴보면 방학식 날짜와 식 순서가 적혀있는 유인물입니다.
파스칼린:(유인물에서 손을 떼고, 우선 복잡해진 머리를 가라앉히며 자리로 돌아가봅니다.)
(GM):타이밍 맞게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수업을 시작한다는 소리에 소란스러웠던 교실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그 뒤론 선생님의 조용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지고 연필이 사각이는 소리. 책장이 넘어가는 소음. 의자가 끌리는 잔잔한 소리들의 연속입니다.
매미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웁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수식처럼 떠다니는 구름들.
여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청소 당번인 아이들은 교실에 남아 책상 아래와 교실을 쓸기 시작합니다.
반친구 1:엘런! 할거 없음 게임이나 하러 갈래?
파스칼린:아,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가벼운 손사래를 칩니다.)
파스칼린:(아까 걔... 솔라레오겠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반친구 3:에이씨..(지갑에서 지폐 하날 꺼내 친구 1에게 쥐어줍니다)
파스칼린:(ㅋㅋ... 속으로 피식피식 웃으며 잠자코 봅니다.) 저한테는 뭐 떨어지는 거 없습니까?
반친구 1:연애사업 힘내라고 방송실에 외쳐줄까?
파스칼린:(살풋 웃으며 나긋하게 대꾸합니다.) 글쎄요, 상대가 별로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아서?
반친구 3:야! 넌 친구보다 연애가 중요하냐! 나 좀 섭섭하다? (시익시익)
안그래도 방학이라 애가 좀 싱숭생숭 한가보다 이해좀 해줘;
파스칼린:애초에 선약이었던 것을. 게임이야 다음에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뒤에 이어지는 말에는 물론이죠, 라고 말하듯 희미한 미소를 유지합니다.)
반친구 1:암튼 그럼 우리 먼저 간다? 내일 봐!
(GM):식식대는 친구를 떠밀며 셋은 교실 밖을 나섭니다.
파스칼린:(내 생각보다 나한테 정을 많이 줬던 모양이군... 식식대며 나가는 친구를 물끄러미 보다가 문득 회귀니, 반복이니 하는 단어가 떠올라 조금 심란해진 마음으로 짐을 챙깁니다.)
(GM):짐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가면 하교로 들뜬 시끌벅적한 소란 사이로 당신을 기다리는 솔라가 보입니다.
파스칼린:많이 기다렸습니까? (심란한 기분에 조금 어두웠을지도 모를 낯빛을 애써 밝게 만들며 다가갑니다.)
솔라레오:조금? 근데 정해진 하교 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별로. 쌤이 방학 전이라고 계속 일찍 끝내주시거든. (당신의 낯빛을 읽지 못했다는듯 벽에 기댔던 몸을 곧게 세웁니다.)
파스칼린:... ... 친절하신 교사분이십니다. 저희 반은 성실하게도 시간을 지켜주시는데 말입니다. (복잡한 마음을 숨기고자 괜한 말을 해봅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곁으로 와 슬 서요.)
솔라레오:담임쌤 잘만난거지 뭐. (끔뻑.. 다가오는 당신을 보며 눈을 감았다 뜹니다.) 집까지 데려다줄게.
파스칼린:(집까지 데려다준다... 그 말이 왜 이렇게 묘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장난기를 담아 가볍게 말해요.) 어라, 집까지 경호라도 해주시는 겁니까?
솔라레오:어...(로딩중) 비실대서 사람에게 치였다가 다칠까봐 특별히 경호 해주는거야! 싫음 말아라. (치, 하며 조금 뚱한 얼굴로 보다 도로 태양같은 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는 먼저 발을 떼네요)
파스칼린:(태양처럼 밝은 미소... 참 본인 이름같은 사람이구나, 싶다는 생각을 하며 눈이 부신 것처럼 시선을 잠시 돌렸다가 당신을 곧게 봅니다.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낯설다면 낯선 뒷모습을 얼마간 보다가 슬 따라가 나란히 서요.) 싫을 리가요, 영광입니다.
(GM):시간이 좀 늦었습니다. 푸르렀던 하늘은 점차 색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두사람이 걷는 복도 창문 뒤로 낮아진 태양이 보입니다.
발걸음을 맞춰 학교 건물을 나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지나갑니다.
집에 돌아가려는 학생들의 무리가 점점 흩어집니다. 학교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점점 사라집니다.
두사람은 한산한 거리를 걸어갑니다. 그림자는 끊기지도 않고 타박, 타박. 발걸음 소리만 들리는 이 조용함.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붉고, 노랗습니다.
파스칼린:(그래야 하는데. ... ...당신이 곁에 없을 여름방학이, 회귀 전과 달라질 듯 보이는 미래가 마치 저녁 노을의 색과 닮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선을 내려 당신의 옆모습을 봅니다.) ... ... 솔라레오.
솔라레오:(오묘하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빤히 바라보다 당신의 부름에 고개를 돌립니다. 음..! 아이스크림이 땡기는군.) 엉, 왜?
파스칼린:방학에... 좋은 일로 바빠지시는 건지만 말씀해주셔도 안 되겠습니까?
(그러다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질까, 옅은 농을 섞어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덧붙여요) 저는 틀어박혀 공부만 할 예정이라~ 혹시 놀러가신다고 한다면 미리 알아놔야 배가 좀 덜 아프지 않겠습니까.
솔라레오:아~ 또 이렇게 은근슬쩍 캐낼려고 그러지 너.... (제엔자앙~ 당신이 이렇게 부탁하는것도 별로 없던 일이라 잠시 고민을 하는 내색이다가.. 제 턱을 슬 긁으며 대답합니다.) 좋은 일로 바쁜거지. 방학 내내 배탈 나있겠다?
파스칼린:(묵묵히 당신의 대답을 듣기만 하다가, 말에 마침표가 찍히자 말간 웃음을 지으며 답합니다.) 이야~ 이거 곤란하네요. 방학에 치료비 청구해서 보내야겠습니다.
솔라레오:청구서 보내면 법적 대응할거니 각오해. (장난인걸 알고 큭큭 웃는 채로 크게 숨을 뱉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봐요.) 최근에 본 영화가 세계멸망이어서 그런가, 세상이 멸망하면 딱 이런 풍경일것같네.
파스칼린:(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시금 하늘을 봅니다. 본인이 지난 시간선에서 마주했던 멸망한 세계의 하늘은 어떤 색이었던가요. 그것과 닮았다고 할 수 있을지, 지금 떠오르는 멸망의 색은 아무래도... 까만빛을 띠고 있지만요.) 멸망...이요.
멸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치고는 알록달록한 하늘같군요. (목소리에서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묻어났을지도 모르겠으나, 얼굴만큼은 여전히 평소와 같은 모습이에요.)
... ... 그나저나 그 영화는 무슨 내용이덥니까?
솔라가 무언가를 말하는듯 했지만 덮쳐오는 미세한 두통에 소리가 흩어집니다.
생각해보면, 멸망의 끝에서 죽음을 맞이 할 때의 풍경과 비슷합니다.
그때의 기억이 나나요? 오직 절망밖에 없었던. 지구에 끝은 이미 정해져있었고 살아있는 것이 죽어있는것보다 가치가 없었던 때.
세상이 불에 타고, 혹은 물에 젖어버리고. 폐허가 되고 ….
기억나지 않는 다양한 종말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눈 앞에서 휙휙 지나갑니다.
파스칼린:SAN Roll기준치: | 65/32/13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65>64)(갑작스럽게 시야에 펼쳐지는 참상에 ... 잠시 눈에 띄게 굳습니다.)
솔라레오:...린! 앨런! (제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딘가 멍해보이는 당신을 부릅니다.)
파스칼린:(잠시 멍하던 정신을 붙잡고 여느 때와 같은 미소를 머금어봅니다.) ... ... 아, 미안합니다. 하늘이 워낙... ... 근사해서 그만.
솔라레오:괜찮아? (급하게 제 이마와 당신의 이마에 손을 대봅니다.) 열은 없는데... 하여간 비실해서 사람 걱정하게 만들어! (그리고는 이마를 살짝 밀어요)
파스칼린:(본인을 살피는 손길을 묵묵히 받으며, 일련의 모습을 물끄러미 눈에 담습니다. 그러다 그대로 밀리면서 천천히 입을 열어요.) 당신이 너무 튼튼한 거라니까요, 솔라레오.
솔라레오:체육계열로 먹고 살거면 이정도는 해야지, 너는 맨날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하니까 허약한거야. (툴툴거리며 부정하지만 결국 당신을 걱정하는 말로 돌아옵니다.) 날이 너무 덥긴 하다. 아이스크림 사줄테니까 가다 쓰러지지나 마.
파스칼린:(이 모든 일상적인 상황들이, 따뜻한 염려가 담긴 당신의 말이 왜 이렇게 아프게 다가오는지 연유를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역시 회귀, 달리진 시간, 반복... ... 그런 거대한 흐름의 단어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기 때문일까요. 소중한 당신과의 시간을 이런 기분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 모든 생각을 뒤로 하고 겨우 한 마디를 꺼냅니다.) 그러죠. 얻어먹은 아이스크림 값 정도는 할 수 있는 체력이니까.
(GM):붉고 노란 풍경 사이로 두 사람은 걸어나갑니다.
중간에 그가 사서 쥐어준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이었나요?
더운 날씨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만큼 하교길도 짧았습니다. 어쩌면 너무 빠르게 도착했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설탕의 잔재로 손이 조금 끈적거립니다.
솔라레오:으....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두어장을 당신에게 줍니다)
파스칼린:혹시 아이스크림 때문에 들고 다니시는 겁니까? (티슈를 받아들어 손을 닦습니다)
솔라레오:그런것도 있고. (자기도 물티슈를 뽑아 손을 닦아냅니다.)
파스칼린:(아, 정말로? 농으로 뱉은 말에 진지한 답이 돌아오자 흠, 하고는 손을 내밉니다.) 물티슈는 제가 버리겠습니다.
솔라레오:아 진짜? 그래주면 고맙고. (열심히 손을 닦고 잘 접어 당신에게 줍니다.) ...아! 이제와서 생각났는데 나 학교에 자전거 두고왔다.
파스칼린:(물티슈를 받아들다가 당신의 말에 장난스럽게 대꾸합니다.) 저랑 같이 가려니까 너무 들뜨셨던 모양이죠.
솔라레오:너 진짜 얄미워! (주먹으로 조금은 묵직하게, 하지만 아프지 않게 당신의 팔을 칩니다)
(씌익씌익)
파스칼린:(의미심장하게 미소짓다가 결국은 작은 웃음을 터뜨립니다.) 내일은 학교까지 걸어가셔야겠습니다. 아니면 혹시 지금 되돌아갈 예정이신지.
솔라레오:그냥 집에 가려고. 내일 타고 집 가지 뭐... (뒷목을 살짝 긁적이다 당신 앞으로 한 발 다가갑니다.) 파스칼린.
파스칼린:(당신이 다가오자 그 자리에 서서 시선을 조금 낮춥니다.) 네, 솔라레오?
솔라레오:......(당신의 두 뺨을 잡고 자기쪽으로 끌어와 살짝 이마를 맞댑니다. 눈을 감은 채, 나직하게 당신에게 속삭여요.) 내일 만나자.
파스칼린:(그런 당신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듯 눈가가 조금 움찔합니다. 스물 일곱의 당신에게서야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지금의 당신이 내게 이런 모습을 보였던가요. ... ... 그런 당신을 슬쩍 뜬 눈으로 바라보다가 저 또한 인사합니다.) ... ... 새삼스러우시네요. 내일 또 보죠, 솔라레요.
(GM):그는 쑥쓰러운듯 당신을 툭 치고는 왔던 길을 걸어가다, 다시 뒤를 보고 당신에게 손을 흔듭니다.
10년 후에 이 평화로운 지구의 끝을 그는 모르는걸까요? 그 끝에서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
전깃줄이 만들어낸 엉킨 그림자가 유독 눈에 띕니다. 내일은 우리들의 여름에 대해서 말해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파스칼린:(함께 손을 들어 천천히 흔들어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따라 당신을 떠나보낸 옆자리가 허전한 것도 같다고 생각하면서요. 내일 또 만날 텐데, 분명 그럴 텐데... ...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마저 발걸음을 옮깁니다.)
(GM):그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니 다시금 두통이 느껴집니다.
정신력 판정.
파스칼린:정신기준치: | 65/32/13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GM):일사병이라도 거린걸까요? 자꾸만 머리가 아파옵니다. 또 다시 멸망하는 지구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멸망은 자신이 겪은것이 아닙니다. 온 세계가 바다에 잠겨버린 끝. 타들어가는 햇빛에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생소하기만 합니다.
이건 대체 누구의 기억인가요?
SANc 1/1d3
파스칼린:SAN Roll기준치: | 64/32/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64>63)
(GM):...아무래도 더위를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파스칼린:(계속 회귀니, 멸망이니 하는 말에 붙들려있으니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마침 덥기도 하고. ... ...그래서겠죠. 그래서일 겁니다. 잠깐 굳어있던 발걸음을 마저 옮겨봅니다.)
다시 학교입니다. 학교는 어제보다 더 소란합니다. 바로 내일이 여름 방학이니까요. 아이들은 방학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보입니다.
오늘은 방학식 바로 전 날이라 수업도 정상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은 자습을 주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셨고, 아이들은 주어진 자습에 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습니다.
반친구 1:(의자를 끌고 와 당신 앞에 앉습니다.) 야.
넌 방학때 뭐할거야?
파스칼린: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 ...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군요. (뒷말은 살짝 중얼거리듯 대꾸합니다. 얼핏 중의적으로 들리는 문장일 수도 있겠어요.)
반친구 2:와...진짜 지독하다. 이래서 수학천재 소리 듣는구나.. 천재는 우리랑 사는 세계가 다르구나...
반친구 3:근데 이번 방학이 제일 중요하대. 향후 10년을 결정한다나, 뭐라나.
반친구 1:벌써 반이나 지나갔는데 어른되면 뭐하고 사냐~ 아, 나이먹기 싫어.
(GM):아이들의 이야기는 미래로 향합니다. 3년 뒤. 5년 뒤. 10년 뒤 …. 10년 뒤의 미래가 어떨지 알고 하는 소리는 아닐테죠.
하지만 우울한 미래를 알려줘서 굳이 좋은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을겁니다. 10년전의 당신 역시, 10년 후가 그렇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파스칼린:(그렇죠. 애초에 그 말을 믿어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나긋하게 웃어보이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파스칼린: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GM):똑. 똑.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파스칼린:(...응? 소란을 뚫고 들려오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슬쩍, 그쪽에 눈길을 줍니다.)
솔라레오:(어제와 같은 곳에 서서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잠깐 나와봐.' 그리 벙긋거리면서요.)
파스칼린:... ... 잠깐 실례. (그리 말하면서 얘기들 나누라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솔라레오:그런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시작으로 또 내기를 하나봅니다.
그런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시작으로 또 내기를 하나봅니다.
파스칼린:(예정대로였다면 올해 여름... ... 그러나 잘 모르겠군요, 이제는. 들리지 않을 대답을 속으로 대꾸하면서 문가로 향합니다.)
(GM):파라락. 때마침 선풍기가 유인물을 마주합니다. 바람결에 맞춰 흔들립니다.
파스칼린:(데자뷰, 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너무 거창한가요. 하지만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유인물 쪽으로 힐끔 눈길을 옮깁니다.)
(GM):유인물에 적힌 안내글은 어제와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파스칼린:(활자가 눈에 들어오자 다시금 눈가가 움찔합니다.) ... ...8년?
(조금 멍한 눈동자로 그것을 응시하다가 다소 조급하게 유인물을 넘겨봅니다. 의미없는 손짓 같지만 그럼에도... ...)
(GM):뒷면은 백지, 뒷장엔 방학식에 대해... 이미 알고있는 내용들이네요.
10년 후의 미래가 8년으로 바뀌었습니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SANc 0/1
파스칼린:SAN Roll기준치: | 63/31/12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63>62)
(GM):8년이라니. 분명 10년후여야 하는데 …. 이유를 알 수 없던 지구의 마지막이 2년이나 앞으로 당겨졌습니다.
당신이 유인물 앞에 서서 밖으로 나오지 않자 그가 한번 더 창문을 두드립니다.
파스칼린:(반복이라는 말이 유독 마음에 걸립니다. 반복, 반복이라는 건 회귀를 설명하는 단어인가. 그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인가? 얼굴 근육이 굳어가는 느낌에 괜사리 미간을 주물거리고는 문으로 향합니다.)
... ... 미안합니다. 유인물 내용이 흥미롭길래 그만.
(GM):밖으로 나가자 더운 바람이 훅 끼쳐옵니다. 교실 안에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여름의 더위가 한층 더 가까워진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솔라레오:(당신이 뭐라 말하던 당신의 뺨에 차가운 물병을 빠르게 댑니다.) 어제의 복수야.
파스칼린:(아, 하는 다소 얼빠진 소리가 입밖으로 흘러나옵니다. 한 박자 늦게, 다소 과장된 억양으로 말해요.) 어우, 뺨만 얼겠습니다. 치료비 더 청구해도 되는 겁니까?
솔라레오:...(그래도 같이 지내온 시간이 있는데. 과장된 억양에 잠시 웃는 얼굴로 굳었다가, 입을 엽니다.) 치료비 대신에 좋은 경험 하나 하게 해줄게. 어때?
파스칼린:(당신의 그런 얼굴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죠. 과장된 억양은 내려놓고, 사뭇 차분해진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괜찮은 제안이군요.
솔라레오:지금.. 수업 안하는거 맞지? 사실 교무실 심부름 가는 길에 생각나서 들렸어. (그러며 고개를 들어 당신의 교실 안을 봅니다.)
파스칼린:(그 말에 본인도 슬쩍 교실 안을 봅니다. 대화 도중이었지만 양해를 구했으니 구태여 말을 더 얹고 올 필요는 없겠죠. 친구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이쪽 일이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도 있고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가실까요.
솔라레오:? 간다 했다? 나 강당에 의자 놓으러 가는 길이었거든?
'좋은' 경험이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러면서도 발걸음은 착실히 당신을 따라갈 준비를 합니다ㅋㅋ)
솔라레오:나에게 특채로 뽑혀가는데 당연히 '좋은'경험 아니야? 그리고 내용도 다 안듣고 너가 간다고 했잖아. (큭큭 웃으며 먼저 발을 뗍니다.)
파스칼린:아... 이래서 계약서는 꼼꼼히 읽고 도장을 찍으라는 말이 있는 거군요. (그러면서 뒤에서 조용히 따라갑니다)
(GM):방학식은 뜨거운 햇빛을 피해 강당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내일을 위해 의자를 놓아두는것 같습니다.
남은 의자 수가 혼자서 옮기기엔 많았겠죠. 두사람은 강당으로 향합니다.
푸른색 복도를 넘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본건물과 이어진 강당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열려있는 강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공간이 둘을 맞이합니다. 이미 몇명이 앞줄과 뒷줄의 의자를 놓아두고 간 모양입니다.
강당 뒤에는 펼쳐 두어야 할 의자들이 접혀진채 놓여져 있습니다.
솔라레오:하... 이 많은걸 나한테 시켰다 이거지.... (펴진 의자들과 펼쳐져야할 의자들을 번갈아보다 결국은 의자들을 세우며 두번째 줄로 향합니다.)
파스칼린:어라... 알고 절 데려온 게 아니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일을 돕고자 강당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접힌 의자를 몇 끌어다, 솔라레오를 따라 나란히 줄세우기 시작해요.)
솔라레오:기껏해야 조금 남았을줄 알았지 이정도일줄은... 아니, 너 데리고 갈거 알고 나한테 시켰나? (그러면서 착실히 의자를 세워놓습니다.)
이 줄은 내가 할테니까.. (허리를 들고 줄을 세더니,) ..섯, 일곱, 여덟. 여덟번째줄좀 세워줘.
파스칼린:우리가 그렇게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단 말입니까? (툭, 뱉듯 묻고는 고개를 들어 줄을 가늠합니다.)
확인했습니다. (그러고는 곧 의자를 더 끌어다 솔라가 부탁한 줄을 맞추기 시작해요.)
솔라레오:...내가 허구한날 너 찾아가서 그렇지 뭐. (툭, 뱉는 문장엔 약간의 쑥쓰러움이 담겨있었습니다.)
방학하면 보고싶을거야.
파스칼린:(묘한 쑥쓰러움이 묻어나는 그 두 마디에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하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분명히 기쁜데, 당신에게 그런 말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은데... ... 장난기를 얹어낼 여유가 없어요. 그냥,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답합니다.)
... ... 저도 분명 그럴 겁니다.
솔라레오:뭐... 너무 아쉬워는 하지 마. 어짜피 방학 끝나고도 만날 수 있잖아? 내가 어디 멀리 떠나는것도 아닌데. (약간의 웃음소리에 장난기를 얹어 말을 잇습니다.) 누나 보고싶다고 울지 말고 공부 하고 있어.
파스칼린:(그렇겠죠. ... ...그랬겠죠, 지금 이 시간이 보통의 시간이었다면. 아까 유인물에서 봤던 글귀가 이상하게 머리에 맴돌아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회귀니, 반복이니, 그런 허무맹랑한 말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와닿게 된 걸까요. 왜 하필 내가. 왜 하필 당신을 앞에 두고... ...)
이래도 제법 혼자 잘 노는 사람이어서요.
... ... 걱정도 팔자십니다.
솔라레오:맨날 세상 혼자 사는 양 혼자 노니까 걱정되서 그래. (허리를 피고 기지개를 쭈우욱 핍니다.)
(GM):맞아요. 조금 달라진 여름에 당황스러웠을뿐, 여름만이 계절이 아닙니다.
두사람의 관계는 다른 계절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겁니다. 지금이 아닐 뿐이죠.
솔라레오:여름 방학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몰라. 이 더운 날에 꾸역꾸역 학교로 나와야 한다니...
파스칼린:(... ... 그래, 여름만이 계절이 아닙니다. 당신이 함께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시절은 특별한 빛을 띨 수 있을 테니까요. 의자를 펴고 줄세우는 일에 집중해 상념을 정리하고자 노력하며 대답합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뭐든 적당한 휴식이 있어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강당에 놓인 의자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바닥에 얽혀 거미줄같이 퍼져 있고 그 위로 둘의 모습이 방향을 달리한채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두번째 줄에서 첫번째 줄로 가는 걸음. 다섯번째 줄에서 세번째 줄로 가는 걸음.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앞으로. 뒤로.
우리들이 밟았던 바닥을 표시할 수 있다면 분명 꽤 아수라장이 되겠죠.
파스칼린:(각기 다른 곳을 밟아가는 발걸음의 궤적이, 어째 올해 우리의 여름을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약일까요. 어느 정도 의자를 세웠다 싶자... 고개를 들어 작업에 열중하고 있을 당신을 바라봅니다.)
솔라레오:(언제부턴가 강당에 들어오는 빛을 마주보며 서있다가 당신에게 고개를 돌립니다. 유독 세게 내리쬐는 여름 태양에, 어쩌면 당신에겐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잘 보이지 않았을법합니다. 알아볼 수 있었던건, 은으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움직이는 입술 뿐.) 앨런.
그때, 죽게해서 미안해.
(GM):그의 목소리는 이 넓은 강당을 울리기엔 너무나 작았지만 다섯번째 줄에 서 있는 당신에게는 매우 또렷합니다.
그때라니. 언제를 이야기하는거지? 당신은 생각하지만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은 한번입니다. 10년 후의 미래.
철제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납니다.
강당 창문을 가려 놓았던 얇은 커튼이 흔들
릴때마다 작은 입자 먼지들이 햇빛에 모습을 드러내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솔라레오:(나직하게 이어지는, 여름의 그림자같은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많이 아팠어?
...기억하고 있잖아. 10년 후에 세상이 어떻게 될지.
파스칼린:(앨런, 이라는 이름에 당신이 웬일로... 같은 장난섞인 대답을 뱉으려던 입이 굳습니다. 얼마간 다소 멍한 눈동자로 당신을 곧게 바라보다가... 뭔가에 홀린 듯이 천천히 입을 열어요.)
....... 반복. 혹시 그게 당신입니까?
당신도... ... 이런 걸, 시간이 되돌아가는 경험 따위를 하고 있었다는 뜻입니까?
파스칼린: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GM):그의 말 한마디에 강당 안에서 불어오던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 그도 미래를 기억하고 있는걸까요?
강당 벽에 붙어있는 달력이 보입니다. 푸른 달력은 여름의 어느 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솔라레오:...알지. 우리가 10년후에서 왔다는걸. (흔들림 없는 미소만 당신에게 보여집니다. 그 자리에서 발 하나 떼지 않고 당신을 바라보는듯 합니다.)
파스칼린:(본인 또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조용히 당신을 응시합니다.) ... ... 방학에 일이 있다고 하셨죠.
그것 또한 그 사실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달력은 표시가 정확히 어느 날짜에 되어 있는지가 눈에 들어오는 거리에 붙어있나요?)
솔라레오:글쎄... (당신의 말과 시선을 온전히 받아냅니다. 여전히 입 위로는 어떤 모습인지 보이지 않은 채로요. 흔들리는 달력을 보는 당신에게 한 마디 더 건냅니다.) 그럼 그것도 생각나? 우리가 죽은게 처음이 아니라는거.
...셀 수도 없이 많이 죽었다는거.
(GM):너무 많이 죽었다니. 당신은 그의 말을 도통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합니다.당신의 기억에는 10년 후. 그러니까, 단 한번의 죽음밖에 남아있지 않은걸요.
다시 머리가 아파옵니다. 어제와 똑같은 증상입니다.
맥박이 빨라지고 심박수가 높아집니다.
어지럽고 흐릿한 시야.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솔라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죠?
파스칼린: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시야가 어지럽습니다. 당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이게, 전부, 왜... ...)
솔라레오:(비틀거리는 당신을 부축해 천천히 의자에 앉힙니다. 부슬거리는 앞머리를 걷어 이마에 손을 얹었다가...) 몇번이나 세상이 .... .... 사람들은 무너지는 지구를 - .... 위해 계속해서.... 돌렸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과거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파스칼린. 네가 미래를 기억한다는건, - .... 있을 멸망 땐 네가 .... ... 한다는 뜻이야.
(GM):드문 드문 끊어진 솔라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립니다.
물어볼 것이 많습니다. 물어봐야 하는 것도요.
하지만 당신의 머리에는 기억되지 못했던 장면들이 끊임없이 상기되고 있습니다. 세번째 멸망했던 지구. 네번째. 일곱번째. 열 두번째. 스물 한번 째 ….
그리고 그때마다 봐왔던 두사람의 '달라진' 모습들. 스물 초반의 모습. 스물 다섯때의 모습. 갓 성인이 되었을때의 모습.
그때마다 반드시 '지구는 멸망해서' 우리들은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지금의 모습도 그 '돌아온' 과거일테죠.
파스칼린:SAN Roll기준치: | 62/31/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GM):그때마다 그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당신의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맞대고 내일을 약속했습니다.
지금 이 지구가 무너져 내려도 우린 또다른 과거에서 또 다시 볼테니까.
너무 많은 정보들로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열사병의 증세처럼. 스스로의 심장소리가 귓가에세 쿵. 쿵. 널뛰기를 하듯 들려오고 올라간 몸의 열 때문에 온 몸이 화끈거립니다.
파스칼린:(까맣게 물들어버린 시야에, 귓가에서 거대하게 울리는 고동에,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수많은 기억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어요. 간신히...씹어내듯 두어 마디를 내뱉습니다.)
이건... 우리, 에게만 일어나는 일입니까.....
오로지 당신만이 기억하는... 사건입니까?
... .....왜? 그렇다면 대체... 왜....?
솔라레오:그러게... 왤까. (의자에 앉은 당신을 부드럽게 안고 머리를 슬 쓰다듬습니다.) 많이 힘들거야. 조금 자자.
(GM):그의 다정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그대로 정신을 잃습니다.
(GM):누군가가 당신에게 다가와 이마를 맞댑니다.
눈을 떠서 보고 싶지만 쏟아지는 잠은 유혹적이고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뭐라고 속삭이는걸까요, 드문드문 들려오는 글자를 맞춰보면 들려오는 말은.....
'내일 만나자.'
(GM):다시 정신을 차렸을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은 학교 보건실입니다. 하얀 베개와 이불이 당신을 덮고 있습니다.
다섯개의 보건용 침대가 놓여있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이 누워있는 침대의 오른쪽에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파스칼린, 몸은 괜찮나요?
파스칼린:(눈이 뜨이고 빛이 새어들어오면...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려봅니다. 몸을 일으킬 수 있다면 곧장 일으켜서 주변을 둘러봐요.)
보건 선생님:어,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마. 좀 괜찮아? 많이 피곤했나보네.
파스칼린:... ... 아, 예. 괜찮습니다....
어쩌다가 제가 여기... 온 겁니까? (마른세수를 한번 하고는 물어요.)
보건 선생님:반 친구가 너 업고 왔어. 강당에서 의자 옮기다 쓰러졌다며?
솔라는 아까까지 너 옆에 있었는데 교무실에서 부르길래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야.
반 선생님껜 내가 말해둘테니까 오늘은 이만 집에 가서 쉬렴.
파스칼린:(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솔라, 라는 이름에 움찔합니다. 그러나 티는 되도록 내지 않고 살풋 웃으며 대답해요.) ... ...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보건실을 나서서 교무실 쪽으로 향해볼 수 있을까요?)
보건 선생님:(일어나서 나가려는 당신에게 유인물과 시원한 물과 약을 쥐어줍니다.) 열사병 주의하고. 알지?
파스칼린:(유인물과... 열사병. 건네받은 물건들에 힐끔 눈길을 주었다가 다시금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네, 열사병. 주의해야죠. 감사합니다.
(보건실을 나서면서 유인물을 살펴볼 수 있을까요?)
파스칼린:(교무실로 다소 조급하게 발을 옮기면서도, 유인물의 활자를 빠르게 읽어내려갑니다. 설마 여기에도.)
(하.... 활자가 눈에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한숨이 흘러나옵니다. 유인물을 손에 쥐고 거의 뛰어가다시피 교무실로 향해요.)
(GM):또 다시 여름의 습도가 당신을 감싸안습니다.
투명한 유리창문 밖에선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학교를 감싸고 있는 푸른 나뭇잎들. 위험한 직선과, 교차하는 선들을 가진채 존재하는 그림자들.
우리들의 10년전 여름은 이렇게 푸른데 왜 10년후의 여름까지 푸를 수는 없는걸까요?
교무실로 내달리는 당신을 누군가가 부릅니다.
후배:어, 형! 어디가요? 형 뛰는거 처음보는데.
파스칼린:(본인을 부르는 소리에 달려나가던 것을 늦추고 그에게 묻습니다.) 교무실에 볼일이... 혹시 솔라레오 봤습니까?
후배:(모르는듯 어깨를 으쓱입니다.) 아, 형 혹시 솔라 전학가는거 알았어요?
파스칼린:(눈이 가늘어졌다 돌아옵니다.) 전학?
후배:...몰랐어요? (어
*됐다는 얼굴이 됩니다.)
파스칼린:(미간이 슬 구겨지지만 회귀 전부터 쌓아온 노련함으로... 간신히 얼굴을 풀어냅니다.) 혹시 언제 가는지 압니까?
후배:아 씨... 앵간한 애들은 다 아는줄 알고 말한거였는데.. (뒷머리를 벅벅 긁습니다) 이번 여름방학때요.
파스칼린:(여름방학... 심지어 웬만한 애들은 다 알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인데 나한테는 숨겼다는 말이지. 자연스럽게 가라앉아가는 눈동자를 살풋 웃는 얼굴로 숨겨버립니다.) 그렇군요. 혹시 관련해서 더 아는 건 없습니까?
후배:그냥.. 전학가는것밖에 몰랐어요. 지진짜에요! 저희도 듣고 놀랐다니까요! 말로는 해외로 유학간다는 소리도 하고 그러던데...
파스칼린:(눈앞의 후배에게 무슨 잘못이랄게 있겠어요. 그렇지만 서늘하게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완전히 숨기기에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솔라도 찾아야 하겠다, 자리를 뜨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알겠습니다. 알려줘서 고맙군요. (하고는 대충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네곤 마저 교무실로 향해봅니다.)
(GM):이건, 확실히 다릅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10년전의 과거와는.
그렇다면 다시는 보지 못하는걸까요? 다시는 만나지 않으려고 그러는걸까요?
앞으로 4년.세상은 빠르게 멸망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왜 멸망이 이렇게 가까워 지는걸까요?
과거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분명 파스칼린 당신과, 솔라레오 그가 있겠죠.
SANc 0/1
파스칼린:SAN Roll기준치: | 62/31/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GM):그를 만나야합니다. 만나서, 무슨 이유든. 어떤 말이든 들어야겠어요.
멸망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우리의 여름이 이대로 끝나기 전에.
(GM):그렇게 당신은 학교를 내달려 교무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안에서 선생님과 솔라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요.
듣기판정.
파스칼린: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안에 당신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
너무 갑작스럽게 .... 친구들한테 .... 못하겠네. -.... 인사는 다 ...?
(GM):드문 드문 띄어진 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파스칼린:(잠시 귀를 더 기울여봤다가... ... 바깥에서 잠자코 서서 기다립니다.)
과학 선생님:아, 솔라야. 가는 김에 이것 좀 미술실에 놓아두고 갈래? 내일 방학식에 사용할건데 교무실에는 자리가 없어.
솔라레오:아, 갈때되는데 시키시는게 어딨어요~ (낮게 웃으며) 갔다놓을게요. 가보겠습니다.
(GM):그의 인사가 지나자 교무실 문이 열립니다.
파스칼린:(갑작스럽게... 당신이, 어쩌면 우리가 회귀를 반복했다고 해도 이번 시간대는 처음일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당신이 기존에 세워둔 계획을 느닷없이 틀기라도 했던 걸까요.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전학을 본인에게만 숨겼다는 건... ... 교무실 문밖으로 나오는 당신을 발견하면 가라앉은 눈동자로 응시하다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툭, 뱉습니다.) 이번 방학에 그치는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 ... 헤어짐이 말입니다.
솔라레오:(문을 나오고 당신을 마주해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교무실 문을 닫습니다. 손에는 작은 박스를 든 채로. 애써 얼굴을 마주하려다 시선을 옆으로 돌립니다.) 일어난거보니 몸은 괜찮아졌나보네.
파스칼린:네, 덕분에. (비꼰다든가, 빈정거리는 말투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쓸쓸하다거나, 괴롭다거나... 그런 말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 ... 그뿐입니까? 제게 더 건네고 싶은... 건넬 수 있는 말은 말입니다.
솔라레오:(빗겨나간 시선을 다시 당신에게 돌립니다. 정말 담담한 얼굴로 마주합니다. 슬퍼하지도 않고, 미안해 하지도 않는 내색입니다. ..당신이 알던 10년 후의 그가 아닌것처럼. 10년전, 이 여름에 서 있었던 그가 아닌것처럼.) ....나 미술실 가야하는데 같이 갈래? (품에 안은 박스를 흘리지 않게 자세를 도로 잡습니다.)
파스칼린:(그런 당신의 태도에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돌아옵니다. 그래,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지.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연인이기 이전에, 세상을 지키고 사람을 구하려던 일종의 영웅. 이런 생각이 드는 까닭은 이 반복되는 회귀와 멸망의 중심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명징했기 때문이겠죠. ... ... 아, 강당에서 보았던 어지러운 발자국이 생각납니다. 각기 다른 곳으로 뻗어가던 당신과 나의 발자국, 망설임의 궤적들. 얼마간 침묵을 지키다가 낮은 목소리로 다시금 툭, 대꾸합니다.) 그러죠.
집으로. 강당으로. 미술실로. 학교 어디로든.
두 손에 박스를 들고 있는 그는 먼저 걸음을 뗍니다. 미술실로 말이죠.
소란스러웠던 학교가 잠잠해진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아무도 없는 빈 학교 안을 걷고 있는걸까요?
창 밖을 바라보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운동장에 서 있던 골대와 나무들이 길게 늘어집니다.
해는 다시 아래로, 아래로 …. 파란색이었던 우리들의 모습은 다시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얼룩덜룩입니다.
(GM):실수로 누군가 섞어 놓은 것만 같은 붉은 물감을 묻힌 것만 같은 모습으로 미술실 문이 열립니다.
솔라레오:(미술실에 들어오자 선생님에게 받은 박스를 책상 위에 올리고 하나 둘 정리를 시작합니다. 한참동안 박스 안에 있는 내용물을 천천히 보며 입을 닫고 있다가 느릿하게 한 문장을 뱉습니다.) 몇년 남았어? 세상이 다시 끝나기까지.
파스칼린:(접어두었던 유인물을 꺼내듭니다. 세계 멸망에 관해 들으면서 꺼내드는 게 학교 유인물이라니, 참 기이하고 연극적이죠.) ... ... 일단은, 4년. (그러면서 솔라레오가 정리하는 물품들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이것도 어쩌면 뭔가와 연관이 있는 걸까.)
솔라레오:그렇구나. (마치 몰랐다는듯 대꾸합니다. 멸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과거가 달라졌다는것, 우리들의 사이가 그때처럼,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 처럼. 아이들이 그린 그림. 흰 도화지에 크레파스나, 물감. 먹과 색종이 같은걸로 꾸며놓은 다양한 작품들을 정리했다가, 펼쳤다가를 반복합니다.)
4년... 우리 둘이 같이 있어서 그래. 10년 후의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으니까.
파스칼린:(당신의 마지막 문장에 지금껏 겪어온 모든 일의 진상이... 지독하리만치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그와 동시에 가슴 속에서 울컥 감정이 치밀어오지만, 도리어 머리는 서늘해져요. 아득해지는 시야를 견디며 씹어내듯 당신에게 던졌던 질문이 다시금 흘러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왜 우리입니까? 대체 왜... 고작 두 사람에게 세계의 멸망 따위가 맡겨졌단 말입니까.
(다시금 말을 아꼈다가, 숨을 길게 내쉬고 입을 열어요.) ... ... 그래서 떠나려는 거였습니까? ... ... 지금껏 당신은 계속 그래왔던 겁니까?
솔라레오:계속 그러진 않았고.... (드문드문 손이 잠시 멈추고, 허탈하게 웃기도 하고, 가끔 창 밖을 내다보기도 할지언정, 당신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하게 상자를 보며 아이들이 피워낸 그림들을 정리합니다.) 그러게, 왜 하필 우리일까... 괜찮아. 좀 위태로워도 우리가 멀어지면 멸망이 다가 올 시간은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아갈거야. 우리를 멸망하게 만드는 존재는 다음 멸망을 위해 항상 다음 사람을 찾고 있거든.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이 바로 너야. 파스칼린.
(GM):반복되는 지구의 멸망은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인간의 능력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니까요.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위협적인 존재들에게 지구의 시간은 너무나 짧습니다. 그 존재들은 지구가 산산 조각이 날 때까지. 어쩌면 사람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때까지 계속해서 멸망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그때마다 과거로 돌아오겠죠. 예정 되어 있는 멸망을 다시 겪기 위해서.
파스칼린:(우리를 멸망하게 만드는 존재라니. 이런 회귀와 멸망을 반복하는 존재라면 인간의 힘으로는 감히 범접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존재겠죠. 왜? 라는 질문 따위는 부질없고 도리어 절망만을 불러올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알고 이해하겠습니까. 그러나 귀에서 뛰는 것 같은 고동소리나 가슴 쪽에서 치밀어오르는 열기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당장이라도 어딘가 무너져내릴 것 같은 이 위태로운 감각을 그냥 넘길 수는 없어요. 읊조리듯 입을 엽니다.)
... ... 이 회귀에 의미는 있는 겁니까?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는 겁니까?
기약도 확신도 없는 고약한 장난질에 그냥 놀아나는 것뿐이라면... ... 그렇다면. (그 뒷말은 무어라 더 잇지 못하고 입술만 잘근, 씹습니다.)
솔라레오:없지. (마치 희망에 낙인을 찍듯 무겁게 두 자를 뱉어냅니다. 반복되는 삶, 죽지못하는 생명. 할 수 있는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나. 수없이 많은 멸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 당신만은 나 같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어느새 박스를 정리하던 손은 멈춰있고 바깥으로 펼쳐진 붉고 노란 하늘만 바라봅니다.)
하늘 참 에쁘다.
뭐가 괜찮죠. 어떤 부분이 괜찮은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당신을 흐릿한 눈동자로 빤히 응시합니다. 허리께에 둔 양손은 차마... 이 온갖 종류의 것이 뒤섞인 감정을, 수십 번 되감긴 시간을 견뎌온 당신을, 뭔지 몰라도 그냥 전부 뒤집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요.)
솔라레오:점점 줄어서 아예 남는 시간도 없이 멸망하는것보단 천천히 망해버리는게 낫잖아. (그제서야 당신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역광에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는 않겠지만, 퍽 담담한것 같으면서도 억눌린 목소리가 미술실에 울립니다.) 우리를 위한거야. 너무 화내지는 마. 넌 항상 내가 관련된 일이면 기분이 격해지는게 보이더라.
파스칼린:(당신의 말에 별달리 대꾸하지 않고, 어느새 냉랭해진 시선으로 앞을 응시하며 이야기를 들을 뿐입니다. 당신의 말에 온점이 찍히고 뒷말을 기다리듯 정적이 흐르면, 그제서야 저또한 서늘함이 묻어나는 억눌린 음성으로 답해요.) 가만히 전 당신처럼 자애를 베푸는 성정이 못됩니다, 솔라레오.
어차피 맞이할 멸망이라면, 더욱이 어떤 희망도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 그 결말을 앞당겨버리는 게 효율적인 선택일지도 모르죠.
(그러고는 비틀린 입꼬리를 주물어 간신히 얼굴을 풀어내고, 빈정거리는 억양을 숨기지 못하며 말합니다. 그것이 당신을 향한다기보다는... 이 상황 자체를 향한 자조로 보이겠지만요.) 그 고매하신 존재께 우리 인간은 나약해서 작작 휘두르실 필요가 있습니다, 하고 선포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솔라레오:자애라니, 무슨.... (소릴 하는거야. 뒤이어 따라올 말은 당신의 분노와 빈정거림에 도로 속으로 넘어갑니다. 수십번의 회귀를 겪을 동안 나의 말을 믿지 않았었던 당신이 순간 겹쳐보여 이를 악뭅니다. 어떻게든 당신은 나처럼 되지 않기 위해 여기까지 애써온 내 노력이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지워져버린것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 알아달라고 할 법한 일도 아니지만, 수십번의 회귀를 반복했다는걸 알게된 당신이, 당신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내 앞에선 적어도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거 아닐까. 책상 위에 얹어진 손에 힘이 들어가 절로 주먹이 쥐어집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모든걸 다 듣고 그렇게 얘기하는건 '날 사랑해서'라는 이유때문인거야? (억눌린 무언가가 속에서 쿵, 쿵 폐부를 칩니다. 바르르 떨리는 손이 가슴께에 얹어집니다.)
파스칼린:(그런 당신의 반응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 깨뭅니다. 뒤로 두 세 걸음을 물려 당신과 거리를 둔 채 고개를 숙여요. 안 돼, 이런 불안정한 감정을 품고 당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을 대하는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미소짓는 당신을 곁에서 지켜보는 나날이길 바라왔는데... ... 우리는 왜 이런 얼굴로, 이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봐야 하는 거지. 지금 상황에서 부질없는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떠올리게 되는 것은... ...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호흡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뜹니다.)
... ... 미안합니다. 당신이 쏟아온 노력을 부정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저는, 당신이...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왔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괴로워서, 하는 말은 차마 건네지 못하고 속으로 삼킵니다.)
솔라레오:......(입술을 악물고 고개를 떨굽니다. 하지만 이미 치고 올라오는 열기를 멈추는 법을 몰라서, 살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더운 숨과 울음을 막는 법을 몰라서, 뺨과 콧등을 타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그저 풀린 다리가 주저앉지 못하도록 책상을 짚는 것 밖에 못해서... 차라리 더 화를 내주지. 그러면 나도 맘 편히 당신을 미워하고 떠날 수 있을텐데. 다정하게 말로 보듬어주는 당신을 오히려 내가 붙잡고싶어서. 아무 말도 못한채 길게 입술만 짓이기다가 눈물섞인 목소리로 의지를 전합니다.) 정해진 멸망을, 바꿀 순 없지만... 하지만...... 조금 덜 슬퍼질 수는 있는거잖아...
파스칼린... 나 너무 무서워... 너도 나처럼 될까봐, 우리가.. 우리가 이대로 영영 이별,한다면, 다음 과거에서도 이별할까? 우리는 결국 남이 되는걸까? (북받쳐오르는 슬픔에 결국 작은 절규를 토해냅니다. 점점 허리가 숙여지더니 자리에 주저앉아 바닥에 머리를 박을듯 몸을 말아버립니다.)
파스칼린:(당신과 제법 벌어져있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당신의 말에 물기가 스며들고, 입에서 절규가 흘러나오는 찰나 땅에서 떨어진 발은 당신이 주저앉는 순간에 달음박질합니다. 언제나 하늘에서 밝게 빛나던 태양이 추락한 모습을 본다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차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이게 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몸을 숙인 그대로 품에 안아 도닥여줍니다. 약간의 떨림이 느껴지는 손길로요.)
... ... 솔라레오, 저는... 당신과 헤어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잃어버리기도, 잊어버리기도 싫습니다. 그 정도로 저는... 당신이 좋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당신의 곁에서 세계의 멸망을 지켜보는 일이 더 근사할 겁니다. 라는 말은... 머뭇거리다가 우선 삼킵니다. 당신에게, 더욱이 지금의 당신에게 그런 말을 건네도 괜찮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확신이라기보다는 소망에 가까워보이는 문장을 발음합니다.) ... ... 일단, 우리가 남이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껏 이래왔던 것처럼.
솔라레오:(옷가지를 사이로 닿아오는 당신의 손길과 체온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맘같아선 이대로 당신 품에 안겨 붉은 하늘 아래에서 멸망을 맞이하고 싶지만... 다음 사람은 당신이기에, 이런 아픈 기억들을 겪게 할 수 없기에. 응석부리고싶은 마음을 눈물로 달랩니다. 지금뿐이야. 지금만 지나면 나는 이 사람을 놓아야해. 어린아이같은 감정을 잔잔하게 만들어 추스립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무섭습니다. 나의 미래에 당신이 없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회귀가 반복될때마다 당신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당신이 내가 아닌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미래를 약속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씁쓸해지는 입과 눈물이 나를 대변하지만 결국 모든건 우리를 위해. 당신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여기서 이별을 고해야합니다. 그럼에도 헤어지기 싫다고 떼를 쓰는 눈물을 닦아냅니다. 허리를 천천히 들어 당신의 품에서 빠져나옵니다.) 나도,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너가.. 그런 만큼 나는... 너의 미래도, 중요해.
(책상을 짚고 일어섭니다. 앞으로 딛는 한 발이 비틀거리지만 넘어지지 않고 당신을 지나쳐갑니다. 붉고 노랗게 물든 문을 엽니다. 안녕, 내사랑.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 날 잊고 살아가.) ...미안해, 내일 보자.
(GM):그는 정리하던 물건을 내버려둔채 당신을 지나쳐 미술실 밖으로 나갑니다.
오늘은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이 없습니다.
내일 또 보자며 이마를 맞대는 행동도. 웃으며 웃으며 헤어지고, 내일을 기약하던 그 인사도. 노을에 길어지던 우리들의 그림자도.
달아오른 온도와 자박거리는 발걸음 소리도 ….
흘러가는 우리의 여름이 너무, 뜨겁습니다.
노을이 지는 창 밖의 풍경을 사진처럼 담은 미술실 안에 홀로 남은 '나'는 정말 내일, 그를 볼 수 있는걸까요?
(GM):우리들의 여름이 이렇게 끝나도 괜찮은걸까요? 다시 마주할 과거를 위해서?
파스칼린:(붉게 물든 미술실에 홀로 서 있자니 꿈을 꾸는 것처럼 멍합니다. 힘껏 깨물었던 입술에 어느새 맺힌 핏방울이 옅은 비린내를 풍깁니다. 힘없이 흔들리는 팔이, 가만히 땅을 딛고 있는 다리가 마치 붕 떠있는 것 같습니다.
미안해, 내일 보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인사였지만 몹시도 허전하고, 그립고, 아픕니다. 어떻게 해도 달라지지 않을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쳐왔을 당신을 떠올리면 축축한 무력함이 한 박자 늦게 밀려옵니다. 아, 뜨겁고 축축합니다. 생각해보면 보통의 여름은 그저 그런 계절이었죠. 당신을 만나 잠시 푸르렀을 뿐이지... ...)
... ....하아... ...
(뒤늦게 그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우리를 위한거야.', '나는... 너의 미래도 중요해.' 당신의 목소리가 고장난 카세프테이프처럼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당신이란 사람은,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란.... 머리는 여전히 어지럽고 속은 울렁거리지만, 더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나서는 당신의 발걸음을 뒤쫓습니다.)
(GM):미술실 밖으로 나가면 그저 어제와 같이 선명한 노을이 자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당신의 옆엔 유인물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깨닫습니다.
'유인물'이 가리키고 있는 멸망의 시간이 이제 고작, 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것을요.
SANc 0/1
파스칼린:SAN Roll기준치: | 62/31/12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니까요. 오히려 헛웃음까지 나옵니다.)
(GM):아... 정말로 뜨겁고 축축한 여름입니다.
(GM):다음날 학교는 예상대로 떠들썩합니다.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 여름 방학식을 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오늘 학교에서 당신은 그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나오지 않은걸까요? 아니면 당신을 피하고 있는걸까요?
두사람이 만나지 않자 유인물에 적힌 멸망의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2년 입니다. 이대로라면 그의 말대로 10년까지 되돌아가겠죠.
10년 뒤엔 ….
파스칼린:(... ... 예정된 멸망. 유인물에 적힌 시간을 보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굳이굳이 소중한 사이를 골라 그런 저주를 내렸다는 점이 진저리나도록 끔찍해서.)
(GM):한껏 높은 습도와 온기를 자랑하던 교실 안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다시 한번 알립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모두 …
담임 선생님:빨리 간다고 좋을거 없다~ 반별로 팻말 세워놨으니 거기서부터 차례대로 채워앉고~ 뒷줄부터 앉는 놈들 오늘 청소시킨다~
(GM):그런 선생님에 말씀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들떠 복도를 내지르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GM):당신도 가야겠죠? 방학식에 빠질 수는 없으니까요.
파스칼린:(... ... 완전히 떠났을까? 그때 붙잡는 게 옳은 선택이었나. 실타래처럼 잔뜩 꼬인 머릿속 상념을 간신히, 그렇지만 잠시 끊어내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담임 선생님:(나가는 아이들을 체크하다 당신을 불러세웁니다.) 아, 앨런. 미안한데 미술실에 가서 애들이 제출했던 숙제좀 가져와줄래?
미술 선생님께서 미술실에 놓아두셨다는데 바빠서 가져오지를 못했거든. 방학식에 맞춰서 아이들에게 나눠 줄 참이었어.
(GM):박스.. 어제 솔라가 미술실에 놓아두었던 그 박스를 말씀하시는것 같습니다.
파스칼린:(아, 하필이면. 세계가 합심해서 본인을 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약이겠죠.흐릿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잠깐의 침묵 후 답합니다.) 네, 선생님.
담임 선생님:방학때까지 일 시켜서 미안해. 고마워~
(GM):그 말을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강당으로 이동합니다. 어쩔 수 없네요. 선생님의 부탁이니 ...
미술실에 가면 그가 있을까요? 그렇게 울면서 가버린 얼굴을 다시 마주하는 것도 꺼림직한 일이지만 말이에요.
파스칼린:(모르는 일입니다. 진작 떠나버렸을지도요. 솔라레오는 알았을까요. 나는 자신에 관해 아는 게 많다는 말에, 과대평가라고 답했던 건 반쯤 진심이었다는 걸. 그렇게 생각하며 미술실로 향합니다.)
(GM):미술실에 들어가자 어제와 똑같은 풍경이 보입니다. 나란히 놓여진 의자와 책상들.
아무도 없는 미술실 내부. 다른게 있다면, 창 밖에는 저물어가는 노을이 아니라 새파란 하늘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탁자엔 어제 그가 정리해서 놓아둔 내용물과 상자가 있습니다.
파스칼린:(조금 망설이는 듯 하다가 반쯤 뭔가를 내려놓은 손길로 내용물과 상자를 챙깁니다. 시선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죠.)
(GM):내용물을 정리하다보니 그림들과 글의 주제는 전부 '멸망' 에 관한 것입니다.
왜 이런것들만 있지? 이제는 이런 것들까지 바뀌어버린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디어 판정.
파스칼린:지능기준치: | 90/45/18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GM):"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 " 며칠 전 교실에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아. 그때 그 작문 시간 주제가 '멸망' 이었죠. 미술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걸까요?
파스칼린:(그 사실을 떠올리자 눈이 슬 가늘어집니다. 이 학교 전체를 무대삼아 무슨 연극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
파스칼린: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GM):당신은 선생님의 말씀대로 가져 갈 숙제들을 정리합니다.
많은 그림과 글들이 놓여있습니다. 얼핏 박스 가장 아래에 낯선 무언가가 있었던것 같지만...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이 많은 작품들을 하나 하나 살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죠.
파스칼린:(상자에서 한 뭉치, 한 뭉치씩 종이를 꺼내다가 그냥 상자를 뒤집어 책상 위에 쏟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틀에 넣은 반죽을 꺼내듯, 조심스레 상자를 뒤집어 숙제들을 책상 위에 쏟아내요.)
(GM):우수수 쏟아지는 그림과 글들 아래에 놓여진 < 원래 여름이란, 파도를 건너가는 것 > 이라고 적힌 제목을 발견합니다.
푸른 하늘과, 구름이 그려진 곳은 다름아닌 우리들의 학교. 그리고 누군가들의 뒷모습.
파스칼린:(... ...
원래 여름이란, 파도를 건너가는 것. 묘한 제목이라는 생각에 그것을 슬 살펴봅니다.)
(GM):<원래 여름이란, 파도를 건너가는 것> 새파란 하늘이 그려진 그림. 물이 많은 물감으로 번진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퍼져있습니다. 운동장과 학교가 보입니다.
하지만 학교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교문 앞에 서 있는 두명의 사람만이 그려져 있을 뿐입니다.
언제 그린건지, 누가 그린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름도 반도 없으니까요.
교문 앞에 서 있는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그 둘의 이어진 그림자. 그늘진 얼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림 아래, 짧은 작문이 쓰여 있습니다.
파스칼린:(... ... 작문도? 자연스럽게 그 아래 적힌 활자들을 읽어나갑니다.)
(활자를 읽어내려가는 눈이 어째서인지, 차츰 물기에 젖어들어갑니다. ... ... 여름은 뜨겁고 축축한 계절이니까요. 잠시 눈을 감았다 떠 눈물이 고일 틈은 주지 않습니다.)
... ... (종이를 하염없이 내려다보다가 우선 숙제들을 전부 챙깁니다. 지금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적이니까요. 어쩐지 먹먹해지는 감각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미술실을 나서봅니다.)
(GM):우리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이 더위. 혹은, 절망스러운 미래에 갇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벗어날 수 없다면 슬퍼하기만 해야 하나요? 달라질 수 없다고 이미 만나버린 우리가 이별해야 하나요?
미술실을 나서는 당신 발 밑에 종이 한장이 밟힙니다.
파스칼린:(응?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혀 그것을 집어듭니다. 들고 있던 숙제 뭉치에서 떨어진 것인지.)
(GM):지독하게 당신을 옥죄어오던 유인물입니다.
2년. 아직 멸망까지 2년이 남았습니다. 당신이 지금 그를 만나러 가면 시간은 다시 줄어들겠죠.
이번에는 몇년이 남을까요? 10년에서 8년으로. 8년에서 6년으로. 6년에서 4년. 4년에서 2년. 2년에서 …
다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남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다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지금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지금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파스칼린:(... ... 당신을 만나러 가도 되는 걸까. 그토록 절박하게 나를 끊어내고 떠난 당신을? 아니, 애초에 당신을 다시 만나는 일이 가능은 한 걸까. 지친 기색이 묻어나는 얼굴로 유인물을 지그시 내려다보다가 다소 거친 손길로 구겨서는 주머니에 넣습니다. 얼마간 우두커니 서 있다가, 이내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겨요.)
(GM):우리는 항상 같은 일을 반복했다. 여름 내내. 여름이라고 불리는 그 시간동안. 당신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에게 보답하듯, 당신을 부르는 듯 한 열아홉의 마지막 '여름 방학식' 에 가야 하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그를 만나러 가는게 맞을까요? 예정되어 가까워지는 멸망을 뒤로하고?
파스칼린:(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알 수 없습니다. 사실 그게 중요한지도 모르겠지만요.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주머니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가 신경쓰입니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건 너와 함께 했던 여름의 흔적이고... ... 본인이 접한 건 오로지 활자 뿐인데도, 너무나 그리운 목소리로 들려오는 문장에 입술을 꾹 깨물게 됩니다.
그렇게 붕 뜬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멈춰섭니다.)
(잠깐의 재회나마 허락해주지 않을까, 그 존재는.
...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발걸음의 방향이 틀어집니다. 역시 당신을 만나야겠어요. 떠나보내게 될지라도, 혹은 차라리 멸망을 맞이하게 된다고 해도요.)
(GM):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면 익숙한 뒷모습이 교문쪽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파스칼린:(... ... 이쯤되면 그 고매하신 존재께서 짜 놓은 판에 배우로 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아니, 이런 회귀니 멸망이니 하는 상황의 중심에 놓였다는 것부터가 다분히 극적이었죠. 그런 상념을 뒤로 하고 교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달리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특히나 뜨겁고 축축한 여름에는 더욱 싫기까지 했지만...)
(GM):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열아홉 여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다시 돌아 온 10년 전의 과거가 결코 아름답지 않을거란 사실 또한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만났습니다. 다음 과거에서는 슬퍼하지 말자고요? 그렇다면 다음 과거에서의 여름은, 누구를 처음으로 사랑해야 하나요?
당신은 교문으로 달립니다. 흘러 나오는 안내 방송은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부탁했던 심부름도. 열아홉의 여름 방학식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여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무더위가 피부 위에 내려 앉습니다. 곤두박질 치는것만 같은 푸른 하늘이 시야에서 지나쳐 흘러갑니다.
멀리, 솔라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교문을 막 나가려고 하는 모습.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보지 못할테죠. 그는 '다음 과거' 를 위해 당신을 떠나려고 했으니까요.
파스칼린:솔라레오―!!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달음박질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곧장 크게 소리내어 당신을 부릅니다. 이건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자 손그늘을 만드는 것과 같이 다분히 자연스러웠던 행동.)
솔라레오:.....! (저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봅니다. 그렇게 끊어내려고 노력했는데,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당신이 나를 부르는 그것만으로도 내 몸이 내가 아닌것 같습니다. 더운것보다 추위에 약했지만 더운것도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사람.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살을 가리고 다녔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을 위해 달려오는게 눈에 들어오자 눈물이 절로 떨어지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였을겁니다.)
...저리가!!! 왜 오는데!!!
파스칼린:(저리가, 라는 절박한 외침에 발걸음이 순간 흔들리지만, 멈춰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빠오는 호흡을 견디며 당신의 앞까지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새하얀 여름의 태양빛은 너무나도 밝은 탓에, 당신의 우는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비쳐서... ... 입술을 다시금 깨물었다가 당신의 근처에 오면 속도를 줄여 앞에 간신히 섭니다.)
... ... 미, 미안... 합니다. 당신이 쏟아온, 노력을... ... 저를, 사랑해서 내렸을 선, 택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중간중간 호흡이 부족해 말을 부자연스럽게 끊어내면서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 ... 역시, 역시나. 당신이...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왔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괴로워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력하게... 시간의 흐름에 농락당하는, 것뿐.... 이라서.
(전력으로 뛰어온 탓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채 쓸어내릴 여유조차 없이,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곧게 마주합니다.)
... ... 솔라레오, 지난번에... 제게 물어봤던 질문 기억합니까? 뭘 묻길래 교실 분위기가... 저렇게, 붕, 떴냐고.
솔라레오:(두어걸음 물러섰다가도 순간 흔들리는 발걸음에 도리어 앞으로, 당신쪽으로 급하게 다가갑니다. 저러다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그때는 정말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까봐. 지독하게 화창하고 맑은 여름입니다. 여름이 오면 저절로 기온이 올라 눅눅하고 더워지는것처럼, 선을 그어도 결국 그 선을 넘어 당신에게 갑니다. 여름처럼 당신을 사랑해서. 지독하게 자연스러운 이 마음을 어찌할수가 없어서. 우리의 만남이 멸망을 초래한다해도 당신이 나를 만나러 와줬다는게, 포기하지 않았다는게 그렇게 기쁠수가 없어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지 않고 되려 당신 뺨에 가져갑니다.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이 이걸로라도 식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그랬, 지... 응. 기억해....
파스칼린:(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 대신, 열기를 식혀주고자 뺨을 감싸오는 부드러운 손길에 반사적으로 눈을 접어 웃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웃음이 나오다니 참 신기한 일이죠. 어깨에 올렸던 손을 뻗어 당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슬 닦으며, 말을 잇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떨림이 가라앉아 차분해진 목소리로요.)
공교롭게도,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뭘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때 제가 뭐라고 답했냐면... ... (숨을 잠깐 들이쉬었다 내쉬고는,) 같이 있어줄 사람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혼자는 외로우니까.
(다른 한 손으로, 본인의 뺨에 얹힌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덮어 잡습니다.) 그때는... 훗날 뭘 하겠다고 말해봤자, 정말 그런 순간을 맞이했을 때 실행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알겠더군요. 정말로, 진심으로, 너무나 간절하면... ... 어떻게든 이루게 된다고.
솔라레오:(당신의 웃음은 생명의 시작이라 불리는 봄을 닮았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을까요? 텁텁한 여름이지만 이 마저도 싱그러운 봄같아 애틋한 웃음이 지어집니다. 그리웠던 체온이 뺨에 얹었다 사라져도 쫓아가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미 날 보고 있으니까요. 숨이 차 조금은 불안정한 목소리부터 손에 겹쳐지는 온도가 마음을 간지럽혀 큰 웃음이 지어집니다.) 묘하네... 하필 그런 질문을 받다니...
혼자는 외롭지.... 외롭지만..... (아, 다시 목이 막혀 하고싶은말이 나오지 않아요. 고개를 조금 떨구고 도로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흘려보냅니다. 운동장에 작디 작은 원이 퍼지는게 흐려지는 눈 사이로 보입니다.) 넌.. 정말, 고집만 세선......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결국, 너는....
.......이게, 최선일까? 난.... 난 너가 나같은, 삶을 사는게 너무 무서... 워서, 떠날려고 했는데. 왜 자꾸 날 잡는데... 왜...... (사실 여기서 밀어내려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하기 싫어요. 그저 당신에게 한 발 더 다가가 품에 얼굴을 묻습니다.)
파스칼린:(품에 익숙한 체온이 와닿으면, 기꺼이 안아 다독이면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립니다.) ... ... 저는... 역시 당신을 잃어버리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도 싫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 세계의 끝을 당신 곁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다시금 입술을 꾹 깨뭅니다.)
... ... 미안합니다. 이것이 본인의 최선인 사람이라서. 어떻게든 당신을 붙잡고 싶다는 욕심을... ... 참아내지 못해서. (바르르 떨리는 손을 가슴께에 얹어내던 모습이 떠올라 순간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놓습니다. 작게 맺힌 핏방울에서 나는 비린 향 같은 건 신경쓰이지 않아요.)
솔라레오:......(손을 내리고 머리만 툭 기댄 채 당신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가 결국 두 팔로 당신을 안아버립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아니, 서로가 당연해지는 사이였던,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로 돌아갔으면. 지금와서야 부질없는 바람이지만요. 그제서야 입술을 꽉 물었다가 눌러놨던 설움을 뱉어냅니다.) 그냥, 세계같은거 멸망해버렸으면 좋겠어. 하필 왜 너야? 왜 하필 우리야?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다가 죽는 삶을 반복하던가!! 난 몇번을 돌아와도 너밖에 없을텐데 대체 왜, 왜!!!
파스칼린:(왜 하필 나였을까. 왜 하필 당신이었을까. 우리는 왜 그 알 수 없는 존재의 고약한 놀이에 휩쓸려 이런 선택을 내리도록 강요당했을까. 그 존재는 왜 하필... 이기적이라고 불릴 마음이란 걸 알면서도 바라게 됩니다. 아, 정말 당신 말대로 차라리 전부 끝나버렸으면. 이대로 당신과 조용히 끝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그런 생각에 잠겨 당신의 설움을 조용히 받아냅니다. 몸을 안은 팔에 조금 더 단단히 힘을 주면서요. 당신이 그래줬듯 잠시 이마를 맞대었다가 떼고는 속삭여요. 일부러 옅은 장난기를 묻혀내면서요.) ... ...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떻게 되갚아라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솔라레오:(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울리는 고동에 결국 천천히, 노을처럼 가라앉습니다. 피어오른 열기가 뜨거워 오히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다시금 이마에 닿아오는 당신의 사랑스런 체온, 장난기 묻은 목소리.. 온전히 나를 향한 시선에 시끄러웠던 속이 전부 가라앉고... 붉어진 눈가에 웃음이 걸립니다. 멀어지지 마. 계속 붙어있어줘. 그런 마음을 담아 당신의 두 뺨에 손을 얹어요.) ...지독하게 살아남자. 살아남아서 보란듯이 계속.. 사랑하자.
파스칼린:(당신에게서 줄곧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가, 어쩐지 간절함이 묻어나는 손길에 기꺼이 얼굴을 맡깁니다. 여름바람에 살랑이는 머리카락이 살결을 간지럽혀 조금 웃어보입니다. 오로지 본인만을 향하는 따뜻한 시선, 물기어린 목소리, 붉어진 눈가로 그려보이는 호선. ... ...이런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여름을 조금 더 근사한 계절로 기억하곤 했습니다. )
... ... 네, 기꺼이. 그런 각오만큼은 당신에게 지지 않으니까. (작게 웃어보이며 다시금 이마를 부드럽게 맞대고 속삭입니다.)
솔라레오:(지금 이 순간 모든것이 사랑스러워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뜹니다.) ...파스칼린.
파스칼린:(눈을 감았다 뜨는 당신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슬쩍 코를 눌렀다 뗄 때마다 볼 수 있던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는데.) 네, 솔라레오.
(GM):푸른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마치 … 그때의 그 여름 노을 처럼.
하지만 이게 아름다운 노을이 아니란걸 알아요. 세상은 멸망할겁니다.
두 사람의 만남에 의해서.
그리고 다시 시작할테죠.
그러나, 우리. 다음 이 과거에서도 이 마지막 말만은 잊지 않기로 해요.
그가 매 순간마다 당신에게 속삭였던 이 말을.
Ending 1.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는 또 내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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